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이다. 사랑어린학교에서도 한 해의 배움을 갈무리하고 또 하나의 매듭을 짓기 위해 모두가 참여하는 연극을 17일(흙) 늦은4시, 관옥나무도서관에서 올린다. 작년부터 배움터에서는 한 해의 배움 마무리를 [함께.어울려.놀면서.크는.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 가족이 함께 준비하고 즐기는 연극을 하고 있다. 연극은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희곡에서 출발하지만 음악과 미술이 시간과 어우러지며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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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연습 후 다 함께 새참 먹고 노래연습 중 |
올해 배움터에서 선택한 작품은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이다. 바보 이반의 모습에는 사랑어린 사람들의 바탕이 있다. 돈을 우선하지 않고 힘에 굴복하지 않으며 ‘태어날 때 이미 모든 것을 받았으니 우리가 이제 할 일은 도로 내어드리는 것밖에 없다’는 드림정신이 살아있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자급.자립.자치의 공동체가 거기 있다.
연극을 통해 아이들은 저마다의 역할로 연극에 참여하며 내 것을 고집하지 않고 무슨 일이 오더라도 나를 잘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이를 위해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원작인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 읽기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어른들도 매주 물날 해오던 연극교실에서 리딩과 함께 대본을 만들고 역할도 맡아보는 연습을 해왔다. 그리고 한 달 전 본격적인 연극준비에 들어가 연기팀과 무대 및 소품팀, 몸짓팀으로 나누었다. 물론 각자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하고 즐겁게 참여한다.
올해는 연기팀에 지원한 아이들이 꽤 많다. 이번 연극에서는 역할도 많고 출연배우들도 많다.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고 했던가, 아이들은 아무리 작고 사소한 배역이라도 온 마음을 다해 참여한다. 대사 한 마디, 동작 하나를 위해 길고 지리한 연습시간을 함께 긴장하며 에너지를 더한다. 말(대사) 한 마디에 천가지, 만가지 표정이 깃들고 동작 하나에 공기의 무게와 흐름이 달라진다. 계속되는 반복연습에 끝내 울음을 터뜨린 주인공 바보 이반은 대사 외우는 것은 쉽기만 한데 연기는 무척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렇지만 다음날 연극연습에는 다시 해맑게 들어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무들도 말없는 연대감을 확인하며 연극엔 더욱 힘이 실린다.
무대 및 소품팀 역시 대본을 먼저 몇 번씩 읽고 무대를 스케치해본다. 마음껏 상상하고 소품 또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직접 만든다. 교실 벽에는 스토리까지 얹어 만화로 그려지는 무대와 소품이 빙 둘러쳐져있다. 촘촘히 일정도 짜여진다. 이들의 야문 손끝에서 빠르게 소품을 이용한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실제 벌어지는 연기연습을 보며 다시 수정하고, 그리고, 만들고를 반복한다. 점점 근사한 무대가 만들어진다. 무대에서의 조명도 중요한 일이다. 지난 주말 아빠들 여섯 명이 조명을 달고 창문마다 꼼꼼하게 암막천도 달았다. 도서관은 점점 연극의 열기가 더해간다. 몸짓팀은 아직 어린 동생들인 1,2학년들 차지이다. 언니, 오빠들의 노력과 멋진 솜씨를 보며 동경하는 아이들의 몸짓은 연극무대에서 꽃처럼 피어난다.
총연출을 맡은 이상직선생님은 연극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와 우리들의 삶속에서 공유하는 것이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가지만 이야기는 남는다고 한다. 그리고 오래오래 전해지는 이야기일수록 그 내용은 ‘거꾸로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마도 바보 이반의 모습이리라. 날마다 하루종일 타이트한 연극연습에도 흐트러짐없는 선생님은 타고난 연극인이다.
9학년들은 봄부터 직접 구상하고 대본을 쓰고,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시간까지 내용을 비밀에 붙인 연극 ‘CHANGE’를 공연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에겐 끈끈한 무언가가 있다. 이제 졸업까지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은 즐거운 추억만들기에 한층 분주하다. 조용하면서도 열기에 가득차있다. 떠남과 헤어짐을 축제처럼 기쁘게 벌이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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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연습 후 다 함께 새참 먹고 노래연습 중 |
연극의 완성은 관객이라 한다. 연극을 준비한 사람들은 물론 우리는 모두 감동할 준비가 되어있다. 生을 예민하게 느끼고 작고 사소한 것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랑어린 사람들이므로.
“모든 현명한 사람들은 이반의 왕국을 떠났고, 오직 바보들만 남았다. 아무도 돈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살면서 일을 했다. 제힘으로 먹고, 다른 이들도 도와주었다.” 『바보 이반』중에서
☞ 사랑어린학교에서는... 12월 6일~8일 김장하는 날 배움터 배추와 바람별네서 절임배추를 받아 모두 320kg를 담았어요. 무를 뽑고 파를 다듬고 각종 양념을 썰고 다지고, 사흘째 되는 날은 1학년들의 조막손부터 배움터 모든 아이들이 장갑을 끼고 버무리고 담고 가까운 이웃과 나누었어요. 양념이 많이 남아 이번주 목요일에 100kg를 더 담을 예정이에요.
12월 17일(토) 늦은4시, 연극공연 전체 연극 '바보 이반', 9학년 연극 ‘CHANGE’
12월 23일(금) 방학식
12월 24일(토) 이른10시, 매듭짓고 다시 떠나는 날(졸업식) 9학년(중3) 아이들 한 명 한 명 저마다 16년 인생을 담아 에세이를 쓰고 발표하는 시간과 밥모심도 준비되지요. 9년동안의 배움을 매듭짓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떠나는 아이들의 발걸음에 함께 축하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