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이후 10명의 시간강사가 죽음으로 말하고 싶었던 '시간강사'의 지위가 무엇이었을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나 교원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시간강사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김영곤교수(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본위원,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대표)를 서면인터뷰로 만나보았다.
= 2007년부터 농성중에 있습니다. 어떻게 농성을 시작하게 됐는지요.
박정희정권의 종신집권의도로 교원범위에서 강사를 빼면서 교원지위 박탈
박정희가 1977년 종신집권을 노려 대학에서 비판을 제거하려 고등교육법상 교원범위에서 강사를 빼면서 강사들은 교원지위를 박탈당했다. 지금 일어나는 비정규직의 비극은 시간강사의 교원지위를 빼앗으면서부터 시작됐다.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고 사실상 노예상태에 놓이게 된 시간강사계층이 생겨났다. 유신정권의 교육관료들과 사학재단은 교수들을 내세워 강사들을 관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비판적 지식인들은 대학에서 도태돼 갔다. 시간강사의 봉건적 지위는 ‘학위논문지도’라는 봉건적 도제과정에 연결돼서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게 됐다.
강사계층은 강의를 얻고, 교수가 되기 위해 자기검열을 해야만 했고, 이 병목을 통과한 전임교수는 상대적으로 나은 대우속에서 체제내화된 집단이 되면서 대학에서 학문적 비판이 사라졌다. 이러한 뿌리깊은 배경속에서 소위 진보교수들조차도 강사문제를 ‘사제관계’라는 봉건윤리로 호도하고 있다. 자신의 학문적 동료이자 제자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인권과 노동권조차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노예집단이 사라질까봐 오히려 교육관료와 사학재벌에 결탁해서 탄압하고 있다. 성균관대동양철학과 해고강사 류승완박사의 사례는 장기투쟁을 통해서 문제가 일부 드러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진=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천막농성의 시작은 한교조(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와 같이 했다. 2007년말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여야3당이 고등교육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교조산하 교원법적지위회복특위위원장이었던 김동애선생과 이에 동의하는 다른 강사들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앞에서 2007년 9월7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한교조지도부는 투쟁을 중단하자며, 김동애선생과 고대분회를 노조에서 사실상 제명하였고 그때부터 ‘투본(대학교육정상화와시간강사교원지위회복투쟁본부)'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 2010년 조선대 서정민강사가 유서를 통해 시간강사 문제를 사회적으로 고발했습니다. 서정민강사 이외에도 시간강사의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대학내에서 시간강사의 지위가 어떤지요.
강사는 처우가 나빠 현재 전국적으로 주4.2시간 강의하며 연600여만원을 받는다. 방학중 강사료가 없다. 계약기간도 한학기 6개월단위로 계약하지만 대부분 대학은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학마다 강사규정을 둘 수 있어 그 규정에 따라 강사의 신분이나 지위를 결정한다. 국민대 등 몇개 대학은 4개월계약서를 요구하고, 2년마다 1학기를 강제로 쉬게 하는 규정이 있다. 성균관대는 강의 3년연한제를 둬 3년이상 강의할 수 없게 돼있다. 그러면서도 예외규정을 두어 학과교수나 재단이 마음에 들면 계속 강의를 하게 한다. 원칙적으로는 3년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이런 요구를 하지않을만한 강사에게만 강의를 주는 것이다. 교수들만이 아니라 사실상 교직원이 강의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성균관대의 현실이다. 이처럼 사학재단이 강사를 걸려낼 수 있는 프로테스크의 침대같은 장치를 만들어 놓고 강사들이 스스로 자기검열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어 성균관대의 경우 총장조차도 “강사선정은 재단에서 결정하는 것이므로 자신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총장일뿐만 아니라 재단이사회 이사임에도 강의하나 결정할 권한조차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파견된 대졸출신직원인 상근이사가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진=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수들이 강사를 선정해도 형식은 교무처장이나 총장에게 결재를 받는 것처럼 돼 있지만, 사실은 교직원들에게 먼저 보고해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강사를 결정하는 단계인 ‘강사선정위원회’에서부터 단과대학 행정실장이 들어간다. 삼성은 성균관대를 접수한 후 대교협을 통해 대학사회전체를 좌우하려 한다. 개악된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시행령도 ‘성대비전2020’과 ‘강사임용규정’의 골자를 그대로 법령에 옮긴 것에 불과하다.
편의점아르바이트생보다 못한 강사의 처지, 강사들의 자살은 개인탓?
