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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의 규칙, 혼돈 속의 질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입장에 있으면서 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중국어는 너무 어려워. 게다가 어법은 더 어려워."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중국에 유학이나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을 만나면, 그들의 입에서는 또 다른 말이 나온다.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말해도 통해. 어법은 따질 필요가 없어."라고.
언뜻 보면 양자는 상당히 모순되는 말이다. 중국어가 어렵지만. 대충 말해도 의사소통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국어가 어렵고 대충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는 것은 중국어가 체계가 없는 혼돈 속에 빠져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중국인과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은 그래도 무언가 체계를 갖춘 질서가 존재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여기에서는 중국어가 무질서의 혼돈덩어리로 보이지만, 오히려 그 속에 나름의 질서를 갖고 있음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를 통해 중국어, 특히 중국어 어법에 쉽게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국어 어법이 어렵다는 이유는 이름 즉 용어의 생소함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모든 학문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마찬가지로 중국어 어법 용어도 대부분 그 이름 자체에 이미 용법과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혼돈덩어리로 보이는 중국어에 접근하여 혼돈의 꺼풀을 벗겨낼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고 하겠다. 이제 아래의 설명을 통하여 중국어 어법에 사용되는 용어에 연애를 걸어보자.1) 혹시 아는가! 연애가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한 에피소드에 불과하겠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전체가 되듯이, 이를 통해 어법을 사랑하게 될런지도.
먼저 어법(语法)이라는 용어를 살펴보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grammar를 문법(文法)이라 불러 왔다. 중국에서도 I960년대 초에 문법을 사용할 것인지 어법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법이라는 용어를 통용하고 있다. 왜 그럴까? 간단히 생각해 보자. 문법이란 이름 그대로 문(文)의 법칙(法则), 즉 글로 쓰여진 서면어의 규율이란 뜻이고, 어법이란 어(语)의 법칙, 즉 말로 표현된 구어의 규율이란 뜻이다. 언어를 기록한 형식이 문자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문자는 언어에 기초하며, 언어가 1차적이고 문자가 2차적이라는 사실은 발생학적으로 크게 빗나간 얘기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어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줄기가 뿌리에서 자라난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법이 언어에 기초한 발상이라는 것은 그 정의에서도 직접적으로 관찰된다. 일반적으로 어법은 '언어를 형성하는 단위인 사(词), 사조(词组), 구자(句子)가 어떤 구조로 얽혀 있는지를 규칙이나 규율로써 서술한 것'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사, 사조, 구자는 또 무엇인가?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언어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보라고 한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와 같은 문장을 제시할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것이 다. 언어는 문장, 즉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상대적으로 완전한 언어 단위인 문장을 기본적인 운용 단위로 삼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할 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장을 이어서 말해야지, 만약 '나', '당신', '사랑하다'를 따로따로 떼어서 말한다면 상대방은 그 의미를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장을 중국어 어법에서는 구자(句子)라고 한다. 다시 말하여 '구자(句子)=문(장)=sentence'이다. 그런데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장은 '나', '당신', '사랑하다'라는 요소가 합쳐져서 이루어진다. 잘 알다시피 우리는 이런 각 요소를 단어라고 한다. 단어를 중국어 어법에서는 사(词)라고 하므로, '사(词)=단어=word'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게다가 우리는 위 문장을 확대하여 "나는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 '당신'과 '아름다운 당신'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아름다운 당신'은 '아름답다'와 '당신'이 결합된 형태이다. 다시 말하여 두 개의 단어 즉 두 개의 사가 결합되어 있다. 이것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구라고 하며, 중국어 어법에서는 사의 조합, 즉 사조(词组) 또는 단어(短语)라고 한다. 따라서 '사조(词组)=구=phrase'라고 하겠다.
요컨대 '사 ≤ 사조 ≤ 구자'라는 언어 단위들의 구조 규칙을 바로 어법이라고 하는 것이다.2)이상의 설명을 중국어를 통해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我的朋友写完论文了。 (나의 친구는 논문을 다 썼다.)
(2) 你妈妈已经走了吗? (네 어머니는 벌써 가셨니?)
위에 제시된 예는 모두 구자로서, 구자(1)은 '我的朋友', '写完', '写论文'이라는 사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사조는 '我'와 '朋友', '写'와 '完', '写'와 '论文'이라는 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구자(2)는 '你妈妈', '已经走'라는 사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사조는 '你'와 '妈妈', '已经'과 '走'라는 사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위 설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 사조 그리고 구자가 각각의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이것들 역시 이름 속에 용법과 기능을 감추고 있는 걸까? 우선 사의 유형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보자. 사 즉 단어의 유형을 범주로 모아 놓은 것을 우리는 품사라고 하며, 중국어 어법에서는 사류(词类)라고 한다. 중국어의 사류는 일반적으로 아래 1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명사는 사람이나 사물의 명칭을 나타내는 사를 말하며, 시간이나 방위를 나타내는 사도 포함한다. 대사는 다른 것을 대신하거나 혹은 대체 지시하는 사를 말하며, 이중에서 사람이나 사물을 대신하는 대사를 인칭대사(人称代词), 사람이나 사물을 대체하여 지시하는 대사를 지시대사(指示代词), 의문을 나타내는 대사를 의문대사(疑问代词)라 한다.
