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산기슭에 눈은 쌓였는데 봄이 묻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어서어서 성큼성큼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문안드립니다.
13살 어진이는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들고 “같이 칠 사람?” 하며 찾아 다닙니다.
지나가던 선영씨가 붙들려서 함께 치니 마당은 금방 시끌벅적 난리법석이지요.
깔깔 낄낄... 훈수가 많으니 더 재미있나봅니다.
잘났던 못났던 함께 모여 살아갈 때 내가...와 나...만 없으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날마다 보며 느끼며 배웁니다.
12살 된 하은이 예쁜사람 만들기 프로젝트에 들어갔습니다.
6개월 함께 살았고, 방학을 해서 지내다보니 나쁜 습관과 행동이 너무 많네요.
식구들 자치회의 시간이 하은이 청문회하는 시간이 되기 일쑤지요.
몇군데 시설을 거쳐 왔는데 함께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 태어난 아기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하니 피차 힘들긴 합니다.
모든 것을 내 맘대로 하지 않으면 울고 던지고 손 뜯고 발 구르고 소리 지르고...
식구들 나이 상관없이 함부로 대하고 차고 때리고 명령하고... 멋대로 하지요.
지적장애가 있지만 다행히 나름 똘똘하고 야무지며 명랑하고 활달합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부터 진정시키며 하나씩 잡아가고 있습니다.
예쁜사람이 되어 모두가 하은이를 좋아하게 하자는 말에 동의하고 있지요.
갈 길이 멀지만 기대가 되는 프로젝트이기에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75세가 되신 동란 할머님의 건강비결 입니다.
겨울만 빼고 거의 마당에서 하루종일 햇볕과 함께 지내시며 다 참견하십니다.
누군가 지나가다 옷깃만 스쳐도 쫓아가서 한 대 때려야 직성이 풀리시지요.
그래서인지 식구들 감기가 돌아도 감기 걸리지 않는 유일한 분이십니다.
머리조차 검어서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요.
할머님을 보면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매일 살아가는 과정 속에 답이 있지 싶네요.
카페동산 소식입니다.
겨울 방학이 길어서 좋지만, 힘든 아이들도 있습니다.
지나가다 들린 듯, 배 안고픈 척 들리는 아이들이 몇 명 있습니다.
먹어주면 고맙다는 듯... 먹고 가든, 들고 가든, 갖고만 가라고 무심히 말하지요.
배고픈 아이일수록 갖고 가라하면 컵밥을 달랑 한 개만 듭니다.
그래서 쇼핑백을 준비해 놓고 컵밥과 라면 간식를 챙겨서 담아 주지요.
가난은 불편할 뿐이지만 예민한 아이들에겐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 수 있습니다.
올해도 하나님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먹이실까... 기대가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25년 2월 23일 나눔의 동산에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