대학에서 강사의 실제처지는 근로기준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편의점시급아르바이트생과 같거나 그보다 못한 처지다. 삼성을 비롯 대학재벌들이 근로계약서작성 등 근로기준법이 정한 규정조차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애주기 등을 고려한다면 강사는 조선시대의 ‘외거노비’ 상태다.
강사는 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해고돼도 교과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 제기할 수 없다. 자기검열을 해야 강의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을 어길 경우 전임교수가 되는 길을 포기해야 한다. 배고픈 학자의 긍지조차도 이미 옛말이다. 학문의 자유가 전혀 없다. 그래서 1999년 이래 서울대 3명을 비롯 10명의 강사가 자살했다. 이 가운데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라도 남긴 이가 단 2명이다. 나머지는 모두 개인탓이라는 거다.
고한경선박사가 최초로 유서에서 성균관대를 비롯한 사학들이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다른 대학에서 교수임용조차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고서정민박사의 경우 강사료로는 생활이 안돼 부인이 식당일을 하며 가정을 꾸렸다. 서정민박사의 지도교수는 10년동안 자신이 퇴임할 경우 교수자리를 주겠다며 논문54편을 대필시켰다.
그러나 자신이 퇴직 즈음 다른 태도를 보였고 서정민박사는 지도교수의 이중적 행태에 분개했다. 나아가 문제의 원인이 제도에 있음을 인식하고 다른 강사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러한 현실을 고쳐달라며 유서를 쓰고 자결했다. 학교측 진상조사단은 논문대필이 관행이라는 결론을 냈다. 서정민열사를 두번 죽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선대분회는 가해측인 조선대 학교당국과 교수들이 만든 진상조사단에 참여해서 면죄부의 빌미를 주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지도교수를 무혐의처리하며 유서에 적시한 사실을 밝혀낼 수 없었고 유족들은 배상조차 받지 못하게 됐다. 이 사건은 국회와 관련정부 및 시민사회단체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다시 조사해야 한다. 또 그동안 자결한 강사들의 진상을 조사해 「백서」를 발간해야 한다.
= 고대의 시간강사 근무조건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노조 결성을 하기까지 과정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간당5만1800원, 월40만원의 고대강사료
고대의 강사료는 국립대학 2011년 6만원, 2012년 7만원, 2013년 인상과는 달리 10년동안 단한차례 1500원 올라 2011년이래 시간당 5만1800원, 월40만원이다. 고대측은 2011년 임단협에서 300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방학중 강사료는 줄 수 없다고 한다. 연구와 강의의 질개선과 관련해 교수충원율높이기, 절대평가, 단과대학마다 강사연구실겸 부설학생 상담실두기, 일반대학원의 전임교수임용을 요구하고 있다. 교섭에 진전이 없고 지난 2월15일 안암캠퍼스 본관앞에 농성텐트를 쳤다. 낮에는 강사가, 밤에는 학생이 농성한다.
고대분회는 원래 한교조소속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교조가 2007년 12월8일 법개정투쟁을 포기하고 국회앞농성장을 이탈하고, 도리어 김동애 한교조 교원법적지위쟁취특별위원회위원장을 '해고'하고 고대분회를 사고분회로 처리했다. 그래서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를 꾸려 교원지위회복 투쟁만을 하고 있었다.
2011년 4월 국민대 황효일선생이 찾아와 교양국어교재 강매금지와 개정을 요구, 교수의 박사과정지도학생 성추행사건, 4학기강사년한제규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해고의 위협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를 계기로 같은 해 4월말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국민대분회의 교섭에서 국민대측은 강사료를 한푼도 올려줄 수 없다고 해 교섭은 결렬상태이고 황효일분회장이 그 뒤 매학기 강의배정을 하지 않다 투쟁을 하면(일인시위와 지노위고발 등) 학교는 강의배정을 했다. 2012년 2학기강의는 4학기연한제규정을 이유로 해고해서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로 고발했고, 현재 중노위에 있다.
국민대학생들이 10월25일 수강인원줄이기, 비정규교수 임용의 금지, 절대평가, 문대성·염동렬 국회의원의 표절 박사학위 박탈을 요구하며 총회를 열고 총장실에서 농성했다. 책임있는 답변을 하겠다는 학교측의 약속을 받고 다음날 새벽3시 학생들은 농성을 풀었다.
법정수강인원이하의 강의실에서 수업 받는 것은 강사의 교원지위회복과 아울러 대학생의 학습권을 구성하는 중요한 권리다.
