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사랑을 느낀 위소보
"무섭게 그녀를 한 번 베어 그녀로 하여금 다시 목숨을 잃을 우려가 있 도록 한다면 재차 임시변통의 수법을 써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 아니겠소?" 그리고 나서 그는 그녀의 몸 앞으로 가 예리한 비수로 그녀의 어디라도 베려는 시늉을 했다. 징관은 재빨리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그렇다면 내 그대의 말을 듣기로 하지. 그대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만 않는다면 그녀가 각종 초식을 모조리 펼쳐 보인후 우리는 슬 그머니 그녀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 녀에게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소." 그는 이 소사숙이 일을 처리하는 방법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 러나 소사숙이 회자 항렬의 웃어른이고 보니 견식도 반드시 자기보다 뛰어나리라 생각하고 그의 분부를 듣는 것이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생 각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 여시주는 성질이 매우 굳건하오. 그녀는 그대의 반야당의 수좌를 빼앗아야겠다고 했소. 그러니 나는 그녀를 잘 타일러야 겠소." "그녀가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면 사질이 양보를 해 드리면 되죠." 위소보는 어리둥절해졌다. 이 화상이 이토록 성격이 담백하리라고는 미 처 예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정말 경쟁심이라고는 전혀 없지 않은가? "그녀는 우리들의 승려도 아닌데 반야당의 수좌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우리 소림사는 얼굴을 어떻게 들 수 있겠소? 그대가 그 같은 마음을 갖 는다는 것은 바로 소림상 대하여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오." 그는 짐짓 안색을 굳혔다. 그 바람에 징관은 깜짝 놀라서 잇달아 옳은 말씀이라고 변명을 했다. 위소보는 여전히 얼굴을 굳힌채 말했다. "그렇군. 노사질은 잠시 나가 밖에서 기다리도록 하시오. 내 그녀를 타 일러 보겠소." 징관은 대답을 하고 나서 허리를 굽히고 나간 후 문을 닫아 주었다. 위소보는 그녀의 머리에 씌웠던 승포를 벗겼다. 그 소녀는 입을 벌리고 고함을 지르려 했다. 그런데 바로 한 자루 싸늘한 광채가 번쩍이는 비 수가 자기의 코끝을 겨냥하고 있지 않은가? 대뜸 그녀는 입을 벌리기는 했지만 감히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소저, 그대가 순순히 말을 듣는다면 나는 그대의 털끝 하나 다치지 않 으리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대의 코를 잘라 절 밖으로 내놓을 수밖 에 없소. 사람이 코가 없다면 그저 향기나 구린내를 맡을 수 없을 뿐 별 대단한 일은 아니지 않겠소? 그렇지 않소?" 그 소녀는 놀람과 분노에 얽혀 얼굴에 핏기라고는 전혀 찾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위소보는 물었다. "그대는 말을 듣겠소?" 그 소녀는 극도로 노해 나직이 말했다. "그대는 빨리 나를 죽여요!"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 같은 화용월태(花容月態)의 미인을 내 어찌 아까워서 죽일 수 있 단 말이오? 하지만 만약 그대를 놓아 준다면 이후부터 나는 밤낮으로 그대를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대 때문에 상사병이 걸려 죽게될 것이니 그것 또한 하늘의 호생지덕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겠소." 그 소녀는 얼굴이 붉어졌다가 곧이어 창백해졌다. 위소보는 말했다.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소. 내가 그대의 코를 자르게 된다면 그대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답지 못할 것이오. 그러면 나는 상사병에 걸리지 않 게 될 것이 아니겠소?" 그 소녀는 눈을 감았다. 두 알의 맑은 눈물 방울이 기다란 눈썹아래서 솟아오르더니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위소보는 마음이 누그러져 얼른 위로의 말을 던졌다. "울지 마시오. 