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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Dunkirk
장르: 액션 블록버스터
감독·각본·제작: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핀 화이트헤드, 톰 하디, 킬리언 머피 등
상영시간: 106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7년 7월 20일
수입·배급: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주)
덩케르크 철수 작전. 1940년 당시 포위돼있던 33만 8천명을 영국으로 철수시킨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전세계 사상 최대 규모의 탈출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인셉션> <인터스텔라>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덩케르크>는 잘 알려져 있듯 프랑스 해안의 한 지명인 덩케르크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있었던 실화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다룬다. 놀란이 실화를 영화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영화 <덩케르크>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 '덩케르크'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ㆍ'감정' 대신 '체험' 선택한 놀란의 역설
<덩케르크>의 무대가 제2차 세계대전인 만큼 이 작품은 군인이 나오고 포탄이 쏟아지는 사실상 '전쟁 영화'에 해당한다. 하지만 놀란 감독은 피가 튀고 눈물이 차오르는 일반적인 전쟁 영화의 서사를 택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그런 인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대신 아주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해변과 바다 그리고 하늘로 연결되는 덩케르크 근처의 자연이다. 영화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지형 지물을 묘사하는데 훨씬 긴 시간을 쏟는다.
적에게 날아오는 포탄을 피하면서 배를 기다리는 해변의 일주일, 그리고 영국에서 프랑스 덩케르크 해변까지 군인들을 태우기 위해 배를 몰고 오는 바다의 하루. 한 시간 동안 비행 가능한 연료료 적의 전투기를 공격하는 일을 하기까지. 이 해변과 바다와 하늘이라는 시공간은 영화 속에서 서로 교차하면서 연속적으로 보여진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하늘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바다로 들어와 서로 합쳐지기도 하고 바다에 있던 사람이 해변의 일에 개입하는 등 시공간의 교차가 일어난다.
다만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각기 전쟁을 치르는인물을 수행할 뿐이다. 개인의 서사가 부각되는 일 같은 건 적어도 <덩케르크>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놀란 감독의 다른 영화와 아예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 '덩케르크'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한 <덩케르크>는 관객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하늘 위의 전투기 속 군인이나 바다, 육지의 군인이 되게 한다. 개인에 대한 감정을 배제한 채로 전쟁을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가 된 배우들은 관객들과 함께 스크린 속을 뛰논다. 놀란 감독은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스크린은 사라지고 실제 체험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덩케르크>는 하늘에서 적군의 전투기를 격추하는 신에서는 과감하게 큰 과녁을 영화관 스크린으로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대리적인 성격의 영상은 종종 아주 잘 만들어진 VR 게임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전투기의 시계소리, 해변의 파도 소리 등의 실감나는 사운드는 순식간에 관객들을 덩케르크 해변으로 데려다 준다. 이 영화는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경험'하게 만든다.
ㆍ그는 어떻게 실화를 영화로 구현했나?
크리스토퍼 놀란은 극단적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지양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영화 <덩케르크>에서도 역시 그런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는 "실물과 진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언제나 가장 중요하다"며 "결과적으로 당신이 감정적으로 영화에 빠질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덩케르크>는 할 수 있는 한 실제 촬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의 장점이 극대화된 영화다.
그는 "관객들이 역사에 대해 절대 존중을 갖길 바랐다"는 말과 함께 이번 영화에서는 최대한 허구를 배제하고 1940년대 덩케르크를 묘사하는 데 힘썼다. 놀란 감독은 장소 선정부터 지형 지물 재현, 의상 구현, 배역 캐스팅, 실제 덩케르크 철수 작전 당시 사용됐던 것과 유사한 보트와 전투기를 대여했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또 영화는 실제 덩케르크 해안에서 촬영했으나 그곳은 촬영을 하기가 쉬운 곳은 아니었다고 한다. 영화 <덩케르크>의 촬영 내내 배우와 스태프들은 나쁜 날씨와 거친 바다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역사의 한 장면을 반영하기 위해 덩케르크 해안을 선택했다. 군인들이 서있던 잔교 역시 1940년형으로 직접 복원한 그의 노력은 영화를 실감나게 만들어준다.
극단적인 놀란의 철학은 의상에까지 가닿았다. 의상은 물에 적셔서 바랜 느낌을 주게 만들었고, 자료 조사를 통해 영국군이 당시 신발끈을 묶는 방법까지 재현해냈다고 한다. 놀란 감독은 직접 영국 공군 소속 전투기 스핏파이어를 타고 비행을 하는 등 실제 관객들의 대리경험을 위한 고증에 힘썼다.
이런 철저함 끝에 만들어진 <덩케르크>는 새로운 전쟁 영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적 사실을 어떤 시각에서 '재현'하는지에 따라 그 기술적인 측면조차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오마이뉴스 유지영 기자, 2017.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