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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기르기
한준석
미소는 돌고래로 기르기 좋습니다
돌고래의 주파수를 라디오로 들어요
나는 무심하게 시작되어집니다
축축하게 연필심이 밤새 헐었습니다
돌고래는 미소에 좋습니다
나는 웅크리기 좋은 무게로 태어났어요
돌고래의 고도는 새떼의 무게 같아요
새들이 흩어지는 사이로 연필 소리가 들립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나가는 새를
잃어버렸다 말할 수 있을까요
나무에 없는 새들을 세어보는 일은
열 손가락으로 모자라고
두 팔로는 충분한 일입니다
돌고래를 기르기에는 남해에 사는 당신이 좋습니다
눈 내리는 남해로 가는 버스 창밖
길러 본 적도 없는데
둥글게 헤엄치는 돌고래를 바라봅니다
나는 당신의 웃음을 빌려 가벼워지고 싶습니다
일기예보에 오늘 아침은 잔기침을 주의하라고 합니다
이 세상의 안정은 멀리 있습니까
나는 이런 예감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눈 감으면 버스의 흔들림만 남겨집니다
나는 돌고래가 아닙니다
나는 버스에서 내릴 줄 압니다
잘 가, 돌고래는 휘어지는 몸짓으로 수평선을 밀어내고 있어
끝에서 끝이 부드럽게 멀어져야 좋은 미소
나는 돌고래로 기울어질 수 있습니다
돌고래는 미소를 기르기에 좋습니다 슬픔을 조심합니다
세계는 서로를 미끄럽게 기를 줄 알고
나는 입김에서 햇빛으로 조용하게 옮겨집니다
나는 한 종류의 돌고래가 됩니다
<202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가작, 심사평>
한준석의 ‘돌고래 기르기’는 ‘돌고래’라는 상징어를 넣어 이미지가 보일 듯 말 듯 그려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미소는 돌고래를 기르기에 좋습니다”의 표현이 말하듯 시가 기본적으로 비유의 장르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돌고래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불분명하지만 시 내용으로 보아 사랑, 꿈, 슬픔, 기쁨까지 다 아우르게 한다. 돌고래 자리에 이 단어들을 집어넣고 읽어보면 금세 느껴질 것이다.(김영남, 이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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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메세지
(라캉) 상징계에서 실재계로
(실존주의) 비본래적 존재에서 본래적 존재로
누가 우리를 길들이는가? 왜 길들이는가? 어떤 식으로 길들이는가?
상호주관적 실재가 인류를 만들었지만 근원에서 성찰하여 본래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 단점을 끊임없이 환기해야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상호주관적 실재 예를들면 자본주의의 욕망(좀비적 무의식적 소비 조장, 주체적 사고 망각, 죽음의 은폐), 윤리도덕/종교/국가주의의 부작용, 지역주의, 남녀노소의 차별, 인종주의, 각종 제도와 이념들의 부정적 측면, 류와 종개념을 통한 은유와 언어
보편적 사유의 횡포로부터 멀어지고 개별자의 본래성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거대한 세력(상호주관적 실재)에 의해 길들여진 가상세계에 살고 있다. 비자연적 세계, 환상(마야)에 살고 있다.
*돌고래는 자신의 삶의 진실이 있지만 인간의 취향에 맞게 길들여져 타율성에 젖어 공연을 한다. 조련사의 손짓에 의해 뛰어 오르기도 하고 물 속으로 잠수하기도 한다. 돌고래는 말을 잘 듣고 돌고래는 머리가 좋아 이런 식으로 길들여진다.
인간이 그렇다. 각종 이념과 문화와 보편에 길들여져 상호주간적 실재에 살고 있다. 모두 똑같은 수평적 사유속에 살고 있다. 이 사유에서 벗어나 비본래적 존재에서 본래적 존재로 살려는 주체적 결단을 해야 한다.
