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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 왜 저러고 있는 거야? “
[글쎄.. 운아 근데 우리 왜 여기서 숨어있어야 되는 거지? ]
7층 전각의 꼭대기에 올라 느긋하게 사람들의 밀고 당기는 치열한
접전을 지켜보고 있는 이는 바로 강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백호가 꼬리를 흔들며 심심하다는 표정으로 강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흠.. 백호야 나도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건 너무 심심해. 하지만 그렇다
고 지금 함부로 몸을 움직였다가 암흑계 놈이 알아차리고 도망이라도
가면 어떡해? “
[흠.. 하지만.. 운아! 우리 그냥 내려가서 그놈 흠씬 두들겨 패준 다음
에 암흑계 놈이 어디있냐고 불라고 하면 안 될까? 그쪽이 훨씬 쉽고
확실한 방법 같은데.. 응? ]
백호의 애원조에 가까운 목소리를 듣고도 강운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
로 저으며 아직도 피튀기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정문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안 돼..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니야.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의 나로
서도 놈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낼 수 없다는 건.. 어쩌면 직접 부딪치게
되면 내가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거든 게다가 사부가 위험해 질수도
있는 일이잖아... “
백호도 강운의 말을 듣고는 더 이상 자신이 생떼를 부려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힘 없이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지금까지 오랜 수련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백호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맹수의 공격성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기에 적이 확실
하고 그런 적이 눈 앞에 있는데도 꼼짝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무척 마음이 들지 않는 백호였다.
게다가 그 적이라는 것들은 강운의 사부를 헤친 주범일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백호는 더욱 더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웠다.
‘휴.. 참아야지.. 나 혼자서도 저 안에 있는 멍청한 놈들은 눈 감고도
헤치울 수 있는 일이지만 운이가 저렇게 참고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암흑계 놈은 필시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게 분명해. 적어도 예전
에 내가 알고 있던 운이 보다 지금의 운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
할일이 없었기에 반나절 동안이나 멍한 얼굴로 사람들의 수가 줄어드
는 것만을 조용히 지켜보던 백호는 문득 강운이 너무 조용하다는 것
을 깨닫고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윽! 그러면 그렇지.. ‘
백호는 처음에 고개를 돌려 바라본 강운의 모습이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기에 혹시 무슨 깊은 생각을 한다거나 수련을 한
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백호의 생각을 산산 조각내는 소리가 곧 이어 들려왔으
니 그것은 바로 강운의 잠꼬대였던 것이다.
“야! 임마 너! 왜 이렇게 늦어.. 흠.. 맛있다.. 더줘.. 잉~ 왜 때려~ “
한동안 잠꼬대를 하는 강운의 모습을 황당하게 쳐다보던 백호는 곧이
어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별로 웃지도 않고 진지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 강운이었
지만 지금처럼 조금 황당하긴 하지만 귀여운 모습으로 잠꼬대를 하는
강운의 모습이 백호로서는 훨씬 친근감 있고 정감있어 보였던 것이다.
백호는 강운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며 움직여 강운의
볼을 핥아준 후에 고개를 돌려 이제는 눈이 띄일 정도로 사람들이 많
이 줄어든 정문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강운과 백호가 올라가 있는 7층 전각은 워낙 높이가 높기 때문
에 사천분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누가 감히 화운문의 사천분타에 침입할 생각을 하겠냐만은 만약 침입
을 한다고 해도 7층 전각을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않고 올라갈 수 있
는 사람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기에 백호는 그 누구로부터도
전혀 의심을 받지 않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분타내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세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일반인들이라면 그 위치에서 아래의 상황을 세심하게 살핀다는 것 자
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시력이 극도로 발달되어 있는 백호로서
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정문을 통해 들어온 많은 무림인들은 들어온 수의 절반이 넘는 인원
이 모두 후문을 통해 밖으로 사라지고 있었고 또한 얼마 후에는 또
다시 많은 인원의 무림인이 후문을 통해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림인들이 화운문으로 모여들고 있는 까닭을 전혀 모르는 백호였기
에 쓸데없이 힘들여 모인 사람들이 다시 우루루 밖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한심해 보이기만 했다.
‘쯧쯧.. 저 사람들 진짜 할 일 없는 사람들인가보군. 뭐 먹을꺼 주는 것
도 아닌데 왜들 모여서.. 흠.. 가만! 혹시 먹을 꺼 주고 있는 건가? ‘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백호는 코를 벌름거리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에서 음식냄새가 흘러나오는지 살펴보았지만 음식냄새는 그곳이 아닌
전혀 엉뚱한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에휴! 음식 주는 것도 아니잖아. 신경 쓰기도 귀찮은데 운이 깨어날
때 까지 그냥 지켜만 봐야겠다. ‘
백호는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을 굳이 알아
내려는 생각을 버리고 다시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기 시작
했다.