사진=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 고등교육법 재개정투쟁을 하고 계신데요. 현재 시간강사법안의 문제점과 교과부안의 문제점, 김교수님이 생각하시는 개정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2011년 개악고등교육법에서 강사가 명목상 교원지위를 회복했지만, 삼성의 뜻이 반영된 독소조항이 추가됐다. 추가된 독소조항은 다음과 같다.
교과부시행령, 법정교수의 20%를 1년 계약직강사로 대체
첫째 제14조2(강사)의 ①항은 고등교육법에서 어떤 강사규정도 대학이 자의적으로 만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 조항이다. 현재도 대학은 강사규정을 가지고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관행을 저질러왔는데 앞으로는 강사들을 더욱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강사노예조항이다.
둘째, 제14조2(강사)의 ②항에서 '강사는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을 적용할 때에는 교원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교원지위를 빈껍데기로 만든 것이다. 교원이면 당연히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연금법의 적용대상이다.
셋째, 교과부시행령에서 법정교수의 20%를 1년 계약직강사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는 성대비전2020이 시행령으로 만들어진 실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법정교수의 비정규화가 가속화하면서 대학에서 비판적인 연구와 강의는 더욱 어렵다. 대학이 기능적인 것만 가르치게 되고, 기업에서 필요한 과목들을 배우게 된다. 기업은 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뽑아서 사회전체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강사투본·전강노·착한대학연구소 등 제단체는 강사에게 위의 3법을 적용하고 법정교수를 100% 뽑도록 고등교육법을 재개정하는 대체입법을 요구했다. 제14조2의 독소조항을 올바른 방향으로 재개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등교육법개정이 왜곡됐음이 드러났다. 지난 13년 동안 고등교육법의 근거없이 삼성의료원 등 7개 대학병원이 14개 협력병원소속 임상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높은 보수를 지급했다. 등록금에서 부당하게 임상강사의 보수로 전용지급한 액수가 3조3000억원정도로 추계된다. 삼성의료원의 경우 ‘협력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성대의대 ‘부속병원’인 것처럼 국민과 정부를 속이면서 대학재정으로 매년 600억, 누계 8500억원정도의 천문학적 금액을 삼성의료원운영비로 빼돌려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가 드러났다. 2011년 12월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자료로 인해서 이러한 비리혐의가 밝혀진 것이다.
감사원에 의해 지적된 위 7개 사립의대 14개 협력병원은 협력병원 의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는 관행으로 대학이 교원이 아닌 임상강사에게 교원인 것처럼 계약하고 국민연금에도 가입시켰다. 2011년 감사원은 교원이 아닌 임상강사에게 국민연금에 가입시켜 국고로 지원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에서 가입자가 1원을 낼 경우 국고는 1.3원을 보조한다. 이런 편법으로 7개 재벌사학이 횡령한 국고만 607억에 달한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일부에서 어렵게 쟁취한 시간강사의 ‘명시적’ 교원규정은 폐기하자면서 재개정의 방향을 실질적 교원지위를 요구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2년계약 연구강의교수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대학측의 교수비정규화를 암묵적으로 담합하는 행위로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교원이라는 틀을 쟁취했으니 그 내용을 바꾸면 되는데 50% 밖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니, 나머지 50%를 채우는 대신 아예 포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으로서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
=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를 위한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의 향후 활동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2012년 10월 유기홍 등 교육과학기술위원 13명이 2011년개정 고등교육법과 동시행령의 시행을 2016년까지 유예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국회 본회의는 위법의 시행을 1년간 유예하기로 수정해 통과시켰다.
교육관료와 사학재벌은 1년안에 제대로 된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으면서, 정규직교수의 비정규직화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총집중할 태세다. 우리는 시민사회와 민주진영에 이런 사실을 널리 알려내면서 대체법안을 마련하여 고등교육법재개정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국회에서 1년안에 대체법안 통과가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개악법안의 1년뒤 집행을 막는 가처분소송을 할 것이다. 또 2년이상 강의한 강사를 비정규직보호법의 적용대상에 넣을 것을 요구할 것이다. 국회 스스로가 바로잡지 않고 교수직 비정규화를 확산시킨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싸워 나갈 것이다.
전강노는 투본, 착한대학연구소와 함께 고등교육법의 재개정을 요구하며 국회앞 농성을 계속하는 한편, 대학현장에서는 2011년, 2012년 임단협을 속개해 학생들과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연구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이민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