돌고래=길들여짐, 조련됨, 정량화됨, 틀을 갖게 됨.
2. 이미지의 연쇄와 교체
ㅇ 돌고래의 이미지 - 미소, 기르다, 주파수, 무심, 축축, 웅크리다, 고도, 남해, 동글게 헤엄치다, 휘어지는 몸짓, 수평선
ㅇ 상징계의 이미지(보편, 류와 종)- 세떼, 나무, 안정, 일기예보, 눈, 수평선, 입김
ㅇ 개별자, 실재계의 이미지 - 새, 잃어버리다, 새어나가다, 눈을 감다, 휘어지다, 멀어지다, 슬픔, 햇빛
ㅇ 이동의 이미지 - 버스, 끝에서 끝으로 멀어지다
3. 리듬
ㅇ 단어와 구의 반복
ㅇ ㅇ 자음운의 반복
ㅇ 유음(ㅁ,ㄴ,ㄹ,ㅇ)의 반복
<해석>
돌고래 기르기 / 한준석
미소는 돌고래로 기르기 좋습니다
(미소는 본래적 의미가 있을 것이나 훈련되고 정형화되고 길들여질 수 있다)
돌고래의 주파수를 라디오로 들어요
(직접 듣는 것도 아니고 간접체험한다)
나는 무심하게 시작되어집니다
(화자는 수동적으로 간접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축축하게 연필심이 밤새 헐었습니다
(연필은 창조하는 행위인데,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길들여지므로 슬퍼지고 상처받는다)
돌고래는 미소에 좋습니다
(잘 조련되는 대상(돌고래)은 길들이는 도구(거대한 세력의 의도)에 좋다)
나는 웅크리기 좋은 무게로 태어났어요
(외부환경으로부터 자기를 지키기위한 몸짓인 웅크리기. 나는, 또한 인간은 약한 존재다)
(실존주의적 세계관을 부여. 자기 의지와는 다르게 이 세계에 던져졌다 )
돌고래의 고도는 새떼의 무게 같아요
(길들여진 존재가 지향하는 세계는 무겁다. 새라면 가벼울 텐데 새떼이므로 무겁다고 볼 수 있다)
(언어나 제도, 윤리로 길들여지는 인간 존재의 욕망은 끝이 없다)
(즉자존재의 무게는 가벼울텐데 사회적 교육에 길들여지는 존재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
새들이 흩어지는 사이로 연필 소리가 들립니다
(흩어지고 개별적인 존재는 자유롭다. 창조적 자유로운 행위가 가능하다.)
(상호주관적 실재에 갇히지 않은 비보편적, 실체가 회복된 존재는 자유롭고 진정한 삶이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나가는 새를
잃어버렸다 말할 수 있을까요
(새는 떼를 이루어 군집과 보편을 만들고, 나뭇가지는 줄기와 가지의 수렴을 통해 트리구조를 만들어 류-종 개념을 형성한다. 이와 같이 보편개념이 만들어지면 사회적 규율에 갇히게 되고 욕망에 갇히게 되고 진정한 개별자의 모습을 잃게 된다. 사회적 보편성에 갇히지 않은 존재인 개별자의 모습은 사회적 자아는 잃어버렸겠으나 참다운 자아은 오히려 회복한 것이다)
나무에 없는 새들을 세어보는 일은
열 손가락으로 모자라고
두 팔로는 충분한 일입니다
(보편을 빠져나간 새는 자유롭다. 인간이 또 존재론적으로 비실체인 사회성의 잣대, 보편의 잣대, 구멍이 숭숭한 은유, 언어의 잣대를 들이대어 세어보는 행위를 하는 것은 부질 없는 짓이다. 모자란다, 충분하다는 비실체인 관념에 갇히게 되는 일이다. 새어나간 새는 이 관념에 붙들리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돌고래를 기르기에는 남해에 사는 당신이 좋습니다
(문화, 사회에 길들여진 존재는 어디에나 있다. 특히 돌고래 비유와 관련하여서는 남해에 있는 당신이 좋다.)