동사는 대체로 움직임을 나타내는 사를 말하며, 동작이나 행위를 나타내는 사는 물론 심리상태나 판단을 나타내는 사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한 CF의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멘트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爱(사랑하다)'는 심리상태의 움직임을 나타낸다고 여기기 때문에 동사에 포함 시킨다. 또한 능원동사(能愿动词)를 동사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이유 역시 '능(能)-할 수 있다-가능하다'와 '원(愿)-원하다-하려고 하다'와 같이 심리상태의 움직임을 나타내며, 아울러 동사와 비슷한 특징과 용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형용사는 대상을 형용하는 사를 말한다. '형용'이라는 것이 대상의 성질이나 상태가 어떠어떠함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때, 형용사는 그 대상인 사람이나 사물을 형용하거나, 동작이나 행위를 형용한다. 예를 들어 '那个孩子很聪明。(저 아이는 총명하다.)'에서 '聪明'은 '孩子'의 총명한 성질을, '旧杂志(낡은 잡지)'에서 '旧'는 '杂志'의 낡은 상태를, '快走。(빨리 가.)'에서 '快'는 '走'하는 상태가 빠르다는 것을 표현한다. 수사는 수를 나타내는 사를 말하며, 정수, 서수, 분수, 소수, 배수 및 어림수 등을 나타낼 수 있다.
양사는 사람이나 사물 혹은 동작의 수량 단위를 나타내는 사를 말하며, 'ᅳ瓶啤酒(맥주 한 병)', '这张桌子(이 책상)', '看两遍(두 번 보다)'에서처럼 수사나 지시대사와 함께 사조를 형성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예처럼 명사 앞에 사용된 양사를 명량사(名量词)라고 하는데, 우리가 '맥주 한 병', '신발 두 켤레'라고 하듯이 명사는 자신의 의미와 관련된 고유한 명량사를 선택한다. 그리고 세 번째의 예처럼 동사 뒤에 사용된 양사를 동량사(动量词)라고 한다.
부사는 부수적인 기능을 하는 사를 말한다. 즉 부사는 구자에서 주요성분이 되지 못하고 부가성분의 역할을 하여, 주로 동사, 형용사, 부사 등을 수식하거나 때로는 구자 전체를 수식한다. 예를 들어 '他们已经出发了。(그들은 벌써 출발했다.)'에서 '已经'은 동사 '出发'를 수식하고, '他今天特别高兴。(그는 오늘 매우 기쁘다.)'에서 '特別'는 형용사 '高兴'을 수식하며, '他门不都是韩国人。(그들 모두가 한국인은 아니다.)'에서 '不'는 부사 '都'를 수식한다. 그리고 '信不信由你, 反正我不信。(믿든 안 믿든 네게 달렸지만, 어쨌든 나는 안 믿어.)'의 '反正'은 '我不信'이라는 구자 전체를 수식한다.
개사는 성분들 사이에 끼어서 기능을 하는 사를 말한다. 끼어 있다는 것은 두 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첫째는 위치와 관련된 것으로서, 개사 '在'는 '我在北京住。(나는 베이징에 산다.)'에서처럼 '我'와 '北京'의 사이에 끼어 있거나, '我住在北京。(나는 베이징에 산다.)'에서처럼 '住'와 '北京'의 사이에 끼어 있다. 둘째는 성격과 관련된 것으로서, '我在北京。(나는 베이징에 있다.)'과 '我在北京住。'에 사용된 '在'는 각각 동사의 성격 및 영어 전치사의 성격을 띤다. 이것은 많은 개사가 동사에서 발전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연사는 연결의 기능을 하는 사를 말한다. 즉 '医生和护士(의사와 간호사)'처럼 사를 연결하거나, '打排球或者踢足球(배구를 하거나 축구를 하거나)'처럼 사조를 연결할 수 있으며, '他不但喜欢画画儿,而且喜欢养花。(그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할 뿐 아니라 꽃 기르기도 좋아한다.)'처럼 구자를 연결할 수도 있다.
조사는 돕는 기능을 하는 사를 말한다. 즉 사나 사조에 붙어서 해당 사나 사조의 용법이나 기능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妈妈的眼镜(엄마의 안경)'에서 '的'는 '妈妈'뒤에 붙어서 '服镜'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나타내고, '热烈地欢迎(열렬히 환영하다)'에서 '地'는 '热烈'뒤에 붙어서 '欢迎'하는 모습이 어떠한지를 나타내며, '高兴得很(매우 기쁘다)'에서 '得'는 '高兴'뒤에 붙어서 '高兴'의 정도가 얼마인지를 나타낸다. 이 세 가지는 중심어와 중심어 앞뒤의 수식보충어(정어와 상어, 보어)의 구조(结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므로 결구조사(结构助词)라고 한다.
