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 7일 울릉도 항해 이야기.
3일.
내일이면 계획된 출항이다.
오늘 항해준비를 마무리해야 한다.
제이와 코스트코, 이마트에 가서 부식등을 장만 한다.
이번 항해 때 아이스박스에 사용할 얼음도 충분하게 장만을 했다.
원거리 레저 항해 서류 작성도 마무리 해놓고, 비상용 플로터 및 예비 밧데리등도 챙긴다.
짐들을 정리하고 차에 실어두었다.
제이는 아이스박스에 넣을 반찬 및 고기류를 다시 나누어 담아서 냉동실에 보관해둔다.
내일 아침 일찍 아이스박스에 채워서 가져 갈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쳐두었다.
잠들기 전 다시 한 번 기상을 확인한다.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며 잠을 청한다.
4일
아침 4시에 일어나 출발 준비를 서두른다.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제이가 챙겨준 아이스박스를 차로 옮긴다.
5시 30분 속초로 출발한다.
아침 6시에 윌슨님도 미호, 마리님을 만나서 출발한다고 한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하여 속초 다이빙 샵에서 공기통을 빌려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생각보다 차들이 많다,
추석 아침에 고향으로 향하는 차량들과 여행을 떠나는 차량들인 듯하다.
고속도로를 달려 동홍천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속초로 향한다.
동홍천을 지나 장남리에 있는 주유소에 들여서 요트에 사용할 기름을 구입한다.
기름통 8개에 경유를 가득 채우고 8리터 기름통에 휘발유를 채웠다.
윌슨 님에게 전화를 해보니 휴계소에 잠시 들리셨다고 한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오라고 이야기 드렸다.
속초 다이빙 샵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나와서 맞이해 주신다.
김사장님은 속초 요트협회 회장님이시기도 하다.
우리들의 안전한 항해를 빌어주시고 조심히 다녀오라는 인사도 건내 주신다.
공기탱크를 차에 싣고 양양으로 출발했다.
양양 요트장에 도착하니 윌슨님 차도 바로 도착을 한다.
요트장에서 나와 제이, 윌슨, 미호, 메리, 준원(윌슨님 아들)6명이 다 모였다.
미호님과 메리님은 요트면허 필기시험은 합격하시고 이제 실기시험만 남은 상태이다.
준원이는 이제 중1학년인 학생이다.
모두들 차량에서 짐들을 요트로 옮긴다.
개인 짐과 공동 짐이 한 가득이다.
나는 먼저 전기공사를 시작한다,
이번 행해에는 발전기를 가져간다.
발전기에서 나온 전기를 선내로 연결하는 공사를 해야 한다.
요트에서는 꼭 필요 불급한 전기는 직류 12V를 사용하지만 편의시설은 교류를 사용한다.
직류를 교류로 바꾸어주는 인버터가 있지만 용량이 작고 110V용이라서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220v 1Kw 발전기를 가져간다.
항해를 할수록 짐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발전기용 전기공사를 마치고 출항 준비를 서두른다.
수산항 해경 파출소에 들려서 출항신고를 하고 출항준비를 다 마쳤다.
10시 30분 드디어 이번 항해를 시작한다.
요트가 항을 벗어나니 바로 1미터가 넘는 파도가 우리를 반긴다.
정치망과 양식장을 빠져나와 항로를 110도로 맞추고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메인 세일도 올려서 바람을 받고 요트는 울릉도와 독도를 향해 달린다.
나는 저번에 설치해둔 무전기에 공급할 전원작업을 한다.
무전기를 탈착식으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전원선도 연결 단자를 달아서 탈착식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작업도중 단자 연결 부위에서 전선이 끊어져 버렸다.
한참을 작업을 했는데 그간 작업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전원선을 무전기에 직접 연결을 하였다.
출렁거리는 요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작업을 해서인지 갑자기 멀미가 몰려온다.
멀미기운이 쉽게 가라 않지를 안는다.
무전기 세팅 작업을 마치고 10여분 만에 속초해경에서 우리를 불러온다.
해경 : 씨엘제이호 씨엘제이호 여기는 속초해경입니다. 감도 있습니까?
CLJAY : 여기는 씨엘제이호 감도 좋습니다.
해경 : 채널 09번으로 변경 바랍니다.
CLJAY : 채널 09번으로 이동합니다.
해경 : 현재위치 및 승선인원 확인 바랍니다.
CLJAY : 현재위치 북위 38도 00분 00초 동경 129분 00분 00초. 승선원인 6명입니다.
해경 : 항해중 이상이 있으시면 바로 해경으로 연락 바랍니다.
CLJAY : 잘 알겠습니다. 안전 운항 하겠습니다.
교신을 마치고 속을 달래 보지만 한번 뒤집힌 속은 요동을 친다.
항해시작 2시간 정도를 지나니 바다가 더 거칠어진다.
파도가 1.5미터를 넘고 바람도 거세어진다.
저 멀리 먼 바다 쪽에서 검은 먹구름도 밀려온다.
2일전에 만들어둔 도자 보조장비를 가져와서 요트 좌현에 설치를 한다.
