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진리의 구도자
길희성 박사 선종(기일) 1주년을 맞이하여
_조광호 신부 (동검도채플)
길희성 박사는 그의 마지막 강의 “종교10강”에서 예수의 부활이 단지 미래의 사건이나 죽음 이후의 상태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 속에서 시작되는 변화와 경험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부활이 단순히 기독교 신앙의 교리적 믿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제 삶 속에서 경험되고 체험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부활의 체험이란, 사람의 내면과 삶 전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험이라고 보았습니다. 부활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우리 일상에서 하느님과 깊이 만나는 체험을 통해 오늘의 내 삶이 전적으로 새로워지고 변화되는 것이라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신앙인이란 단순한 형식적 의식이나 외적인 행위가 아닌, 실질적이고 내면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가 강조한 이 부활의 의미는 그의 삶 자체에서도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체험한 부활의 진리를 바탕으로 아무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에 희생적 투신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삶 후반부에 모든 것을 투자하여 심도학사와 같은 명상하고 공부하는 교육기관을 설립하였습니다, 이는 오로지 그의 일생의 궁극적 관심이 진리 탐구를 위해 그 초점이 모아진 것과 절대로 무관치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길희성 박사의 신앙에 대한 태도와 접근은 현대 한국 사회와 한국의 종교에 깊은 여운을 남겼고, 우리 앞에 큰 과제를 안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물질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깊이 고민하며 진리를 찾기 위해 삶의 가장 깊은 그곳에서부터 하느님을 찾고,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재발견하려 했던 그의 열정과 치열한 탐구 정신은 진리를 향한 신앙인의 참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동서양 종교는 물론 철학 과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상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여 인간 본성에 내재된 하느님의 영적 본성의 그 핵심을 밝히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병상에서도 끝까지 자신이 쓴 원고의 퇴고를 위해 숨을 몰아쉬면서도 끝내 물러서지 않았던 열정을 지켜보며 저는 감격하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그의 열정 가운데서 저는 그분이 이 세상에서 살아온 치열한 목적과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은 물질적 성공과 세속적 안락함을 추구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는 신앙적 가치와 진리를 찾는 것을 포기해 버린 듯한 우리 사회와 종교를 향해 인간이 마주해야 만 할 본질적 질문을 재촉하게 하였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에 대해 깊이 고뇌하며 화두를 던져 주셨습니다.
그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사상에 매료되어 그 사상의 핵심인 초월과 돌파를 탐구했습니다. 인간이 자기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모든 세속적 욕망과 집착을 내려놓고, 신적 존재와의 일치를 추구하는 이 돌파 개념을 현대 신앙인들에게 과감히 제안하였고 진리를 찾기 위해 겪어야 할 내면적 여정의 당위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마지막 명저 『영적 휴머니즘』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고, 미약한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 바탕에 작은 불꽃 같은 신성이 심겨 있음을 끊임없이 강조했습니다. 그러므로 그에게 있어 하느님은 멀리 떨어진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끊임 없이 만나야 하는 살아있는 하느님이었습니다. 그는 하느님을 찾는 것이 단순한 종교적 행위나 의무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요청이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일깨웠습니다.
이러한 그의 열정적 일깨움은 오늘 현대인에게 커다란 감동으로 내면의 여정을 열어주었고, 그의 삶과 탐구는 신앙이 단순히 종교적 의무를 넘어, 진정한 내적 자유와 평화를 찾는 모든 이에게 초월적 여정의 시작임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그의 영적 휴머니즘은 단순히 종교적 신념이나 관념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영적 성찰과 깨달음을 통해 우리 내면의 신성을 밝혀내고, 그 영적 잠재력을 새롭게 깨달음으로 부활하신 하느님의 새로운 영적 탄생을 이뤄내는 것이 될 것입니다.
탈종교의 시대를 넘어 영적 인간으로서 거듭나는 영적 휴머니즘은, 세속적 휴머니즘을 넘어서 인간이 단순히 물질적, 합리적 존재로 머무르지 않고, 자기 내면에 깃든 영적 본성을 깨닫고 살아가도록 촉구하는 철학적 접근입니다.
영적 휴머니즘은 인간이 내면의 깊은 곳에서 신성한 빛을 찾아내고, 그 빛을 통해 삶의 새로운 방향을 발견하는 과정을 강조합니다. 이는 물질적 세상에서의 성취와 합리적 사고에 의한 인식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더 깊은 영적 갈망과 진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결국, 영적 휴머니즘은 인간이 자기 내면을 깊이 성찰하고, 내면에 내재한 영적 본성 — 하느님께서 주신 신성한 잠재력 — 을 발견하여, 그 발견을 통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와의 더 깊은 연합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은 세속적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적인 존재로서, 더 높은 목적과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도록 초대받았음을 이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의 학문적 접근과 성과는 놀랍습니다. 동서양의 모든 종교와 사상을 통합적으로 내다본 영적 휴머니즘은 그리스도교에 여러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가 내다 본 통합적 영성은 그리스도교가 더 넓은 시각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신앙적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더욱 심화시키는데 중요한 계기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가 제시한 그리스도교적 영적 휴머니즘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깊은 내면화 과정과 그 성찰은 오랫동안 인류가 모색해 온 깊고 심오한 영성의 빛으로 통합된 새로운 신관을 모색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땅의 그리스도교가 내면적이고 영적인 종교로 거듭 쇄신되고 마침내 하느님의 창조적 본성의 원형으로 거듭나게 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는 이 진리의 꽃을 피우기 위한 하나의 작은 밀 씨였습니다. 그 밀 씨가 땅에 심겨 썩음으로써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을 예견한 이 시대의 치열한 구도자였습니다.
영적 휴머니즘은 다양한 종교와 사상의 통합적 진리의 빛을 지닌 영성으로 인간의 영적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는 공동체적 삶을 복음화시킬 것입니다. 탈종교와 시대에, 영적 휴머니즘은 사람들이 물질주의와 세속주의를 넘어 더 깊은 의미와 영적 충만을 찾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게 할 것입니다. 이는 곧 그리스도교가 보편적 구원 의지를 지닌 종교로써 현대와 미래 사회에서의 새로운 역할을 찾는 역할을 하게 할 것입니다.
결국 그리스도교적 입장에서 그가 제시한 영적 휴머니즘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하느님을 보고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과 하나가 되자“는 그의 간절한 유언이 될 것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장 6절)라고 하신 예수를 따라나선 그는 평생 진리를 찾아 외로운 길을 나섰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 안에 믿음과 소망 사랑의 밀 씨가 되었습니다. 그 밀 씨가 우리 가운데 진리의 숲이 될 날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