그리고 '他到了北京。(그는 베이징에 도착했다.)'에서 '了'는 '到'뒤에 붙어서 동작이 완성되었음을 나타내고, '他说着话。(그는 말을 한다.)'에서 '着'는 '说'뒤에 붙어서 동작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며, '他去过北京。(그는 베이징에 간 적이 있다.)'에서 '过'는 '去'뒤에 붙어서 동작을 행한 경험이 있음을 나타낸다. 이 세 가지는 동작의 양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동태조사(动态助词)라 부르기도 하고, 시간의 축 위에서 이루어지는 양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시태조사(时态助词)라 부르기도 한다.
어기사는 어기를 나타내는 사를 말하는데, 주로 구자의 끝에 사용되어 구자 전체의 어기가 확정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他是学生吗?(그는 학생입니까?)'에서 '吗'는 의문의 어기를 나타내고, '咱们一起走吧。(우리 같이 가자.)'에서 '吧'는 청유의 어기를 나타내며, '日子过得真快啊 !(정말 세월 빨라!)'에서 '啊'는 감탄의 어기를 나타낸다. 이처럼 구자 전체의 어기를 돕는 기능 때문에 어기조사(语气助词)라고도 한다.
탄사는 이름 그대로 내뱉는 사, 즉 주로 감탄이나 부름, 대답을 나타내는 사를 말하며, 상성사는 물체나 동작의 소리를 본뜬 사를 말한다. 이어서 사조의 유형을 살펴보자. 사의 조합인 사조 역시 그 이름을 통하여 내부의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아래의 몇 가지를 살펴보자.
연합사조는 사와 사가 병렬 관계로 연합된 사조이고, 편정사조는 수식어(편)와 중심어(정)의 관계로 이루어진 사조이며, 주위사조는 진술 대상(주어)과 진술 내용(위어)의 관계로 이루어진 사조이다. 그리고 동빈사조는 동사와 빈어의 관계로 이루어진 사조이고, 보충사조는 중심어와 보어의 관계로 이루어진 사조이며, 개빈사조는 개사와 빈어의 관계로 이루어진 사조이다.
이외의 연위사조(连谓词组), 겸어사조(兼语词组), 방위사조(方位词组), 수량사조(数量词组), 동위사조(同位词组), 고정사조(固定词组) 등은 여러분이 사조의 이름을 통하여 내부 구조를 충분히 추측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구자의 유형을 살펴보자. 구자의 유형은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는 구조 형식에 근거하는 것이고, 둘째는 표현하는 어기에 근거하는 것이다. 전자를 구형(句型) 또는 구식(句式)이라 하고, 후자를 구류(句类)라고 한다. 먼저 구형에 대해서 살펴보자. 구조 형식에 근거하면 구자는 크게 단구와 복구로 나뉜다.
(3) 单句 : 他走了。 (그가 갔다.)
(4) 复句 : 小张刚走, 小王来了。 (샤오장이 가자, 샤오왕이 왔다.)
단구는 하나의 구자라는 뜻으로서 일반적으로 (3)처럼 주어와 위어로 구성되고, 복구는 복수의 구자라는 뜻으로서 (4)처럼 둘 또는 둘 이상의 단구로 구성된다. 그럼 단구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단구는 주위구와 비주위구로 나뉘며, 주위구는 다시 동사위어구, 형용사위어구, 명사위어구, 주위위어구로 나뉠 수 있다. 그리고 비주위구는 출현하는 성분의 성격에 근거하여 네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이상의 단구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주위구는 주어와 위어로 구성된 구자이고, 비주위구는 주어와 위어로 구성되지 않은 구자이다. 그리고 주위구 중에서 위어의 주요성분이 동사이면 동사위어구, 형용사이면 형용사위어구, 명사이면 명사위어구, '주어 + 위어'이면 주위위어구라 부른다. 비주위구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특수한 동사위어구에 속하는 是字句, 有字句, 把字句,被字句는 각각 위어에 '是', '有', '把', '被'가 사용된 구자이고, 연위구는 2개 이상의 동사(나 형용사)가 위어의 주요성분을 이루는 구자이다. 그리고 겸어구는 '他请我来'의 '我'가 '请'의 빈어이면서 '来'의 주어인 것처럼, 동빈구조의 빈어가 주위구조의 주어를 겸하는 구자이다. 존현구는 어떤 장소에 사람/사물이 존재하거나, 어떤 장소에서 사람/사물이 출현·소실됨을 나타내는 구자이다.
복구는 각각의 단구3)가 어떠한 논리적인 관계로 이어져 있는가에 따라 크게 연합복구(联合复句)와 주종복구(主从复句)로 나뉜다. 즉 위의 (4)처럼 각 단구가 병렬되어 대등한 관계를 나타내면 연합복구라 하고, "不管是什么颜色, 我都喜欢。(무슨 색이든, 나는 다 좋아한다.)"처럼 각 단구가 주와 종의 관계를 나타내면 주종복구라고 한다. 물론 연합복구와 주종복구는 단구간의 논리 관계에 따라 좀더 세분될 수 있다. 한편 구자는 표현하는 어기에 따라 진술구, 의문구, 기사구, 감탄구로 나뉠 수 있다.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름이 내용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아래에 예만 제시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