눈 내리는 남해로 가는 버스 창밖
길러 본 적도 없는데
둥글게 헤엄치는 돌고래를 바라봅니다
( 인간은 특별한 교육적 행위를 통해서 길러지지는 않지만 무수한 비와 눈의 문화적 행위 속에서 조련되어 길들여진 행위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나는 당신의 웃음을 빌려 가벼워지고 싶습니다
(나는 길들여진 당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진정한 존재의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고 싶습니다)
일기예보에 오늘 아침은 잔기침을 주의하라고 합니다
(일기예보는 문화적 행위이고 계획인데 미래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규율하고 있다.특히나 아주 세밀한 오늘 아침이라는 시간과 아주 작은 부분인 잔기침까지 규율하고 있다)
(상징계의 규율은 광범위하고 세밀하고 집요하다)
이 세상의 안정은 멀리 있습니까
(사회적 테두리 안에 끊임없이 인간을 가두고 규율하면 안정적이 됩니까? )
(길들임의 도구인 무수한 제도와 이념이 있는데 왜 세상은 안정적이지 않습니까? 규율이 부족해서 그렇습니까)
나는 이런 예감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규율이 부족해서 안정적이 않다고 주장하는 거대한 세력, 길들이는 행위를 세밀화하려는 거대한 세력의 음모,이 예감을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
(나는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이 가상세계를 끌고가는 거대한 세력들이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이제 여기서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나는 이런 길들이는 도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눈 감으면 버스의 흔들림만 남겨집니다
(눈은 예단이고 계획이고 차별이고 길들여짐이다. 이 눈을 감아 버스의 모든 조작된 정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가장 자연스럽고 근원적이고 오염되지 않은 흔들거림만 남겨집니다. 이것이 실재계다)
(눈은 낮이고 눈을 감으면 밤이다. 눈을 감는 행위와 밤은 길들임을 무화한다)
나는 돌고래가 아닙니다
(나는 길들여지는 것이 싫습니다)
나는 버스에서 내릴 줄 압니다
(나는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이고 능동적인 존재입니다. 길들인다고 길들여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나는 이 세계의 음모, 상징계의 음모를 이해하였고 실재계를 보는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나는 '그들'에 물든 '비본래적 존재'가 아니라, 존재적 삶을 주체적으로 사유하고 행동하는 '본래적 존재'입니다.)
잘 가, 돌고래는 휘어지는 몸짓으로 수평선을 밀어내고 있어
(비본래적 존재여 안녕, 새로운 인식에 도달한 돌고래는 곡선의 방식으로 유연한 방식으로 모두가 상징계의 질서를 동일하게 수평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의 틀을 깨고 있습니다)
끝에서 끝이 부드럽게 멀어져야 좋은 미소
(비본재적 존재로부터 본래적 존재가 멀어져야 진정하게 좋은 미소입니다)
(양 극단의 세계에 대해여 유연하게 사유해야 합니다)
나는 돌고래로 기울어질 수 있습니다
(나는 주체적 존재로 거듭났더라도 나는 사회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살고 있으므로 알게 모르게 길들여짐으로 기울어질 수 있습니다)
(나는 본래적 존재로 사유하지만 아직 비본래적 존재로 살고 있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같이 삶을 영위해야 합니다. 이것은 의지이고 당위입니다)
(본래적 존재라는 새로운 길들여짐도 길들여짐이므로 돌고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돌고래는 미소를 기르기에 좋습니다 슬픔을 조심합니다
(인간의 두뇌는 가소성이므로 본래적 존재라는 새로운 돌고래로 길들여집니다. 비본래적 존재에 갇혀 있는 사유에서 벗어났으므로 평균성, 잡담, 호기심, 애매함이 속성인 '그들'에서 벗어났으므로 고독하고 슬플 수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아차려야 하고 감내해야 합니다.)
