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이란 이름은 부산시의 시조(市鳥)인 '갈매기'와 '길'의 합성어로, 부산시가 시민 공모를 통해 확정하였다. '갈매'는 순수 우리말로 '깊은 바다'를 뜻하기도 한다. '갈맷길'은 2009년 6월 7일 태어났다고 한다. 부산시는 당시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걷고 싶은 도시'를 공식 선포했다.
시는 그 해부터 628억원을 투입해 단절된 숲, 해안, 강변길을 연결했다. 현재 '갈맷길'은 총 263.8km, 700리에 달하는 거리다. 길은 9개 코스 20개의 작은 구간으로 나뉜다. 9개 코스를 모두 답사하려면 어른 걸음으로 약 86시간이 걸린다고 한단다. 짧게는 5.7㎞(해운대 문탠로드~수영구 민락교, 2코스 1구간)에서 길게는 23㎞(구포역~성지곡수원지, 6코스 2구간)에 이른다.
특히 전 구간이 단절되지 않고 순환코스로 이뤄졌으며 소요시간과 거리, 노면상태, 경사 등을 감안해 코스를 상,중,하로 등급화 해 편의를 더했다고 한다. 해운대 삼포길과 사하 몰운대길, 영도 절영해안산책로는 국토교통부가 전국의 해안누리길 가운데 대표노선으로 선정한 곳이었다.
'갈맷길'이 인기를 끌면서 부산을 주 무대로 한 걷기 동호회가 인터넷 공간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투어에 나서고 있는 회원들은 체험기와 사진 등을 올려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매년 5월이면 광안대교를 걷는 '다이아몬드 브리지 걷기축제'와 10월의 '갈맷길 축제'는 부산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까지 하였단다.
부산 해운대에는 같은 코스를 지나는 여러 이름의 길이 있다. '문탠로드', '삼포해안길', '갈맷길', '해파랑길' 등 길 이름이 가지각색이다. 오늘은 문탠로드(달맞이길~해월정)~해마루~구덕포까지 걷기운동을 하였다.
달맞이고개 입구에서 문탠로드를 경유하여 구덕포로 가게되면 돌아갈 때는 송정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해운대 방향으로 가게 된다. 문탠로드 입구에서 송정해변 까지는 약 5km이니 가족이나 연인끼리, 친구간에 어울리기가 정말 좋은 코스였다.
2015년 11월에는 갈맷길 중 대표 구간을 걸어봤다. 그날도 비오는 날, 1코스의 끝 지점에 속하는 동백섬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누리마루와 해운대 경치에 감탄했다던 최치원 동상을 지나니 목재 데크로 된 산책로가 걷기엔 편하게 되어있었다.
'수진산악회'에서 집결키로 한 해운대해수욕장의 중간지점인 아쿠아리움 만남의 광장으로 갔었다. 전경이 펼쳐지면서 유독 젊은 연인들이 눈에 많이 띄고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면서 장난을 치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의 동쪽 끝을 통과하니 삼포(三浦) 중 첫 번째 포구인 미포에 도착하였다. 젊은이들의 소란스러움도 비오는 날씨와 함께 사라졌다.
달맞이 언덕을 따라 미술관과 고급 주택이 자리한 달맞이길은 이름처럼 매력을 뽐낸다. 봄날에는 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상춘객들이 북적거리는 곳이었는데, 달맞이길을 우산을 받고 천천히 오르다 보니 '문탠로드'라고 불리는 오솔길과 만났다. '문탠'은 피부를 햇볕에 그을리는 선탠처럼 달빛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문탠로드'는 미포 초입부터 달맞이 어울마당까지 약 2.2㎞에 달하였다.
차도와 접한 '달맞이길'에서 벗어나 한가로이 명상에 빠지기 적당한 길이다. '문탠로드'의 종점이자 해운대 삼포길의 중간 지점인 '달맞이 어울마당'은 쉼터로 손색이 없었다. 세련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줄을 지어 차를 마시거나 끼니도 해결할 수가 있다. 달맞이 어울마당에서 다시 오솔길로 접어드니 청사포의 방향이다.
