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고 만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가벼워지는 나의 여행은 지난주에도 이어졌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경험과 생각이 다른 친구들과 만나 웃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울고.
여자와 어머니 모성애의 의미를 가슴깊이 되새기면서 나는 어떤 어머니인가? 나의 어머니는 어떤 어머니이신가?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의 나.
구순을 맞이하셔서니까 돌아 가실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어머니의 얼굴을 매일 매일 떠올려 보지만
나의 도움이 필요한 내 아들 뒷바라지 하느라 지치고 하루 하루, 일주일, 한 달에 처리하고 해결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
만나느라고 어머니한테 가는 것은 순위에서 밀러나기 일쑤다.
자식들을 위해서 평생을 희생하고 봉사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좋은 마음만 있어야 하겠지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소풍에선 단호한 어머니를 만났다.
어떻게 지켜온 땅인데 좀 주소.
아들만 자식입니까? 딸도 자식입니다.
금액이 문제가 아닙니다.
나도 당신의 살아하는 자식임을 증명하는 표시로
조금만 받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2000만원.
학비를 준 적도 없고
결혼 자금을 준 적도 없고
금전적으로 아무것도 받은 적이 없어 나는 억울하고 서럽습니다.
그러니 제발 좀 주세요.
아무리 외쳐도 어림 반푼어치도 용납이 안 되는 어머니의 계산법.
너는 살만하잖아.
너는 둘이서 잘 벌잖아.
너는 연금도 빵빵하게 나올거잖아.
작은 오빠 혼자 우찌 해라 말이고
벌이가 괜찮은 너거 둘이가 좀 보태야지.
어떻게 지켜 온 논인데 병원비를 못 내서 논을 판다는 것이 말이되는 소리가?
그 와중에 200평은 받아야겠다고 떼를 쓰는 언니.
시집 가기전 쓰러져 가는 집안의 기둥을 일으켜 세웠으니 당연히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단호하시다 고상한 것은 알지만 줄 수 없다고.
어머니는 말이 안 통하고 작은 오빠를 설득시켜야 하는데 작은 오빠와 언니 사이엔 미묘한
감정의 기류가 흐른다. 평소에.
내가 주인공으로 나가 주제를 다룬 이유는 한 가지다.
나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명확하고 싶었다.
나도 언니처럼 생떼를 써서라도 조금이라도 받고 싶은지?
속으로는 받고 싶으면서 겉으로 아닌 척 하는지?
받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히 있었지.
친정을 위해서 한 것이 너무 많았기에.
어머니의 꼿꼿하고 당당하고 단호한 성품을 알기에 아무리 달라고 매달려 봐야
돌아오는 대답은 못 준다이다. 딸은 권리가 없다.
딸들한테 돈은 받았지만 당신이 달라고 한 적은 한번도 없다.
주는 돈이니까 받았다.
어머니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런 당당함, 단호함 덕분에 오늘의 저가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 정신으로 땅을 지켰기에 친정에도 재산이라는 것이 있군요.
어제 이글을 적다 퇴근했는데
오늘 아들 9급 공무원 시험 발표가 났다. 합격이다.
조만간 친정 식구들 모아 거나하게 한턱 쏘고
난 정말 괜찮으니 큰언니는 원하는대로 좀 해 주면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해 주고 싶다.
난 나의 단호함과 함께 앞으로는 아들 걱정 할 필요없이 사이코드라마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디렉팅 연습을 해야겠다.
아들과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겠다.
주말엔 어머니께 가야겠다.
용돈도 두둑히 드려야겠다.
난 살만하니까
퇴직해도 연금도 빵빵하게 나오니까.
작은 오빠와 언니 사이의 어색한 기류도 사라지고 나의 형제 자매 우애있게 잘 살고 싶다.
소풍을 위해대구로 가면서 발표를 앞두고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긴장이 되었지만 소풍에서 노는 동안은 아들 시험 발표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만큼 난 그곳에 몰입했다.
5,6월 아들 시험을 앞두고 백팔배와 관세음보살을 외우면서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기도뿐이라는 사실과
나의 어머니도 겉으로는 갖은 구박을 했지만 내 몰래 장독대에 정한수 떠 놓고 간절히 빌던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간절히 기도했다.
그 결실을 보니 홀가분하여 날아갈 것 같다.
첫댓글 둘 샘 ~
아들의 합격 축하드려요.
나를 위하여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서로와 연결하여 춤 추는 기도~
우리가 올린 그 밤의 기도는 그런 것이었겠지요.
보고싶네요. 둘샘.
그리고 멋진 디렉터 금둘을 ..
선생님~ 기다리던 소식! '반갑고 고맙고 기쁘네요!' 진짜! ㅎㅎ 타인에게 따뜻하고 자신에게 쿨한 선생님 모습이 계속 기억에 남네요. 4학년 반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미쿡 스카프들은 잘 쓰시는지요. 선생님처럼 고민하는 교사가 있음에 또 감사했어요.건강하세요~
샘! 드라마와 함께 춤을... 그것이 기도로 연결되었던 그 밤이 궁금하고 아쉽네요..
샘!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