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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양(蘇世讓) 삼형제가 부친의 장지를 고르고자 했다.
이웃에 술법이 귀신같다는 한 지사(地師)
가 있었는데,
그가 한 묘혈을 점쳐 주며 말했다.
이곳이 명당 자리입니다.
그리하여 소씨 집안에서는 장차 그 곳으로 장지를 쓰기로 결정하였다.
그날 밤,
소세양의 막내아우가 몰래 지사의 집에 들어가 벽에 귀를 대고 엿들으니,
지사의 처가 말했다.
오늘 소씨를 위해 길지를 얻었는지요?
지사가 은밀하게 말하였다.
그 땅에 과연 명당이 있는데,
만약 그 묘혈을 사실대로 가리켜주면 땅을 잡은 자가 당장 죽게 되어 있소.
내 그래서 남쪽으로 몇 자 떨어진 곳으로 잡아 주었지.
아내가 까닭을 묻자,
지사가 말했다.
그 묘혈에는 세 마리 신령한 벌이 있으니,
소씨 삼형제가 모두 높은 지위에 오를 것이오.
막내가 돌아와 형에게 그 사실을 고하여,
묘혈을 대략 북쪽으로 몇 자 떨어진
곳으로 옮겨 썼다.
그러자 지사가 말했다.
점쳐 준 묘혈을 옮기면 크게 흉할 것이니,
결단코 안 됩니다.
소씨 형제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어젯밤에 이미 지사가 은밀히 하는 말을 들었네.
지사가 드디어 목숨을 살려 달라며 빌면서 애원했다.
이 아래에는 반드시 큰 벌 세 마리가 있을 터인데,
날아 나오도록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한 마리를 놓치면 한분이 귀하게 되지 못하고,
두 마리를 놓치면 두 분이 귀하게 되지
못할 것이며,
저 또한 반드시 죽게 될 것입니다.
묘혈을 열더라도 제가 집에 돌아가기를 기다렸다가 땅을 파십시요.
그러고는 말을 달려 돌아갔다.
이에 땅을 파 묘혈을 여니,
혈 안에 돌이 있었고,
돌 아래 과연 큰 벌 세 마리가 있었는데,
모두 주먹만 했다.
즉시 그것을 덮으려 했지만 미처 덮기
전에 벌 한 마리가 날아 나갔다.
지사는 돌아가 미처 문에 들어서지 못했는데
벌이 뒤통수를 쏘아 땅에 엎어져 죽었다.
그 후 소씨 두 형제는 모두 높은 품계에 올랐으나,
한 사람만은 끝내 귀하게 되지 못했다.
전에 이르기를 일을 도모함에 부인에게 미쳤으니 죽게 됨이 마땅하다.라고 했는데,
이는 지사를 두고 이른 말인가? ^^
옛 사람들은 아내는 남의 식구라 비밀이 새어 중대한 일엔
끼여주지 말라는 풍속을 얘기하는 것인데,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들은,
이에 얽힌이야기를 다음 신기한 99가지 이야기 편에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