한적한 어촌 청사포는 바다 위 등대가 인상적이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조개구이집과 횟집은 겨울철의 낭만을 더했다. 달맞이길을 지나서 계속 걸었더니 고갯길 아래 해변의 전경이 아름다운 '해마루'가 있고, '해마루'에서 고갯길을 넘어가니 해운대 삼포길이 끝나는 '구덕포'에 이르렀다. '구덕포'는 '청사포'보다 작은 마을로 송정해수욕장과 붙어 있었다. 철길을 따라 부산 송정역을 잠시 들렀으나 운영이 이미 폐쇠되었다.
어제도 살펴봤지만, 송정역은 2006년 12월 4일에 등록 문화재 제302호로 지정되었다. 동해 남부선 복선전철사업으로 송정역은 역사를 이설하여 광역 전철역으로 전환 되었으며, 현 부산 송정역은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서 송정에서 잠시 사우나로 피곤한 몸을 풀까도 했었는데, 해운대온천이 생각이 나 뻐스를 타고 해운대구청 뒷편의 해운대온천센터로 옮겼다.
1930년대 지어진 그대로의 온천수와 2006년 새롭게 단장하여 뛰어난 부대시설을 자랑하는 해운대온천센터. 온천이 발견된 연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라시대 구남온천으로 불렸으며 신라 진성여왕이 천연두를 앓아 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았던 곳이 바로 해운대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곳 온천은 100여 년 전에 청사포 갯마을 나환자들이 밤마다 모여 목욕을 하여 치료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해운대 온천은 오랜 역사적 배경과 구전(口傳)을 통해 그 효능이 입증되어온 내력 있는 온천이다. 왜구의 잦은 침범으로 오랫동안 폐쇄되었다가 그 뒤 일본인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근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약 1시간 동안 온천수 물에 푸욱 담궜다가 수진회 정기총회에 참석키 위해 마음을 서둘렀다. 한결 몸이 가뿐하고 발걸음 또한 가볍기만 하였다.
※ "갈맷길 700리 전체코스 경로 및 시간 안내"
● 1코스 (33.6㎞, 10시간) : 임랑해수욕장 ~ 칠암 ~ 일광해수욕장 ~ 기장군청 ~ 대변항 ~ 해동용궁사 ~ 문탠로드
● 2코스 (18.3㎞, 6시간) : 문탠로드 ~ 동백섬 ~ 민락교 ~ 광안리해수욕장 ~ 이기대 ~ 오륙도유람선선착장
● 3코스 (37.3㎞, 13시간) : 오륙도 유람선선착장 ~ 부산진시장 ~ 국제시장 ~ 남항대교 ~ 태종대 유원지 입구
● 4코스 (36.3㎞, 13시간) : 남항대교 ~ 암남공원 입구 ~ 감천항 ~ 두송반도 ~ 몰운대 ~ 낙동강하굿둑
● 5코스 (42.1㎞, 13시간) : 낙동강하굿둑~명지오션시티~천가교~연대봉~어음포~동선방조제~정거생태마을~천가교
● 6코스 (36.2㎞, 11시간) : 낙동강하구둑~삼락생태공원~삼락IC~구포역~운수사~백양대~성지곡수원지(어린이공)
● 7코스 (22.3㎞, 9시간) : 성지곡수원지(어린이대공원)~만덕고개~동문~북문~범어사~노포동버스터미널~상현마을
● 8코스 (17.2㎞, 5시간) : 상현마을 ~ 회동수원지 ~ 동천교(석대다리) ~ 과정교 ~ APEC 나루공원 ~ 민락교
● 9코스 (20.5㎞, 6시간) : 상현마을 ~ 장전2교 ~ 장전마을(철마면사무소) ~ 이곡마을 ~ 모연정 ~ 기장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