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잘 고치는 사람이 진정한 의사다 / 최종호
지금도 여전히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목과 어깨가 뻐근해 온다. 일렬로 서 있던 목뼈의 한 군데가 어긋나 있는 느낌이다. 통증과 불쾌한 느낌이 한번 시작되면 쉽게 없어지지 않아 힘들다.
이 고질병이 생긴 것은 꽤 오래 전이다. 모니터를 책상 안에 설치했던 시절, 목을 빼고 업무를 본 결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지정 연구학교 3년차 과제 해결이 끝나자 어느 날부터 왼쪽 팔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병명은 경추부 추간판 탈출증, 이른바 목 디스크. 의사가 MRI 사진을 보더니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무기력했다. 그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수술은 최후의 수단. 지인의 소개로 마사지 요법을 받았다. 뼈와 근육을 바로잡고 기를 순환시킨답시고 비틀고 꺾고, 피부를 집어 뜯는데 받고나면 눈물이 핑 돌 뿐만 아니라 시퍼렇게 멍이 든다. 오가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 데다 비용도 많이 들고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석 달쯤 하고 그만두었다.
그 후, 지인이 추천한 정형외과에서 목에 스테로이드제를 두 번 맞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의사가 더 이상은 안 된단다. 다른 의원에서 주사로 등과 목의 심층 근육을 자극하는 치료도 여러 번 받았으나 힘만 빠지고 아프기만 하지 이도 마찬가지. 그러다 심천사혈 요법을 권유받았다. 이 치료법도 목 디스크 치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의원에 다니면서 통증을 치료했다. 그즈음, 친구가 “허리가 아파 잘 걷지도 못한 아들이 정상으로 걸어 나왔다.”라고 하며 도수 치료하는 곳을 소개했다. 그 곳과는 연이 맞았는지 많이 호전되었고, 몸이 뻐근하다싶으면 지금도 그분을 찾아간다. 근육과 골격계의 주치의인 셈이다.
“병을 잘 고치는 사람이 진정한 의사다.” 무면허 침구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황종국이라는 판사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예전에 부산지방법원에서 의료사건 전담 재판장을 맡았다. 면허 없이 유사한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려고 치료법의 실태와 효과를 직접 검증하고 체험했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 『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이다. 읽은 지 오래 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 책에는 의술의 맹점, 의료제도 개혁뿐만 아니라 자연식, 부항과 사혈요법, 소금 치료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요즘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의대생들도 휴학계를 낸 채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대학병원의 교수들도 동조할 기세다. 정부가 “2025학년도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정원을 현원보다 2000명 많은 5058명으로 늘리겠다.”고 한 데서 발단이 되었다.
응급환자와 수술을 앞두고 있는 가족들은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국민 다수도 의료 분야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불쑥 이 문제를 들고 나와 밀어붙이는 것은 분명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민주주의는 토론하고 설득하며 타협이 작동되어야 하는 체제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오만과 독선, 불통으로 국가를 운영하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때로는 양보하고 뒤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합리적인 선에서 잘 조정되기를 바란다.
첫댓글 아이고 고생하셨네요.
모든 것이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목디스크는 내게 글쓰는 일이 가장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그만 둘 수가 없네요. 글벗님 같은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니까요.
열심히 사시다가 병을 얻어 고생하셨네요. 치료를 잘 해 주는 곳을 찾아서 다행이네요.
그 책임감이 무엇인지 연구 과제 해결을 맡아 밤에까지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결과입니다. 미련한 짓이었어요. 적당해 해도 될 것을.
잘 읽었습니다.
황 글벗님 고맙습니다. 뭐든지 지나치면 탈이 나더라구요.
@최종호 '황 글벗' 무척 마음에 듭니다!!! 하하.
글이 깔끔해서 잘 읽힘니다.
선배님같이 글 잘 쓰는 분이 칭찬해 주시니 고맙고 쑥스럽습니다.
글이 깔끔하고 이해가 잘 됩니다.
그래도 힘든 시기 다 보내고, 지금은 관리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맞아요. 지금은 관리할 수 있어 다행닙니다. 무리만 하지 않으면 되는게 그게 잘 되지 않아요. 컴퓨터로 글도 쓰고 기사도 보고 공부도 해야 하니까요. 물론 글쓰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기는 합니다.
예전에 모니터가 책상 아래 설치됐던 게 떠오릅니다. 그 때 선생님들 디스크 많이 생겼을 거예요. 참 무식한 행정이었네요.
건강에 해로운 줄 모르고 그랬겠지요. 하지만 연구 과제가 너무 크고 무거워 밤늦게까지 씨름했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