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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이럴 땐 도망가는 것도 상책 [스프]
심영구 기자2024. 5. 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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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⑧] 조짐이 보이면 도망쳐라! 나쁜 예상은 적중한다 (글 : 양선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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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짐이란 주로 사람에게서 옵니다. 어떤 사람의 행동을 통해 앞날을 예측할 수 있지요. 주변에 있는 우매하거나 사악한 사람으로 인해 두려운 조짐이 보일 때, 보통은 어떻게 하나요. 두려움에 떨거나 아니면 아예 눈 감아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쁜 예측은 참으로 적중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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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나라 폭군 주왕이 상아 젓가락을 쓰자 그의 신하인 기자는 두려워했다.
상아 젓가락을 쓰려면 필시 질그릇에 국을 담아 먹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서각이나 옥으로 만든 그릇을 쓸 것이다. 옥그릇에 상아 젓가락이면 필시 콩잎 국을 담지는 않을 것이고, 털이 긴 소나 코끼리와 표범의 새끼를 담을 것이다. 털이 긴 소나 코끼리와 표범의 새끼는 반드시 짧은 베옷을 입거나 띠로 만든 지붕 아래에서 먹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아홉 겹의 비단옷을 입고 고대광실에 앉아 먹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어울리는 것을 구하려면 천하에 있는 것으로 부족할 것이다.
성인은 미미한 것을 보고 그 맹아를 알며, 시작을 보고 그 끝을 안다. 그러므로 상아 젓가락만 보고도 불안해한 것은 천하에 만족함이 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은나라 주왕은 포악무도한 왕으로 하나라 마지막 왕인 걸왕과 쌍벽을 이루는 고대 중국의 대표적인 악왕(惡王)입니다. 중국 고전에서 '걸주'(桀紂)라는 말이 나오면, 악왕의 비유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걸왕이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된다면, 주왕은 달기라는 애첩과 포락형으로 유명하죠. 포락은 사람을 발가벗겨 달군 쇠기둥을 기어가도록 했다는 가혹한 형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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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은나라에도 충신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나쁜 조짐을 읽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러시면 아니 되옵니다'라며 충간을 하기도 했죠. 중국 충신의 대명사로 통하는 비간도 충간을 하고 죽임을 당했고, 주왕의 숙부였던 기자 역시 옥에 갇혔습니다. 제후들은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켰죠. 그러나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그가 가두었던 서백(西伯)의 아들 주무왕에게 나라를 빼앗깁니다. 나쁜 조짐은 나쁜 결말을 향해 갑니다.
한비자는 "비간은 군주가 멸망할 것은 알았는데, 자기가 죽을 줄은 몰랐다"며 "일이 돌아가는 추세는 알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한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합니다. 악인에 대한 충성의 결과는 자신의 몰락으로 이어집니다.
또 남의 눈에는 나쁜 결과가 예측되는데 본인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충고'라는 건 사람에게 통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특히 명예욕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죽을 게 뻔해 보여도 부나방처럼 불 속으로 돌진합니다. 공자가 자서를 걱정한 일화처럼 말입니다.
#2
공자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자서(초나라 영윤으로 있던 공자 신)가 저렇게 명성을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해 누가 충고할 수 있겠는가?"
자공이 말했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그에게 충고했지만 자서는 개의치 않았다.
공자는 말했다.
"관대하여 이익을 좇지 않고, 고결한 성품은 변치 않아 굽은 것을 굽었다 하고, 곧바른 것을 곧바르다 한다. 하지만 자서는 재앙을 면키는 어렵겠다."
그리고 백공의 난이 일어났을 때 자서는 죽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행동이 곧은 사람이라도 명예욕이 앞서면 굽는 행동을 한다."
그렇다면 나쁜 조짐이 보일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소 허무하지만 그 화가 내 몸에 미치지 못하도록 미련을 두지 말고 도망치는 게 상책이라는군요.
#3
이웃이 사나워 집을 팔고 피해 가려는 사람이 있었다.
이에 주위 사람이 "그자의 죄는 곧 가득 차서 관이 알아서 처리해 줄 것 같으니 좀 기다려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나는 그것이 나를 가지고 가득 차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하곤 떠났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기미가 보이면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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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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