세계는 서로를 미끄럽게 기를 줄 알고
(이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는 각자 생각이 다릅니다. 서로의 생각은 미끄러집니다. 내 주장이 옳다고 주장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길들여져 있습니다)
(인간, 세계는 닫혀있지 않고 누구나 닫힌 사유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나는 입김에서 햇빛으로 조용하게 옮겨집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의 입김 즉 주장, 길들이려는 음모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내가 생각하는 본래적 존재로 옮겨가는데 그들에게 내 사유를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본래적 존재라는 인식과 사유를 통을 통해 상징계의 입김에서 진리의 햇빛으로 조용하게 옮겨집니다)
나는 한 종류의 돌고래가 됩니다
(나는 새로운 인식에 도달한 실존적 존재가 됩니다)
(비본래적 존재와 부류가 다른 본래적 존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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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유형의 시들
https://m.cafe.daum.net/somdaripoem/su1r/23?svc=cafeapp
*개별이 느끼는 공포(제도, 구조, 언어 등 보편적 속성이 갖는 폭력성)
스테이플러씨 / 2019 국제신문 신춘문예
그는 서류들을 한 코에 제압하고 있다
바람의 두께에 따라 뒤집어질 수도 있지만
이미 꿰인 코는 염기서열을 갖는다.
하얀 낱장에 뼈대를 두고 있는 얼굴들
묶인 것으로 질서가 된 몸이지만
위 아래 각을 맞추는 것은 복종의 의미
자세를 낮추고 하나의 각도와 눈높이로 사열되어
제왕의 예의를 갖추듯 손발을 맞추고 있다
어떤 묶음도 첫장 머리에서 움직이고
펄럭이는 팔과 다리를 갖게 된다.
간혹 흩어질까 묶인 것들끼리 권이 된다
날개를 갖고 있어도
그 손에 한 번 잡히면 그만이다
입이란 하나의 입구
무엇이 채워졌을 때
뜬구름이라도 소화하게 만든다
솜사탕과 뜬 구름은 종이 한 장 차이
단정하게 정리된 그의 입에
꽉 물려서 봉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적 있다
흐트러진 낱장들을 함구시키며 제압하는
따악,그 소리
일침으로 봉할 줄 아는 그는
서류의 제왕이다
*개별은 이해가 된다(둘 이상이 모이면 보편이고 붙는 것이고 닮아가는 것이고, 사물의 실재 모습이 아니다)
너무 작은 숫자 / 성다영
*2019경향신문 신춘문예당선작
도로에 커다란 돌 하나가 있다 이 풍경은
낯설다 도로에 돌무더기가 있다 이 풍경은 이해된다
그린벨트로 묶인 산속을 걷는다
끝으로 도달하며 계속해서 갈라지는 나무가지
모든 것에는 규칙이 있다 예외가 있다면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공학자는 계산기를 두드린다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렇기에 더 중요합니다 너무 작은 숫자에 더 작은 숫자를 더한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은 비유다
망할 것이다
한여름 껴안고 걸어가는 연인을 본다 정말 사랑하나봐 네가 말했고 나는 그들이 불행해 보인다는 말대신 정말 덥겠다 이제
그만 더웠으면 좋겠어 여기까지 말하면 너는 웃지
그런 예측은 쉽다
다정 씨가 웃는다
역사는 뇌사상태에 빠진 몸과 닮았다
나무 컵받침이 컵에 달라붙고 중력이 컵받침을 떼어낸다
물이 끈적인다 컵의 겉면을 따라 물방울이 아래로 모이는 동안 사람과 사물은 조금씩 닮아간다
조용한 공간에 금이 생긴다
되돌릴 수 없다
첫댓글 https://youtu.be/Pz5TU4pn7F4?si=8PBKOMAyLcrazU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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