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자칭 '물의 도시'다. 소양댐 춘천댐 의암댐이 있어 전국의 어느 지역보다 풍부한 수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도권 지역의 홍수조절과 상수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규제는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소양댐 건설로 주변지역 138.836㎢(춘천시 전체면적의 12.4%)가 자연환경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제약을 받고 있다.
여기에 댐 건설로 주택 1100여호와 방대한 농경지를 수몰됐고, 교통이 끊겨 생활의 불편을 초래했다. 안개는 개화기 과수들의 냉해와 함께 호흡기 장애 등 주민들의 건강에도 피해를 입혔다. 여기에 춘천시는 한강수계 수도권시민의 맑은 물 공급을 위해 상수원보호 수질 오염 방지를 위한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
수도권시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춘천시민들의 눈물 나는 자기희생이다. 여기까지는 국가 정책적으로, 즉 춘천시민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최근 춘천시와 춘천시의회가 '의지적으로' 새로운 규제 속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지난 16일 춘천시의회는 제254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춘천시가 발의한 안정적 맑은 물 공급 의무부담 동의안을 가결했다. 의무부담 동의안의 골자는 수돗물 취수원을 현재 동면 세월교 상류 소양취수장에서 소양강댐 안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소양강댐 물값을 납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기득수리권의 포기도 포함된다. 그간 춘천시민들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왜 그랬을까?
춘천시는 수돗물 취수원을 소양강댐 내로 이전하면 연중 맑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전기료 등 연간 20억원의 비용을 상당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간 밀린 물값 200억원도 한국수자원공사와 잘 협상해서 해결하겠다는 설명이다.
춘천시의회도 미납 물값은 갈수록 증가하는데 언제까지 미룰 수 있겠느냐는 논리로 춘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시민사회는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다일까? 뭔가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단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제공할 수도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물부족국가'라는 점이다. '물이 없으면 죽는다'는 전제로 접근하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우선 물부터 생각해 보자. 한국수자원공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구의 물 총량은 14억㎦다. 액체 또는 얼음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중 바닷물은 97.5%를 차지한다. 인간이 사용 가능한 물은 3500만㎢로 2.5%에 불과하다. 하지만 남극과 북극 빙하 속에 66.5%가 갇혀있다. 30.0%는 지하수다. 결국 담수의 0.4%만이 호수나 하천에 존재한다.
그나마 가공하지 않고 이용 가능한 담수의 69.55%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와 만년설, 영구 동초 등에 갇혀있고 30.06%는 지하수다. 따라서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호수나 하천의 물은 전체 담수의 0.39%에 불과하다.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호수나 하천의 물과 지하수까지를 모두 합한다 해도 지구에 존재하는 14억㎦의 1%가 채 안 된다. 물은 언제든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여기서 한국수자원공사가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수도권시민들에게 안정적인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가? 지하수면의 하강과 수자원 고갈 등 물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후변화와 인구증가 등 수도권시민들을 위한 상수원 확보는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재생가능 수자원 양은 1488㎥로 국제인구활동연구소(PAI) 기준인 1700㎥ 이상(물 풍요국가 기준)에 미달해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됐다.
강원발전연구원 자료를 보면 강원도지역은 최근의 20년 중에서 2014년 강수량이 가장 적었다. 특히 한탄강수계(철원)와 북한강수계(춘천) 지역의 강수량은 각각 684㎜ 및 677㎜로 예년의 50% 이하에 그쳤다. 이로 인해 소양강댐 저수량은 줄어들어 강원도 생활용수공급량의 2년분에 해당하는 4.3억㎥이나 예년보다 적다.
강원도는 전국에서 가장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대부분 수도권 시민의 용수공급을 위한 수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환경부(2009)에서 선정한 '건강한 하천 아름다운 하천50선' 중 강원도 하천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담수량은 약42억M2로 전국 담수량의 1/3 수준이다. 이는 강원도민에 약 20년간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또 도내 하천의 74.3% 수질 최상위 등급(1a)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도내에서 유하시키는 청정 수자원은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의 수질개선(BOD기준)에 약 27~41%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한국수자원공사는 실천가능한 방법으로, 소양강댐 하류로 흐르는 물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춘천시가 운영하는 소양취수장은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타깃이었을 것이다. 밀린 물값과 기득수리권, 물 통제권까지 모두 해결하는 방법은 춘천시 수돗물 취수원을 소양강댐 내로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재 잡고 도랑 치고, 마당 쓸고 동전 줍는, 말 그대로 '1석3조효과'가 아닌가. 반면 춘천시와 춘천시의회는 '당당하게' 권리는 내어주고 의무는 부담하겠다고 결정했다.
