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은 좋고 응달의 눈은 녹지 않았습니다.
혜신이와 걸었던 읍내로 가는 길을 혼자 걷습니다.
눈이 얼어 미끄러운 길, 하얀 눈을 머리카락처럼 얹어놓은 덤불, 집집마다 개 짖는 소리.
소리내어 노래 불러도 뭐라 하는 사람 없습니다.
여유롭게 걸어가는데 읍내 입구에서 문자가 옵니다.
대한이와 윤희가 벌써 센터에 도착했다고 하네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셋만 덜렁 센터에 있기가 심심해서 ‘함께’로 인사나갔습니다.
‘함께’에는 전민수 선생님, 김정관 선생님, 한재숙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한재숙 선생님께서 반찬 챙겨서 두 선생님 점심을 준비하셨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군가를 챙기고 계시는 한재숙 선생님을 보면서
나도 선생님처럼 따뜻한 밥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센터로 돌아왔습니다.
연희가 마저 오고, 졸업여행 자체 수료식 준비회의를 했습니다.
160122 졸업여행 자체 수료식 회의 2회기
회의를 끝내고 난로 앞에서 쉬는데 주원이가 센터로 도착했습니다.
주원이와 잠깐 산책 나왔습니다.
가다가 희연이를 만났습니다. 감기에 걸렸는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마스크를 썼습니다.
“선생님 맘스터치 잠깐만 들렸다 가요.”
희연이가 맘스터치에 들러 치즈스틱을 두 세트 샀어요.
그리고 친근하게 맘스터치 사장님과 희연이가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았어요.
마치 삼촌과 조카가 대화하는 것 같았습니다.
희연이는 동네에 친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어른이 있어서 참 좋겠습니다.
오후 5시 반쯤 박경희 선생님과 영철 선생님이 웃땅이를 타고 센터에 도착하셨어요.
웃땅이에는 아이들 짐과 센터 짐으로 한 가득했습니다.
크고 작은 가방들이 문 앞에 쪼르르 세워집니다.
누구의 가방인지는 잘 모르지만 가방들이 주인을 기다립니다.
저도 이 가방들의 주인들을 기다립니다. 가방을 보니 아이들이, 동료 선생님들이 보고 싶어요.
저녁을 먹고 박경희 선생님 휴대용 사진 인화기로 도보순례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줄 사진을 인쇄합니다.
뽑은 사진을 보면서 일주일동안 보지 못했던 아이들 얼굴을 하나씩 찬찬히 살펴봅니다.
재윤이 한수 혜정이 영준이 영진이 진영이 혁이 영조 재욱이 종혁이.
해남 땅끝 마을 표지 앞에서 각자의 표정으로 사진을 찍은 아이들.
도보순례를 통해 어떤 것을 얻고 돌아왔을지 궁금합니다.
저녁 8시쯤 아이들이 센터로 돌아왔습니다.
껴안고 바라보는 아이들의 몸과 얼굴에서 남도의 찬 기운이 확 다가옵니다.
도보순례 기간동안 정말 추웠을텐데 꿋꿋이 다 걸어준 아이들이 기특합니다.
저는 참여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다음에 다른 곳에서 도보순례 기회가 있다면 저도 걸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
일주일 보지 않았는데도 정말 반갑고 애틋합니다.
갑자기 일이 있어서 대구로 올라갈 때 새벽에 터미널까지 잠옷바람으로 데려다 준 동료들.
어디서 이런 동료들을 만날까요?
혼자 출근하고 함께 퇴근한 오늘.
어제만에도 크게 느껴졌던 방에 온기가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