“자 다음! 시간이 없으니 서두르시오! “
눈꼬리가 좌우로 길게 찢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신경질 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중년인이 고함을
지르자 곧이어 그의 앞에 덩치가 산만하고 근육이 덕지덕지 붙은 사
내 한명이 당당한 발걸음으로 모습을 들어냈다.
“이름! “
“하연패라고 하오! “
“좋소이다. 자 그럼 이 돌을 들고서 저쪽 까지 걸어가 보시오. “
하연패는 심호흡을 가다듬고 척 보기에도 일반인들은 살짝 옆으로 들
어 올리기에도 벅차 보이는 커다란 바위를 두 팔로 부둥켜 안고서 한번
에 힘을 주었다.
“으아아앗! “
단 한 번의 시도. 하지만 바위는 그의 생각처럼 쉽게 들리지 않았다.
총 3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제 1관문에 하연패는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평안객잔에서 사도명과의 일이 있은 후 하연패는 그들 보다 약간 늦
게 출발하긴 했지만 그의 동료들과 사천행 길에 다시 올랐고 배편을
이용해 생각보다 빠른 시일 안에 사천에 당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연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도명이 사천분타 내
로 모습을 감춘 뒤였기에 사도명의 모습을 직접 볼 순 없었다.
비록 첫 번째 기회가 실패로 돌아갔다고는 하지만 하연패는 실패에 연
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온몸의 근육들을 긴장시키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난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
자기 암시라도 거는 것일까.. 하연패는 끝없이 속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이면서 온몸에 모아두었던 힘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바위를
잡고 있는 양팔에 힘을 주었다.
“으아아아아아앗! “
하연패는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바위를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지만
비틀비틀 거리는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했다.
바위를 들어 올리고 있는 팔에 힘이 급격히 빠져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하연패는 재빨리 비틀거리는 걸음을 옮기며 시험관이 서 있는
곳까지 죽을힘을 다해 걸어갔고 마침내 거리가 반보정도 남았을 때
그는 휘청거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쿵!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인가 돌이 떨어지는 소리인가.. 확연히 구분이
가지 않는 소리를 내며 하연패가 쓰러지가 그 옆에 서 있던 시험관은
무엇인가를 유심히 관찰하는가 싶더니 그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쳤다.
“하연패 제1관문 합격! 자! 다음 나오시오. “
하연패가 합격했다는 소식에 그의 동료들은 크게 기뻐하며 앞으로
달려나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쓰러져 있는 하연패를 부축해
장내에서 사라졌고 시험관은 다시 한번 신경질 적인 뾰족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자! 다음 나오시오! “
시험관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자 지금까지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던 화린이 추남에게 전음을 보냈다.
[오라버니! 이젠 빨리 관문을 치르고 밖으로 나가는 게 어떨까요? ]
[그래. 여기서 더 있어봤자 득 될게 없을 거야. ]
[오라버니 그럼 제가 먼저 나갈게요.. ]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리는 추남을 본 화린은 재빨리 시험관의 앞
으로 나섰다.
그 동안 추남의 뒤에 가려져 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화린의
아름다운 모습이 들어나자 시험관을 비롯한 장내에 모인 모든 사람들
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다물줄 몰랐다.
사람들의 불쾌한 시선에 기뿐이 나빠진 화린은 입을 벌린 채 멍하게
서있는 시험관을 불렀다.
“이봐요! “
화린의 뾰족한 음성에 정신이 번쩍 든 시험관이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예? 아! 흠흠! 실례 했소이다. 낭자의 이름을 밝혀주시오. “
“진화린이라 합니다. “
“좋습니다. 저희 화운문에서 따로 여협들을 위한 돌을 준비해 놨으니
이돌을 들고 여기 까지만 걸어와 주시면 되겠습니다. “
척 보기에도 조금 전 하연패가 들었던 바위보다 훨씬 가벼워 보이는
돌을 가리키는 시험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화린은 허리를 굽혀
돌을 조금 들어보는 시늉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젖고 말았다.
“안 되겠어요. 저는 이만 포기하겠습니다. “
“아니.. 저.. 그럼 저쪽에 있는 돌을 살짝 들어 올려 주시기만 해도
관문을 통과시켜드릴 테니.. “
“아니요. 저는 못들 것 같습니다. “
조금 전과는 확연히 태도가 변한 시험관의 태도에 그의 모습을 지켜
보던 무인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싫다는 사람에게 더 이상 뭐라 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기에 시험관은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고년.. 아까운데.. ‘
“그럼 할 수 없이 진화린 소저는 1관문에서 불합격.. “
막 말을 끝내려던 시험관은 누군가의 외침으로 인해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