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빅데이터‧인공지능 분과 김하진
우리나라의 ‘엠피맨닷컴’은 휴대 오디오 시스템인 ‘MP3플레이어’를 1996년에, ‘새롬기술’은 인터넷 전화인 ‘다이얼패드’를 2000년에, ‘사이월드’는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인 ‘미니홈피’를 2005년에 세계 최초로 개발 출시하여 우리를 놀라게 하고 매우 자랑스러워하게 한 바 있었다. 당시에는 실로 큰 박수를 받았고 우리 정보통신기술계를 흥분시키기엔 충분했다. 이 제품과 서비스는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으나 그 시장을 외국 기업에 빼앗긴 뼈아픈 사례 중 대표적이다. 후일에 ‘MP3플레이어’는 ‘애플’이, ‘인터넷 전화’는 ‘스카이프’가, ‘SNS’는 ‘페이스북’이 세계적인 최강자가 되었다. 우리 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 발주하고도 세계 최고를 못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왜 좌절했을까? 그 이유를 살피는 것은 제4차 산업이 도래했다고 온 나라가 떠들썩한 오늘에 가장 중요한 토픽의 하나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국내 ICT 전문가는 그 이유를 첫째로 당시 열악한 기업에 제한적이고 경쟁적인 개발비 지원으로 끝까지의 충분한 후원을 하지 못했다. 둘째로 제품을 제작하고도 마케팅에 대한 국제경쟁 전략이 미숙했다. 셋째로 국제표준과 특허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에 무지했다. 이 세 가지에 그 원인을 지적했었다. 이 제품과 서비스는 국내에서는 크게 성공하였으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모바일 스마트화에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좌절했으니 위에서 지적한 이유가 틀린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그 근본 이유를 우리나라 과학과 공학 교육에서 찾고자 한다. 지난 70여 년 우리의 과학기술 교육은 각 분야의 기본원리를 근본적으로 깨우치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을 가르치는 데에 소홀했다. 교과서의 본문 위주 이론에 치우치고 활용 문제를 정확히 푸는 것에 소홀하였다. 당시 선진국(특히 미국)에서 심층 학문과 고급기술을 체득하고 귀국한 고급 인재를 중심으로 선진기술을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최종 제품을 제작하여 오늘의 경제를 일구어 왔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특한 우리 기술자가 기가 막히는 제품을 세계 최초로 제작하고도 뒷마무리를 제대로 못 하는 우를 범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역동적으로 일구어 오늘의 경제 강국을 이룬 제2차 산업 제품 제조는 열정과 열심으로도 가능했지만 제3차와 제4차 산업 제품 제조는 모든 분야의 경계가 어우르는 컨버전스(convergence) 산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인간의 모든 생각과 논리가 어우러져야 새로운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것이다. 문•사•철과 예술, 과학과 공학이 인간을 위하여 컨버전스해야 특히 제4차 산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인데 우리는 이점을 숙지 이해하지 못했다.
목하 제4차 산업의 도래에 대비하자는 각종 모임이 아주 많이 열리고 그 대비에 골몰하고 있지만, 우리가 심각히 짚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초∙중등 교과에서 과학∙공학교육의 근본적 개편이다. 먼저 그 기본인 수학교육을 결과 중심이 아닌 논리적 전개 과정 중심의 교과 내용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답은 틀려도 과정이 맞으면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왜 수학을 배우는지를 이해시키고 배운 교과 내용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야 한다. 수학은 결코 어려운 교과가 아니다.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이렇게 많아진 이유를 찾아야 한다. 수학은 매우 논리적이다. 쉽게 차곡차곡 가르쳐 논리적 비약이 없이 쉽게 가르치면 ‘수포자’는 없어진다. 가르치는 교사나 교수가 자신도 그 근본을 이해 못 하며 교육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미 다가온 제4차 산업에 대비하는 핵심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소개
(프랑스) Saint-Etienne 대학교 박사(수치해석학)
아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명예교수
한국정보과학회 명예회장, 한국컴퓨터그래픽스학회 명예회장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한국메타버스미디어협회 명예회장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KASSE) 부회장,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