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습 – 제 43차 12. 인과 관계에 대한 분석
씨앗을 심어 싹이 나올 때, 씨앗을 원인이라고 부르고 싹을 결과라고 부른다.
진흙으로 항아리를 만들 때, 진흙을 원인이라고 부르고, 항아리를 결과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원인과 조건과 결과가 실재하며 원인과 조건이 결합하여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인과 관계 역시 실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모든 개념들의 실재성을 비판하듯이, 용수는 원인과 결과의 실재성을 비판함은 물론이고, 원인과 조건이 결합하여 결과가 발생한다는 사고방식에서도 논리적 오류를 지적한다.
<중론>제20 <관인과품(觀因果品:인과 관계에 대한 분석)>서두에서 용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일 원인과 조건이 결합하여
결과가 발생하는데
그런 결합 속에 결과가 존재한다면,
어떻게 결합에서 결과가 발생하겠는가?
만일 원인과 조건이 결합하여
결과가 발생하는데
그런 결합 속에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결합에 의해 결과가 발생하겠는가?
씨앗이라는 원인과 물.공기. 햇빛 등 조건의 결합에 싹이 미리 존재한다면 그런 결합으로 굳이 결과를 다시 발생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리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리 존재하는 싹이 발생을 통해 다시 발생한다면 중복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미래 존재하는 싹이 발생을 통해 다시 존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
원인인 씨앗과 조건인 물,공기,햇빛등을 결합해 농ㅎ아도 그런 결합 속에서 결과로서의 싹은 발견되지 않는다. 용수는 이를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만일 원인과 조건들의 결합에 의해
결과가 존재하는 것이라면
결과는 결합 속에 존재해야 하는데
결합 속에서 결과는 포착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씨앗이라는 원인과 물 등의 조건의 결합에 싹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런 결합에서 절대로 결과인 싹이 발생할 수 없어야 할 것이다.
또 그런 결합에 싹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데도 싹이 발생한다면, 그 싹이 전혀 없는 다른 모든 곳에서도 그런 싹이 발생할 수 있어야 하리라.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
만일 원인과 조건의 결합에 의해
결과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원인과 조건은
원인과 조건이 아닌 것들과 마찬가지인 꼴이 되리라
따라서 원인과 조건의 결합 속에 결과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고, 원인과 조건의 결합 속에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런 딜레마는 앞에서 ‘비가 내린다’는 판단이 비판되는 구조와 동일하다.
제1구 비판에서 중복오류, 제 2구비판에서 사실위배 되는 오류가 발생한다.
이런 논리적 오류를 범한다는 사실을 중론에서 지속적으로 논파하고 있는 것은 진리의 세계를 바로 보는 시각을 갖기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또,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 관계가 순차적으로 발생한다는 이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만일 원인이 원인을 결과에 주고서
소멸하는 것이라면,
‘준 것’ 과 ‘소멸한 것’이라고 하는 그 실체가
두 개인 원인이 존재하는 꼴이 된다.
만일 원인이 원인을 결과에 주지 않고서
소멸하는 것이라면,
원인이 소멸한 다음에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니,
이런 결과는 원인이 없는 꼴이 될 것이다.
이 두 경우 모두 논리적 오류를 범한다.
그렇다고 해서 원인과 조건이 결합할 때 그와 동시에 결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 용수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만일 원인과 조건의 결합과 동시에
결과가 출현하는 것이라면
발생케 한 것과 발생된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꼴이 된다.
이 또한 논리적 오류를 벗어나지 못한다.
‘원인과 조건의 결합’과 ‘결과’ 사이의 시간적 선후 관계에 대해 세 가지 조망이 가능하다.
첫째는 전자가 선행한다는 조망이고,
둘째는 양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조망이며,
셋째는 후자가 선행한다는 조망이다.
만일 결과가 원인과 조건의 결합보다
먼저 나타나는 것이라면
그런 결과는 원인과 조건을 벗어난
무인(無因)의 결과가 되리라.
이 또한 모두 논리적 오류를 범한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먼저 존재하고 나중에 원인과 조건의 결합이 나타난다는 이론이 옳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과 관계에 대한 정의 자체를 부정하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면서 용수는 ‘원인’과 ‘결과’가 같다고 보건 다르다고 보건 모두 논리적 오류를 범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앞에서 계속 살펴본 바와 같이
원인과 결과는 동일 할 수가 없다.
원인은 발생케 한 것이고 결과는 발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씨앗은 싹이라는 결과를 발생케 한 원이고, 싹은 씨앗이라는 원인에서 발생된 결과이다. 씨앗이 싹과 동일할 수가 없듯이 발생케 한 것은 발생된 것과 동일하지 않다. 또 긴 것이라는 생각은 짧은 것이라는 결과를 발생케 한 원이고, 짧은 것이라는 생각은 긴 것이라는 원인에서 발생한 결과이다.
긴 것과 짧은 것이 동일할 수가 없듯이 발생케 한 것은 발생된 것과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원인과 결과는 동일 할 수가 없다고 했듯이
원인과 결과는 다르다고 볼 수도 없다.
이 모든 것은 ‘진리를 보라고!’ 하는 이유다.
이런 사유를 계속하기 위해서 중론을 배우면서 복습을 위해 교재를 몇 번씩 더 읽어 보기로 하자!
첫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