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시간[하이데거]
Sein und Zeit 存在与时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서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이 책의 의도다. 시간을 모든 개별 존재이해 일반의 가능한 지평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 책의 잠정적 목표다.” 그리고 책의 제목을 ‘존재(Sein)’ ‘와(und)’ ‘시간(Zeit)’으로 쓰고 존재와 시간, 시간과 존재를 연결사 ‘와’로 표기했다. 그러니까 ‘와’는 존재를 우선하고 시간을 뒤로하는 개념이 아니라 존재와 시간, 시간과 존재를 동등한 논리 층위로 설정한 것이다. [존재와 시간]은 1927년 독일의 니마이어(Max Niemeyer Verlag)에서 출판된 하이데거의 저서명이다. 당시 하이데거는 마르부르그대학 대우교수였는데 모교 푸라이부르그대학 교수로 옮겨가야 할 상황이었다. 그것은 그의 스승이자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이 몇 가지 이유로 교수직을 사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 연구하고 강의했던 존재론을 정리하여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존재와 시간] 안표지에 “존경과 우정을 담아서 에드문트 후설에게 헌정한다”라고 명기하고, ‘1926년 4월 8일 바덴 슈바르츠발트 토트나우베르그에서’라고 부기했다. [존재와 시간]은 출간하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다. 그것은 하이데거가 서론에 쓴 것처럼 존재론의 새로운 해석이었기 때문이다. 존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란 존재 자체를 묻고 존재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고대 자연철학 시대에 존재를 둘러싼 거인들의 싸움을 분석한 다음, 탈레스,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에서 시작한 존재 물음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더 이상 진전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그러니까 전통 형이상학은 ‘있는 것’인 개별 존재자(Seiende)를 ‘있음’인 존재(Sein)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 형이상학을 해체(deconstruction)하고 싶었다.
하이데거는 ‘존재란 무엇인가?’를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존재물음을 시도한다. 존재자의 양상, 존재자의 구조, 존재자의 의미를 묻는 것은 진정한 존재물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 목표는 서론 <존재 의미에 대한 물음의 설명>에 잘 드러나 있다. 서론 제1장은 <존재물음의 필연성, 존재의 구조 그리고 존재의 우위>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물음은 실존철학이 아니라고 명기한 후, 통속적 시간이 아닌 존재적 시간으로 존재를 분석하겠다고 설명했다. 데카르트가 ‘나는 사유한다’를 토대로 존재와 이성으로 사유한 것과 반대로 하이데거는 ‘나는 존재한다’를 토대로 존재와 이성을 사유했다. 서문에 쓴 것처럼 존재는 시간 안에서 존재하므로 시간의 지평에서 존재의 본질이 드러난다. 시간에서 드러나는 존재는 현존재다. 그 현존재는 미래의 죽음에 다가가서(先驅) 죽음이 기다리는 ‘현재, 실존하는, 존재자’다.
하이데거의 존재연구 방법은 스스로 존재 자체가 드러나면서 보여주는 현상학이다. 하이데거는 현상학(Phenomenon)의 어원 그대로 진리와 실재가 드러나는 ‘파이노(phaínō)와 알레테이아(Aletheia)’에 근거한 해석학을 택했다. 그리고 하이데거는 존재론의 청사진을 <제1부 1.현존재에 대한 예비적 기초분석 2.현존재와 시간성 3.시간과 존재, 제2부 1.도식론과 존재시성 문제틀의 전단계로서의 시간에 대한 칸트의 학설 2.데카르트의 ‘코기토 숨(나는 사유한다, 나는 존재한다)’의 존재론적 기초와 “사유하는 사물”이라는 문제를 안으로의 중세 존재론의 인수 3.고대 존재론의 현상적 지반과 한계에 대한 판별체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간에 대한 연구>로 제시했다. 그러니까 [시간과 존재]는 제1부의 1,2장에 해당한다. 하이데거는 나머지 부분을 출간하지 않았다. 그러나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칸트와 형이상학의 문제] 등에서 [시간과 존재]의 후속 작업을 진행했다.
하이데거는 존재자인 현존재가 존재의 근원을 묻고 고향을 찾아가는 인생 여로를 [존재와 시간]에서 분석했다. 세계에 내던져진 현존재는 열려있는 존재이고 아직 결정되지 않은 존재이다. 따라서 현존재는 스스로 결단하여 죽음으로 다가가서 죽음의 시간이 규정하는 존재 전체를 이해하고, 고유하고 본래적인 존재로 살아야 한다. 따라서 세속적 일상에 빠져서(verfallen) 나-자신이 아닌 그들-나로 사는 세인(Das Man)에서 벗어나 고유한 존재성, 본래적 시간성, 실존적 본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세계내존재(Sein-in-der-Welt)로 사는 현존재가 모든 것이 무(das nicht)로 돌아가는 죽음의 시간을 자기화할 때 진정한 실존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존재에 대한 독창적 해석을 보여준 [존재와 시간]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헤겔의 [정신현상학]에 버금가는 중요한 저서로 인정받았고,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이후 철학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김승환)
*참고문헌 Martin Heidegger, Sein und Zeit, (Tübingen: Max Niemeyer Verlag, 1927).
*참조 <권태[하이데거]>, <내던져진 존재>, <불안[하이데거]>, <시간>, <시간[하이데거]>, <양심[하이데거]>, <인식론>, <있다⦁있음>, <있음⦁없음>, <조르게/염려[하이데거]>, <존재[하이데거]>, <존재⦁존재자>, <존재론>, <존재론적 해석학>, <죽음[하이데거]>, <하이데거>, <현재⦁과거⦁미래>, <현존재 다자인>, <형이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