울지 마시오. 그대가 순순히 말을 듣기만 한다면 내 차 라리 내 코를 잘랐으면 잘랐지 그대의 코를 자르지는 않겠소이다. 그대 의 이름은 뭐라고 하시오?" 그 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었으며 눈물이 더욱더 많이 흘러내렸다. 위소보는 말했다. "원래 그대의 이름은 고개를 흔드는 고양이라는 뜻으로 요두모(搖頭모) 라는 이름이었군! 그 이름은 그렇게 듣기 좋은 것이 못되는걸?" 그 소녀는 눈을 뜨고 흐느끼며 말했다. "누가 요두모라고 했어요? 그대아말로 요두모예요." 위소보는 그녀가 대답하는 말소리를 듣고 속으로 크게 흐뭇해서 웃었 다. "좋소. 내가 바로 요두모라고 해 둡시다. 그러면 그대 이름은 뭐라고 하시오?" 그 소녀는 노래 말했다. "말하지 않겠어요." "그대가 말을 하지 않겠다면 내 그대의 이름을 지어 줄 수밖에 없군. 그렇지......말 못하는 고양이라는 뜻으로 아파모(啞巴모)라고 합시 다." 그 소녀는 노해 부르짖었다. "터무니없는 소리, 내가 언제 벙어리였나요?" 위소보는 높이 쌓아놓은 소림 무학전적 위에 올라앉아서 두 다리를 포 개고 가볍게 흔들어댔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은 가득히 노기를 띄우고 있으나 그 아름다움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지라 웃으며 입은 열었 다. "그렇다면 그대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오?" "나는 그대와 말씨름을 해서 이길 수가 없어요. 그래서 말하지 않으려 는 거예요." "내 그대와 상의할 일이 있소. 이름도 없고 성도 없다면 말을 하게 될 때 매우 거북스럽지 않겠소? 그대가 말하지 않겠다면 나는 그대에게 이 름을 지어줄 수밖에 없소. 음 어떤 이름을 지어 주면 좋겠소?" 그 소녀는 잇달아 말했다. "싫어요, 싫어요, 싫어요." 위소보는 웃었다. "됐소. 그대는 위문요씨(韋門搖氏)라고 합시다." 그 소녀는 어리둥절해졌다. "이상야릇하군요. 나는 성이 위씨가 아니에요." 위소보는 정색했다. "천지신명이어 굽어살피소서. 나는 한평생 칼로 만들어진 산에서 오르 고 기름 가마솥으로 들어가며, 천 갈래 만 갈래 찢겨 죽고, 온가족이 멸살을 당할 정도로 대역무도하며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극악무도하여, 남자는 도적이 되고 여자는 창부가 되어 자손이 끊어지게 되고, 하늘의 벼락을 맞은 온 몸뚱아리에 커다란 부스럼이 난다해도 나는 반드시 그 대를 내 마누라로 삼아야 하겠소." 그 소녀는 그가 단숨에 그토록 저주 어린 맹세를 하는 것을 보고 그만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갑자기 최후의 한마디를 듣고서 얼굴이 새빨개 져서 쳇! 쳇! 하고 코웃음을 쳤다. 위소보는 말했다. "나의 성씨는 위씨요. 그렇기 때문에 그대는 이미 운명적으로 성이 위 씨가 될 것은 정해진 노릇이외다. 나는 그대의 성이 무엇인지 모르오. 그러나 그대는 고개만 흔드니까 나는 위문요씨라고 지은 것이오." 그 소녀는 눈을 감고 노해 말했다. "세상에 그대와 같이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이는 화상은 없을 거예요. 그대는 출가인이에요. 그런데 무슨 아내를 맞는다고......하는 것이 죠...... 부처님께서 벌을 내릴까 두렵지도 않으세요? 죽어서 십팔층 지옥으로 떨어지게 될 거예요." 위소보는 두 손을 합장하고 털썩 꿇어엎드렸다. 그 소녀는 그가 꿇어엎 드리는 소리에 호기심이 일어서 눈을 떴다. 그리고 보니 그는 창문 쪽 을 향해 몇 번 절을 하더니 말했다. "우리 부처님이신 여래이시여!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보현 보살, 옥황상제, 사대금강, 염라대왕과 판관 나리들, 무상소귀(無常小 鬼) 모두들 함께 들어 주시오. 이 위소보는 반드시 이 소저를 처로 맞 아야겠소이다. 설사 죽은 이후 십팔층 지옥으로 떨어져 혓바닥이 뽑혀 지고 머리통을 톱질당하며 돌이킬 수 없는 만겁으로 떨어져 환생하지 못한다 해도 상관이 없소이다. 나는 살아서도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고 죽어서도 아무것도 두렵지 않소이다. 다만 이 마누라만은 어찌 되었든 반드시 맞아들여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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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