10월 2일 도자 만드는 모습
투명비닐에 천을 덧대어 재봉질을 하여 튼튼하게 보강을 해둔 곳에 송곳으로 구멍을 내고 타이밴드를 이용하여 요트 비미니 프레임과 고정을 하였다.
작업을 하는 도중 속이 완전이 뒤집어져 기어이 토를 하고 말았다.
속을 비우고 나니 조금 나아진 듯하다.
다시 힘든 항해를 시작 한다.
씨엘제이호는 메인 세일을 펴고 엔진은 2000RPM정도에 속도 6노트 정도로 잘 달려 나간다.
바람은 북북동에서 15마일 ~20마일 정도로 불어오고, 파도는 2미터 내외다.
출항 후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아무도 점심을 먹자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행이 제이와 지난번 6월에 울릉도에 같이 다녀온 윌슨이 잘 버터주고 있어 항해를 하고 있다.
설상가상 비가 내리기 시작을 한다.
다행이 바람이 좌현 쪽에서 불어오는데 좌현 쪽에 설치한 도자날개가 비를 일부 막아주어서 다행이다.
도자가 없는 곳으로 들어오는 비는 우산을 펴서 임시로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았다.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조타 및 요트지휘를 제이와 윌슨에게 넘기고 선실로 들어갔다.
선실에 들어가 요트복도 벗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선장으로서 말이 아니다.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 미호도 멀미를 시작 했다고 한다.
미호도 몇 번 토하기를 반복한 후 선실로 들어와 잠을 청했다.
누워서 잠을 자고 있으면 그나마 나은데 깨어나서 움직이면 계속 속이 울렁거리고 불편해 했다고 한다.
메리와 준원이는 멀미도 하지 않고 잘 견디고 있다.
속초해경과 동해 해경에서 수시로 무전기로 불러서 현 위치 및 항해하는데 기상은 괜찮은지 확인을 했다고 한다.
당일 동해남부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었으며, 동해중부 해상도 주의보는 아니지만 파도가 3미터로 높게 일어나며 바람도 강하고 비도내리는 기상 상황 이였다.
메리님은 이번 항해기간동안 한번도 멀미를 하지 않았으며, 항해기간 사진도 계속 찍으셨다.
타고난 요트여인이다.
오후 5시가 넘어 칵핏으로 다시 나왔다.
그사이 비는 그쳤으나 기상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파도가 높고 바람도 강하다.
그사이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세일의 위치를 바꾸었다.
바람은 노고존 경계에서 불어오는 앞바람이다.
주변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을 한다.
항해등을 켜야 하는데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
윌슨에게 부탁을 하여 항해등과 삼색등, 백등을 켰다.
연료를 점검하니 연료를 보충해야 한다.
내가 기름 냄새를 맡으며 작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윌슨에게 부탁을 했다.
윌슨님과 아들 준원이가 같이 기름을 보충했다.
윌슨님은 준원이 같은 아들이 있어서 든든할 것 같다.
제이가 먹을 것을 권하는데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운다.
나는 8시정도 다시 선실로 피신해 들어갔다.
잠을 청하는데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선실 케비넷에서 침낭을 꺼내어 덮고서야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밤 11시경 다시 칵핏으로 나왔다.
그간 제이와 윌슨이 쉬지도 못하고 요트를 책임지고 있다.
준원이도 잠을 자지 않고 아빠와 같이 항해에 동참을 하고 있다.
항해 상황을 점검하다 보니 선수의 삼색등이 보이지 않는다.
제이와 윌슨에게 물어보니 준원이가 대신 답을 해준다.
얼마 전 갑자기 등이 꺼져 버렸다고 한다.
선실에 들어가서 스위치및 퓨즈도 점검해 보았지만 원인을 알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삼색등 없이 항해를 해야 한다.
날이 밝아지면 점검을 해봐야 하겠다.
메리도 내가 나온 후 조금 후에 휴식을 마치고 칵핏으로 나왔다.
두 사람에게 들어가 쉬라고 하고 내가 요트를 조타하기 시작을 한다.
파도는 2미터~3미터 앞 파도에, 바람은 15노트 정도로 진행방향 좌측 15도 정도에서 불어와 세일이 바람을 받았다가 펄럭이기를 반복한다.
조금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면 요트는 붕 떳다가 ‘텅’ 하며 내려앉으며 더킹을 한다.
선수가 파도를 밀어쳐 올리면 선상 칵핏으로 바닷물이 한 양동이 뿌려진다.
도자가 없었다면 바닷물을 다 뒤집어쓸 상황이나 도자가 막아주어서 다행이다.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서 우리를 비추어 주고 있다.
주위에는 한척의 배도 보이지 않는다.
그간 울릉도를 다녀올때 자주 보이던 오징어잡이 배도 한척 보이지 않는다.
오늘이 추석이어서 그러나 아니면 기상이 나빠서 인지 알 수가 없다.
기상청 예보로는 육지에서는 보름달을 보기 어렵다고 했는데 동해바다 한가운데에서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본다.
“오늘 항해가 안전한 항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하고 달님에게 빌어 본다.
동해바다에서 맞이하는 추석 밤이 깊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