춘천시와 춘천시의회는 의지를 갖고 기득수리권을 포기했다.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를 밝히고 결과를 내야만 한다. 협상대상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아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실행조직일 뿐이다. 정부와 수도권 광역정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할 것이 있다. 바로 물산업이다. '물은 생명이다. 곧 화폐로 치환 가능하다. 적극적인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매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대구 엑스코(EXCO)와 경주 하이코(HICO) 등에서 개최된 제7차 세계물포럼에서 지속가능한 물환경정책 발전과 물산업 활성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능하다.
춘천시가 포기한 기득수리권은 현재 물산업 중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먹는 물 시장을 포기한 것이다. 안동댐이 있는 안동시 권영세 시장은 기득수리권을 수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동용 시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한국수자원공사 자료를 보면 세계 물시장은 설계·컨설팅·건설이 약 1690억달러, 운영·관리서비스가 약 1930억달러 등 3620억달러(약 400조원) 규모에 이른다. 사업별로는 상수도가 1720억달러, 하수도가 1530억달러, 해수담수화 120억달러, 물 재이용 10억달러, 공업용수 및 폐수시설 240억달러 등이다. 물이 곧 돈이 되는 세상이 된 셈이다. '블루골드'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이 때문에 춘천시의 수돗물 취수원 소양강댐 내 이전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정부도 지난 2010년 '물산업 육성전략'을 마련했다. 오는 2020년까지 원천기술 개발에 6871억원을 포함해 총 3조4609억원을 투자해 8개의 세계적인 물 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3만7000여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경북은 오는 2017년까지 상주시 낙동면 물량리 일대(133만6000㎡)에 2163억원을 들여 물융합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물산업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물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선포했다. '2015 제7차 세계물포럼'을 물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 세계적인 '물의 도시'로 도약을 구상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물의 도시'를 자처하는 춘천시가 자칫 세계적인 '물의 도시'가 된 상주시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 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두 지역간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기득수리권에 대한 권영세시장과 최동용 시장의 시각은 아니었을까?
강원발전연구원 전만식 연구위원은 "현재까지는 물 부족에 대한 초기단계로 광범위하고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 판단되지만, 향후 강우 전망도 좋지 않아 생활용수뿐만 아니라 농업용수 공급에도 심각한 영향이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장기적으로는 소규모 수도시설에 대한 광역 혹은 지방상수도화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많은 재원이 요구되지만 전국 평균보다 미급수인구가 2.6배에 달하는 강원도 주민의 수도서비스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끝으로 '2015 제7차 세계물포럼'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의 타개책으로 남북간 하천공동관리 방안을 제안한 정부 수장의 발언을 최동용 춘천시장과 제9대 춘천시의원들에게 곰곰이 되짚어보기를 제안한다.
첫댓글 이번결정의 맹점은 몆가지로 요약되지만 우선은 확실하지도 않은 국비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절약된다는 논리를 세웠다는겁니다. 춘천시의 주장대로 소양댐 안으로 취수원을 옮기면 관로공사에 140억여원이 소요되는데 이걸 국비50% 수자원공사 선투자 50%해서 나중에 분할납부를 하면 현재 취수방식인 전기료가 잘약된다는 논리인데 만일 국비확보가 안되면 생돈을 내야한다는 말입니다. 거기에 기득수리권 1일 2만톤이던가요? 그건 날라가는거고 또한 자연유하방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물수위가 필요한데 장마가 지면 결국 전기를 써서 아래쪽의 물을 끌어내야하니 예상못한 비용이 추가되겠지요.
이문제의 발단은 최초에 소양정수장을 지을때 임시 취수건물을 지은게 가장 큰골치거리였다고 보입니다. 무허가 건물로 변해버린 취수건물에 대한 국토관리청과의 협의과정에서 수자원공사의 요구대로 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끌어오다가 더이상 미루기가 쉽지않게된 이유가 있다고 보입니다. 행정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온다는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