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명(胎名-배내이름) 짓기/유 준 호
1. 태명(胎名)이 왜 필요한가.
태명은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는 꼭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것이 예전에는 드물었는데 태명이라는 것이 반드시 꼭 필요할까?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주어지는 이름 태명이야말로 아기 일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주는 것이란 생각 때문에 유행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 세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것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처음부터 조그마한 부모의 관심은 장래에 애들에게 부모의 사랑과 희망을 가득 안겨줌으로써 비로소 완성된 아이로 커가는 것이란 생각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태아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임신 20주 정도부터 듣기 시작해서 임신 7-8개월 이후에는 엄마, 아빠 소리를 기억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아기는 뱃속에서 탯줄을 통해 엄마로부터 영양분과 공기를 받고 자라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엄마의 따뜻한 마음, 다정다감한 목소리이다. 귀에 익숙한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 태아는 몸도 마음도 편안해하고, 그런 상태라야 뇌도 잘 자라고, 몸속의 여러 장기들도 기능을 활발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은 뱃속의 아기와 대화를 나눈다.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어 주기도 하고, 산책을 하며 "지금 물소리 들리니? 저게 바로 냇물이라는 거야." 하고 얘기해 주기도 한다. 또는 우울한 생각에 잠겨 있었거나 너무 힘든 일을 하고 나서는 "아가야, 미안해. 엄마가 잠깐 네 생각을 못했구나. 이제 안 그럴게." 하고 엄마 마음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런데 태담을 할때 막연하게 `아가야' 하고 부르는 것보다는 아기만의 이름이나 별명을 불러 주는 것이 좋다. 아기의 이름을 부르며 얘기하다 보면, 아기가 뱃속에 살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좀 더 친근한 목소리로 솔직한 얘기를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빠들은 처음에 아내의 배에 대고 아기와 태담을 나누는 것을 매우 쑥스러워한다. 이 때 아기의 이름이 있으면 좀 더 쉬워진다. 간단하게는 "○○야, 안녕? 나, 아빠야. 잘 크고 있니?" 하고 자연스럽게 태담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는 엄마 몸 밖으로 태어날 때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하나의 생명이고 소중한 인간이다. 그래서 뱃속에서 자신의 태명을 듣고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와 연결된 자신의 존재를 깨달아 열린 마음을 갖게 될 거라 믿는다. 서양인은 이 태명을 별로 귀하게 여기지 않지만 동양인들은 예로부터 <태교>를 중시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순간부터 물리 화학적인 분화 작용을 생명의 발생과정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한 생명을 동양적 관점에서 보면 부정모혈은 정(精)과 신(神)을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태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태교란 단순히 건강한 아가가 태어날 수 있도록 산모의 뱃속에서 일어나는 물리화학 작용을 보조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작용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주체이다. 또한 산모는 아가를 낳는 기계가 아니라 아가의 정신을 이루는 우주가 된다. 그래서 태명을 지어 불러주게 되는 것이다. 이 태명은 요즘 갑자기 융성하게 되었지만 그 뿌리는 깊다. 우리나라 사회에는 유교문화에 오랫동안 젖어 있었다. 그 결과 유교문화의 규율이 유래하고 있는데 예전부터 본명을 부르기를 꺼리어 이름 대신 태아일 때는 태명(胎名)을, 유아기엔 아명(兒名)을, 성인이 되면 호(號)를 지어 이름 대신 불렀다. 이는 진짜 이름을 자주 부르면 이름이 천(賤)해지고 오는 복(福)이 달아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태명(胎名)을 지어주는 또 하나의 의미는 태명을 불러주면 정서적으로 뱃속에서부터 태아의 청각이 열려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기를 임신하게 되면 엄마와 아빠는 태어나기 전까지 뱃속에 있는 아기를 임시로 지어 부르는데 이가 태명, 배내이름이다. 태명은 태중의 아기가 알아듣기 쉽도록 발음에 유의하고, 반복되는 태명이 좋다. 여기서 요즘 많이 사용되는 것과 추천할 수 있는 우리말 태명을 소개한다. 사실 태명(胎名)은 아기보다는 부모의 소망이 담긴 이름이다. 아기의 의사와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규율이 행동과 마음을 바꾼다고 하니 결과적으로는 아기의 일생에 일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사용되는 것과 사용을 추천하는 우리말 태아명
가온 : 세상의 가운데
가을이 : 가을에 태어날 아기
겨울이 : 겨울에 태어날 아기
까꿍이 : 초음파상 꼬물대는 모습
꼬물이 : 꼼지락거린다.
