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암사-송광사 (8.4km)천년불심길 소개
선암사 뒤에 있는 편백나무숲에는 겨울에도 걷는 기분은 남다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그 숲을 한번 걸어보라. 상큼하고 상쾌한 분위기에 빠질 것이다.
순천시에서는 최근 걷기붐에 따라 ‘남도삼백리길’을 조성했다. 남도삼백리의 제9 코스가 조계산의 선암사~송광사에 이르는 8.4㎞ ‘천년불심길’이다. 천년불심길이라고 부르기 전에는 ‘조계산 굴목재길’이라고 불렀다. 길을 안내한 순천시 도립공원 탐방관리소에 있는 박태현씨는 “선암사만 걸어도 좋고 조금 부족하다면 조계산 능선 중간지점을 거쳐 송광사까지 내려간다 해도 배낭 없이 빈손으로 출발해도 전혀 위험하지 않은 길이 바로 이 길”이라고 자랑했다.
장승이 있는 불과 10m 남짓 위로는 보물 제400호인 승선교(昇仙橋)가 있다. 작은 승선교는 1700년 전후 건립 당시 그대로라고 한다. 300여년의 세월을 견디면서 선계로 오르는 전설을 전하고 있는 듯하다. 신선이 내려서고 신선이 승천하는 신비경의 그 전설을. 조계산 일대는 선암사, 승선교, 강선루, 임선교 등 선계 일색이다
선암사 경내를 안내한 문화해설사 조인숙씨는 “선암사는 초봄엔 시각이, 늦가을엔 후각이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하다”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초봄엔 천연기념물 제488호인 선암매를 비롯 왕매화가 경내를 가득 채워 장관이고, 늦가을엔 은목서와 금목서의 꽃향기가 조계산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풍긴다. 하지만 지금은 초겨울이다. 모든 풍경은 사라지고 채도 낮은 낙엽만 길을 울긋불긋 수놓고 있을 뿐이다
조계산은 무성한 참나무로 여름엔 하늘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잎들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앙상하게 가지만 드러내고 있다. 참나무를 지나면 대규모 편백나무숲이 기다리고 있다. 편백나무는 항암작용을 일으키는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방출하는 수종이다. 몇 년 전 실험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편백나무숲 사이로 들어섰다. 활엽수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침엽수는 사시사철 푸르름을 유지한다. 을씨년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생동감이 느껴진다.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편백나무숲의 피톤치드를 즐겼다.
편백나무숲이 끝나자마자 당단풍, 쪽동백, 층층나무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의 대표적인 수종인 소나무가 오히려 찾기 힘들 정도다. 길 자체는 등산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길을 따라 송광사로 간다.
큰굴목재까지는 조금 가파른 길이지만 이 고갯길만 지나면 무난하다. 조계산에 굴목재는 여러 곳 있다. 굴목재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다. 첫째는 일제시대 지하로 ‘굴’로 뚫릴 ‘목’이라 하여 굴목재라 했다는 설이다. 지금 실제로 좌우로 주암댐과 상사댐을 연결하는 수로가 지하로 뚫려 있다. 그러나 일부 학자는 이 설은 원래 지명과 전혀 무관하다고 한다. 어원의 유래로 ‘골짜기를 가로막고 있는 목재’란 뜻의 골목재나 수백 년 동안 조상들이 사용해온 ‘굴맥이재’로 사용해야 옳다고 주장한다.
윤영모님 개인사정으로 취소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