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나는 대구 달서구 두류 2동에 있는 근로자의 집 쉼터에 있었다. 하루하루가 고되고 외로웠지만 저녁만 되면 쉼터 식구들과 함께 하나둘 TV 앞에 둘러앉았다. 우리가 기다리던 건, 바로 ‘야인시대’였다. 아역들의 주먹 대장 김두한 역할과 거지들 역할은 그 당시 어리고 배고팠던 추억이 남아 인상 깊게 보았다. 정진영처럼 보육사 선생님 앞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모습과 초등학교 시절 고아 형들이 시키는 대로 통 바구니를 어깨에 걸치고 집개를 가지고 골목마다 파지와 종이를 주어 팔고, 온 동네 돌아다니면서 다 떨어진 모자를 쓰고 거지처럼 밥통에 담아 밥을 얻어먹고 깡통엔 돈을 구걸했던 모습은 어린 시절 옛 추억으로 많이 남았다. 김두한의 역할을 맡은 아역들이 주먹과 발차기의 멋진 기술로 거지촌 가서 싸움하고 사기 친 뚱보부터 무옥이, 영철이를 차례로 물리치는 모습은 주먹의 세계는 냉정하면서도 서열이 있고, 저것이 진짜 사내라고 생각했다. 안재모는 약자 편에 서서 한국 학생들과 서울 중심 종로 상인들을 도와주는 모습, 싸움에서 쌍칼 형님, 신 마적 형님, 구 마적 형님마저 물리친 후 우미관까지 차지하는 과정과 진짜 김두한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정말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다. 그리고 또한 비겁하고 얄미운 뭉치라든지 일본의 야비한 행동과 한국인에게만 괴롭히는 행동을 보면 못 참아 주먹과 발차기 기술로 통쾌하게 물리치는 장면은 진짜 사내다운 사나이다. 라고 외쳤다, 누구는 조용히 눈시울을 훔치며 보았다. 나도 그렇게 했다. 김두한 역할을 김영철 탈렌트로 바뀐 후, 형무소 수사관을 늘 내 집처럼 드나들며 일본 고등부 형사한테 고문과 채찍질 당했던 모습, 육 이오 때 대장 지도하에 부하들과 학도병을 조직해서 북한군을 물리치는 모습, 정치면에서는 야당 편에 서서 이승만 대통령과 싸워 이기는 모습, 한국 정치의 부정부패로 국정 의원들에게 똥물을 던지는 모습 등은 정말로 인상 깊게 잘 보았다. 나는 그 드라마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본 듯했다. 세상 밑바닥까지 떨어진 줄 알았지만, 아직 싸워야 할 이유가 있고, 일어설 용기가 남아 있다는 걸 야인시대는 우리에게 매번 상기시켜 주었다. 그날의 우리는 텅 빈 식판을 앞에 두고도 화면 속 김두한의 주먹에 환호했고, 그 신념에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식탁에 남아 이야기꽃을 피우던 밤, 나는 생각했다. ‘우리 인생도 끝난 게 아니구나. 아직, 싸울 수 있어.’ 정말로 야인시대는 단지 드라마가 아니었다. 그건 노숙인 쉼터라는 작고 고단한 세상에서, 다시 한번 살아갈 이유를 찾게 해 준 자화상이었다.
<어깨동무>: 야인시대 나오는 가사 어깨동무~ 어깨동무~ 친구에 친구야 괴로우나 힘들어도 고단한 삶을 잃어버려라 지나온 세월은 같이 걷던 우정과 의리는 영원한 젊음의 태양 어깨동무~ 어깨동무 우리들은 하나 세상 모두 변해가도 지는 노을 황홀에도 이 동네 이곳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 어깨동무~ 어깨동무 친구에 친구야 사랑 명예 잃더라도 걱정말아라 시련과 고통을 함께하자 힘들고 늘어진 어깨 외롭게 기대라 친구야 이 동네 이곳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어깨동무 인생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사랑의 손잡기 실천 본부 소속 근로자의 집(노숙자 쉼터)이라 생각했다. 그곳의 생활은 노숙자들과 함께 서로서로 정이 많이 들었고 노숙자들과 함께 병으로 인해 시련과 고통을 같이했던 시간이 많았다. 노숙자들과 함께 두터운 우정과 의리를 나누었으며 나는 봉사로 인해 내 인생은 꼭 필요한 사람으로 바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