꽁냥이 : 반갑게 인사
꿀떡이 : 달콤한 아기
꿀꿀이 : 아기돼지처럼 귀엽게
나래 : 날개
나린 : 하늘이 내린 아이
난이 : 공주
내담 : 힘차고 건강하게 자라라
다솜 : 애틋한 사랑
단미 : 사랑스러운 여자아기
도담 : 별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습
듬뿍이 : 사랑 듬뿍 받으라.
디희 : 세상을 희게 하는 아기
딱콩 : 엄마한테 딱 붙어있으라
똑똑이 : 똑똑한 사람
라미 : 동그라미
라온 : 즐겁다의 순 우리말
로다 : 기다리던 아기가 바로 너로다
로또 : 로또처럼 큰 복
로와 : 슬기로와
루다 : 모든 것을 이루다
리네 : 우리네라는 줄임말
마루 : 하늘의 순 우리말
모아 : 늘 뜻을 모아 사는 삶
미르 : 용의 순 우리말
바오 : 보기 좋게
반짝이 : 반짝 반짝 빛나라
보미 : 봄에 태어날 아기
복덩이 : 복 많이 받는 아기
산다라 : 굳세고 꼿꼿한 아기
상큼이 : 상큼하고 예쁜 이
새론 : 늘 새로운 사람
설아 : 눈처럼 흰 아이
소아 : 소담하고 아름답다.
슬아 : 슬기롭고 아름답다.
쑥쑥이 : 잘 빨리 크라
아라 : 바다라는 순 우리말
아람 : 잘 익은 과일 열매
아토 : 선물
여름이 : 여름에 태어날 아기
열무 : 열 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라
이든 : 착하고 어질다는 순 우리말
이솔 : 소나무처럼 곧은 아기
짹짹이 : 귀엽게 노는 모습
쭉쭉이 : 쪽쪽 빨아먹고 잘 자라라
찬들 : 풍요로운 들판
초아 : 초처럼 세상을 빛나게 한다.
초코 : 달콤한 존재
총총이 : 총총거리는 이
토리 : 야무지고 옹골차라
통통이 : 통통하게 잘 자라라
콩콩이 : 뱃속에서 콩콩거림
튼튼이 : 튼튼하게 자라라
하랑 : 하늘 높이 난다
하랑이 : 함께 사는 세상 높은 사람이 되라
한울 : 우주의 순 우리말
후련히 : 막힌 데가 풀려 시원하다
3. 태아명 짓기 방법
태명 짓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우리의 고운 말을 동원하여 짓기를 권한다. 그리고 다음을 참고하여 보면 좋겠다.
1. 쉬운 태명을 지어라.
임신 20주 부터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감지하고 목소리를 구별하기도 한다 하니 아기가 알아듣기 편하고 발음하기 쉬운 이름으로 짓는다.
2. 될 수 있으면 의성어, 의태어로 태명을 지어라.
의성어와 의태어처럼 자주 반복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하면 짓기도 쉽고 아기도 받
아들이기 편하다고 한다. 또한 위에서 보인 것과 같이 고운 순우리말 2음절어는 자주 본명으로도 쓰시고 있기 때문이다.
3. 마음을 담아 태명을 지어라.
아기가 어떻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태명(배내이름)을 짓는다. 형제, 자매 등이 있다면 그 아이의 이름을 따서 태명을 짓는 방법도 있다. 태명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불러주는 이름임으로 아기의 이름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한국시조협회부이사장 겸 대전지회장]
7/17.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