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0일 토요일
여행 11일째다.
아침 식사 후 소살리토(Sausalito)로 향했다.
버스는 99번 도로(Golden State Hwy)에 들어서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북서쪽으로 달렸다.
끝없이 넓은 평원이 이어졌고 푸른 농장들과 낮은 건물들이 듬성듬성 자리잡은 풍경이 계속 펼쳐졌다.
버스는 머데스토(Modesto)를 지나 120번 도로와 5번, 205번 고속도로를 거쳐, 580번 고속도로(Arther H. Breed, Jr Fwy)로 들어섰다.
이어서 노란색의 야생화들이 예쁘게 피어있고 풍력발전소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그림 같은 풍경의 구릉지대를 넘어갔는데, 이곳이 윈도우 XP 버전의 배경 화면이 촬영된 곳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줬고, 이 구릉지대를 넘어서면서 기후가 내륙성기후에서 해양성으로 바뀐다고 했다.
리버모어(Rivermore)를 지나고 680번 고속도로와의 교차로를 지나 서쪽으로 태평양 해안 가까이 접근해감에 따라 구름은 점점 짙어져서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바깥 기온은 18도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날씨가 급변했음을 실감했다.
캐스트로 밸리(Castro Valley)를 지나 580번 고속도로는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이어졌다.
버클리대학이 있는 오클랜드를 지나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베이 브리지(Bay Bridge)로 샌프란시스코만을 건넜다. 시내의 심각한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 이 다리로 시내에 들어갈 때는 통행료를 내야 하나 나올 때는 무료라고 한다.
다리를 지나면서 북쪽으로 그 악명 높던 감옥이 있었던 앨커트래즈섬(Alcatraz Island)이 보였다. 다리를 건너 10시 38분에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들어섰다.
시내 하늘은 짙은 해무로 잔뜩 뒤덮여 있었는데, 1년중 이런 날씨가 200일가량 계속된다고 한다.
언덕이 많은 이 도시(경기도 성남시와 지형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다.)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대에 있어 지진이 자주 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물들을 붙여서 지었다고 한다.
차 유리창을 깨고 물품을 훔쳐가는 도둑이 많고 소매치기도 많으며, 길거리에서 텐트 치고 사는 홈리스족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가이드의 안내가 있었다. 거리를 걷다 보니 그런 주의문 안내판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시청, 오페라하우스, 한국 CGV 등을 바라보며 시내를 천천히 지나갔다.(운전기사와 가이드의 세심한 배려로...)
샌프란시스코는 땅값과 집값이 매우 비싸(원룸이 10억원 정도 하고, 단층집 한 채는 20~30억원이며, 한달 렌트비만도 400~500만원이라고 함) 많은 사람들이 오클랜드 등 시 외곽지대에 거주하면서 시내로 출퇴근하기에 평일에는 교통체증이 심하여 머세드에서 소살리토까지 3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데, 오늘은 주말이라 교통체증이 덜해 머세드를 출발한 지 2시간 30분만에 금문교 북쪽 소살리토라는 바닷가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고급주택(집값이 70~80억)들이 바닷가 언덕을 따라 예쁘게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이었다. 때를 맞춘 듯이 햇볕이 반짝 났지만, 버스에서 내리니 무척 쌀쌀했다. 어제 숙박했던 곳은 낮 최고 기온이 32~33도를 가리켰으나 이곳은 오늘 최고 기온이 15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음식점(Seafood Peddler Restaurant)으로 들어가 랍스타 요리로 점심을 먹었다. 음료는 커피를 선택했다. 펠리칸 요트항(시내의 부자들 소유의 요트들이 큰 항구에 가득 정박해 있었다.)이 내려다보이는 아주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음식도 아주 맛깔스러웠다.
점심을 먹고 인근의 가브리엘슨 공원 주변을 40분간 산책하며 풍경을 감상했다.
이어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의 주요 포인트 관광을 시작했다.
먼저 금문교 남쪽의 샌프란시스코만 바닷가 가까이에 있는 순수 미술 궁전(Palace of the Fine Arts)으로 갔다. 1915년 파나마 퍼시픽 엑스포가 열렸을 때 이 행사의 대표적 상징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로마네스코 양식의 이 멋진 건축물은 바로 앞의 너른 연못과 잘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주고 있었다.
