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牛亭)의 이탈리아 기행(2) – 드디어 밀라노 도착
홍콩 지점에서 마련해 준 Alitalia 항공편으로 홍콩에서 밀라노로 날아 갑니다.
이탈리아 은행이라 굳이 꼭 이탈리아 항공이네요. 그 시절(1995년) 이탈리아의 Alitalia 항공은
서비스 안 좋기로 이름 났습니다. 요즈음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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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상공에 도착하니 안개가 끼어 도저히 착륙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좀 떨어진 밀라노
북동쪽 40km에 있는 베르가모 공항에 착륙하여 버스로 밀라노 공항으로 왔습니다.
베르가모는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만 알려진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작곡가 도니제티의 고향입니다. 이렇게 닿는 곳마다 문화의 사연이 있네요.
또한 이탈리아의 유명한 캐디 출신의 프로 골퍼, 코스탄티노 로카(Rocca)의 고향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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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gamo 가 고향인 Donizetti 1797-1848.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와 "사랑의 묘약" 작곡.)
버스로 밀라노에 오다 보니 이미 입국수속이 다 된 줄 알았는지 입국 수속이 없습니다.
여행하면서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당했네요. 예약된 호텔이 카부르 광장에 있는 카부르 호텔입니다.
딱 몇 마디 익힌 이탈리아 말로 택시 기사에게 “Andiamo Hotel Cavour!(카부르 호텔 갑시다!)”
했더니 “Si(네)” 하면서 잘 데려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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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중심가 지도. 오른편 윗 쪽에 "Piazza Cavour"가 보입니다. 아래 가운데 흰 십자가가 밀라노 대성당)
나중에 알았지만 “카부르”란 이름은 사르덴냐 왕국의 수상으로 1860년 “가리발디” 장군과 함께
이탈리아를 통일하는데 핵심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Denis Mack Smith 가 쓴 “Cavour and Garibaldi 1860”에 이탈리아 통일을
위한 막바지인 1860년, 이 두 사람의 정치적 갈등에 대한 연구로 미묘한 관계가 잘 그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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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통일 과정을 자세하게 연구한 역사서. 이탈리아 문화원 강좌에서 추천받아 읽었습니다.)
두 해 뒤에 본점을 방문했을 때 국제부장 Mr. Astarita에게 내가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했더니 그도
이 책을 익히 알고 있다면서 깜짝 놀라는 척하며 아시아 담당 차장에게 "Mr. Yi가 이탈리아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 위험한(pericoloso) 인물"이라고 농담을 했습니다.
("Ca' de Sass" 란 이름의 본점 건물)
그 다음날 드디어 본점 국제부를 찾아갔습니다. 국제부는 본점 건물과는 다른 건물에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건물들이 모두 건물 가운데에 마당(中庭)을 두고 있고, 우리나라의 건물처럼 번듯한 대문이
없고 출입구는 아주 작은 문밖에 없어서 찾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몇 번을 물어서 겨우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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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지점장이 (본점의 신속한 결정을 재촉하느라고) 나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다고 했습니다.
본점 건물로 옮겨 부 행장의 면접을 했습니다. 일종의 상견례로 간단히 끝이 났습니다.
본점 이사회 회의실 구경하고 임원들만 출입하는 식당으로 초대되어 점심식사 대접을 받았는데 이전
영국 최대 은행의 임원식당에도 초대되어 가 봤지만 그 격조와 화려함이란 비교될 수가 없었습니다.
과연 문화 전통의 수준에서 비교가 안되는 이탈리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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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점 건물의 외부 벽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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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의 느낌이 드는 화려한 본점 이사회 회의실. 이 옆에 크고 작은 임원 식당이 있습니다.)
면접은 짧게 끝이 났고 아직도 이탈리아도 밀라노도 그리고 새 직장의 본점도 정확하게 모른 채
가까운 큰 거리로 나가 둘러 봅니다. 약간 안개가 끼인 날씨에 흐릿하게 큰 성당이 보였습니다.
서양의 도시들은 모두 대성당이 그 중심에 있지요. 나의 이탈리아에 대한 인식처럼 아직은 안개가
자욱한 속의 밀라노 두오모 앞에서 우선 사진 한 장 달랑 찍고 귀국하여 전임자로부터 업무 인수인계
받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탈리아 공부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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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탈리아에 대한 이해의 정도인 양 흐릿한 안개속의 Duomo di Milano. 이제 점차 공부를 해 가면서
더 선명한 이탈리아 이해가 시작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