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열성과 노심초사 |
일상생활에서의 조심성과 열성은 걱정이나 노심초사와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천사들은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인도하고자 애쓰지만 마음을 졸이거나 초조해하지 않습니다. 조심성과 열성은 하늘에서 내려 주신 애덕의 결과이지만, 걱정과 초조함은 하늘나라의 행복과 상반되는 것입니다. 대체로 조심성과 열성은 마음의 평화와 고요함과 공존할 수 있으나 걱정과 초조함은 그럴 수 없습니다. |
필로테아 님, 매사에 신중하고 성실하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대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나 걱정하고 애태우지 않도록 노력하십시오.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면 이성의 판단력이 흐려지고 올바르게 일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
주님께서는 마르타를 타이르실 때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루카 10,41)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마르타가 그저 열심히 일만 했다면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겠지만, 불안한 나머지 걱정하고 너무 조바심을 내다가 주님께 이런 책망을 들은 것입니다. |
넓은 평야를 거쳐 유유히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은 큰 배가 화물을 싣고 왕래하게 하며, 소리 없이 땅 위에 내리는 비는 밭의 농장물과 목장의 풀을 자라게 해 줍니다. 그러나 해안가로 갑자기 밀어닥치는 해일이나 성난 파도는 교통을 마비시키고 논밭을 황폐화시킵니다. |
서둘러 급하게 하는 일은 절대로 제대로 되는 법이 없습니다. 솔로몬 임금도 "발걸음을 서두르는 자는 일을 그리친다." (잠언 19,2)라고 말했습니다. 잘되는 일은 늦게 시작해도 뒤처지지 않습니다. 벌들 중에는 부산하게 날아다니지만 밀랍을 만들 뿐 꿀은 만들지 못하는 것들이있습니다. 마음을 졸이며 초조하고 분주하게 날뛰는 사람은 일을 많이 하지도 못하고 잘하지도 못합니다. |
파리가 골치 아픈 이유는 실질적인 해를 입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수가 많아 성가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큰 일거리보다 작은 일거리가 많으면 번거롭기만 합니다. 그러므로 맡겨진 일들을 차분하게 한 가지씩 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한꺼번에 순서 없이 마구잡이로 하려 하면 일에 치이고 심신만 피로해질 분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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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할 때에는 모든 것을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십시오. 그대가 계획한 일의 성위 여부는 하느님의 섭리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대는 하느님을 신뢰하고 하느님의 섭리에 따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그 결과가 어떻든 그대 자신을 위해 가장 유익한 것이라고 굳게 믿어야 합니다. |
그대는 한 손으로는 아버지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울타리에 달린 딸기나 오디를 따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십시오. 한 손으로 세상의 재화를 벌어들이는 일을 하면서도 다른 한 손은 하늘의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대가 하는 일이 과연 하느님을 우러러보아야 합니다. 세상의 재화를 많이 얻으려고 그대를 지키고 보호하시는 하느님의 손을 놓아 버려서는 안 됩니다. 만일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대의 손을 놓으시면, 그대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것입니다. |
필로테아 님, 세상일을 하는 중에도 언제나 정신적인 여유를 가지고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십시오.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이 희망의 항구를 향해 노를 저어 갈 때 높은 하늘을 쳐다보듯이, 아주 중요한 일을 맡아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할 때는 자주 하느님을 우러러보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그대와 더불어, 그대 안에서, 그대를 위해 섭리하시어, 그대의 노력이 알찬 결실을 맺게 해 주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