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사찰 진입로 양옆에는 종종 돌탑들을 볼 수 있습니다. 조심스레 쌓아올린 돌 위에, 또 돌 하나를 올립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두 손을 모으죠. 탑은 기도와 기원의 대상이니까요. 그래서 탑 주위를 돌기도 하고, 탑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도 합니다.
탑에는 깊은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땅에서 탑을 볼까요. 그럼 그 의미는 쌓음입니다. 한 칸, 한 칸 씩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나의 바람을 이루게 해달라고 간절함을 쌓는 거죠. 그런데 하늘에서 탑을 보면 어떨까요.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탑은 철저하게 비움을 뜻합니다. 한 칸, 더 작게 한 칸, 더욱더 작게 한 칸씩 한 칸씩 비워서 올라가는 과정이거든요. 그럼 마지막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맞습니다. 뽀족한 꼭대기 혹은 철침만 남습니다. 철침이 가리키는 곳이 어디일까요. 텅 빈 허공. 무한한 하늘입니다. 쌓고, 쌓아서 가는 기도의 종점은 탑의 꼭대기입니다. 결국 땅 위에 머물고 말죠. 그러나 비우고 비우고 비워서 가는 기도의 종점은 무한한 우주입니다.
<백성호 기자의 현문 우답 중에서>
개인의 깨달음인듯 싶지만 많은 이들의 고뇌가 쌓인 말의 탑들. 허술해 보이지만 큰 바람에도 허물어지지 않는 견고함을 지닌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