이어서 남쪽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금문교를 걸어서 건넜다. 2,737m 길이의 이 금문교(Golden Gate)는 조셉 스트라우스에 의해 설계되었는데, 완공이 불가능하다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1933년에 착공되어 1937년에 완공되었으며, 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사용된 케이블의 무게만 22,000톤에 이른다고 한다.
금문교 위에서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베이 브리지, 샌프란시스코만, 앨커트래즈섬, 소살리토 해안의 풍경을 감상하며 걸었다. 30분이 지나 다리 북쪽의 조망대에 도착하여 다시 한번 주변 풍광을 감상했다.
태평양에서 습기를 잔뜩 품고 불어오는 해풍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고지대와 소살리토 뒷편의 높은 지대를 만나 상승 기류가 되면서 구름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며, 소살리토 해안과 샌프란시스코만, 샌파블로만의 낮은 곳으로 하강하면서는 맑은 하늘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형적인 푄현상이었다.
이어서, 세계 3대 초콜릿 중 하나라는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을 지나, 롬바드 꽃길(Lombard of Flower Way)로 가서 그 꽃밭 언덕길을 걸었다.
이어,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 샌프란시스코만 서쪽 해안임)로 가서 유람선('Red And White Fleet'의 Royal Prince호)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만을 1시간 동안 유람했다. 태평양에서 서풍이 강하게 불어와 무척 추웠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위해 선실 밖으로 나갔다. 샌프란시스코만에서 바라본 풍경들이 무척 아름다웠다.
문득,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아름다움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경함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누적되는 진화적 과정에서 생겨난 파생적, 분화적 결과물이 혹시 아닐까? 우리를 때때로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혔다가는 느긋함과 여유롭게 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울게도 하고, 사랑하게 하기도 하고 미워하게 하기도 하고,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움츠러들게 하기도 하는... 그런 미묘한 수많은 감정과 느낌의 스펙트럼도 그런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샌프란시스코만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휴대폰에 담았다. 해무와 구름에 휩싸인 샌프란시스코 시내, 앨커트래즈섬, 보물섬과 베이 브리지, 금문교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파도, 그 파도 위를 매끄럽게 미끌어져가는 요트와 윈드서퍼들... 그리고 강한 바람과 파도, 우아한 듯이 날고 있는 새들...
피어 39에 가서 바다사자 무리를 구경했다. 그 특이한 풍경은 인상적이었지만 궁금한 점은 많았다.
가까운 음식점(Boudin Bakery)에서 비프스테이크로 저녁식사를 했다. 바다 전망이 좋았고 분위기와 음식 맛도 아주 줗았다. 빵을 만드는 공장이 음식점과 함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으며, 빵 맛도 아주 좋았다. 이곳은 유명 음식 명소라고 하였다.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도 제공되었고, 이 달이 생일인 여행팀원(22명 중 무려 6명)들을 위한 깜짝 생일 축하 잔치도 열어주었다. 혜초여행 측의 세심한 배려에 모두 감동하였다.
저녁을 먹은 후 호텔로 향했다.
산호세에 살고 있는 중학 동창한테서 몇 번이나 연락이 왔다. 얼굴 보고 싶다고. 그리고 시내 명소를 구경시켜주고 싶다고...
호텔에 늦게 도착해보니(저녁식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그 동창이 남편과 함께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척 반가웠고 고마웠다. 서로의 일정상 시내 구경을 하기에는 어려운 시각이었기에 다음을 기약하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내일 교회 목회 준비로 바쁜 시간일 텐데도 먼 밤길을 달려 우리를 찾아온 동창 내외의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뭉클했다.
호텔(Hilton San Francisco Airport)로 들어와 짐을 풀었다. 내일 출발할 공항이 가까운 곳에 있고, 샌프란시스코만 서편 바닷가에 가까운 아주 맘에 드는 좋은 숙소였다.
오늘 하루 일을 조용히 오랫동안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