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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일/집결 : 2019년 8월 10일(토) / 3호선 구파발역 2번출구 (10:30)
◈ 코스 : 구파발역-진관근린공원-진관사입구-삼천사-삼천사계곡-진관사입구·하나고옆-<뻐스>-불광역
◈ 참석 : 14명
◈ 동반시 : "사랑법" / 강은교
◈ 뒤풀이 : '능이버섯오리백숙'에 맥주와 막걸리 / "가나안농원"<은평구 불광동, (02) 359-5279>
말복 하루 전 수은주는 최고 섭씨 37도를 기록할 거라고 TV 기상캐스터가 전해준다. 특히, 노약자는 햇볕을 피하고 충분한 물을 섭취할 것을 강조한다. 마음을 단단히 하고 마지막주 참석이 어려운 관계로 자청 산행기자를 지원했으나 은근히 부담스럽다.
찜통 더위속에서도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재촉하다 보니 순식간에 온 몸이 땀으로 가득하다. 그래도 전철 안은 무주구천동 계곡처럼 시원하다. 카톡을 하면서 1시간을 보낸 후 구파발역에 도착하니 고 총장을 비롯한 산우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구파발역 주변을 살펴보니 은평뉴타운 건설로 대규모 아파트가 자리를 잡으면서 대규모 빌딩 숲이 꽉 들어차 상전벽해라는 비유가 어울린 게 아닐까? 오늘도 30여도의 무더운 날씨에도 12명의 산우가 약속 시간에 맞춰 서로 인사를 나누며, 삼천사 계곡으로 출발하는 모습이 건강하고 멋져 보인다.
진관 근린공원의 숲길은 그늘이 많고 군데군데 쉼터가 있어 등산하기에는 좋았다. 그래도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땀방울이 주르륵 떨어진다. 30여분 지난 후 누가 휴식을 제안하지도 않았는데, 너도나도 준비해 간 달걀, 주스, 젤리 과자 등 분배를 하는데, 그 중 황표 산우가 준 찐 달걀이 구수하면서 별미였고, 준비해 온 산우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진관 근린공원을 지나 은평한옥마을에 도착하였다. 진관사입구에 안내표시가 되어 있다. 최근 TV에 여러 번 방영된 백초월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지금의 한일관계에 마음이 미치면 왜 그렇게 일본이 미워질까.
만해 한용운 선생의 독립운덩 이야기는 누구나 너무 잘 아는 이야기이고 기록이 남아있어 감옥에서 찍은 그 결기 서린 사진만 봐도 내가 독립운동가가 된 기분이 들었는데, 만해가 투옥되고 감옥에서 나온 뒤로는 너무 감시가 심해 행동에 제약이 너무 심했다.
그후를 이은 스님이 진관사 백초월 스님은 결국 해방을 보지 못하고 감옥에서 해방을 1년 앞두고 청주교도소에서 고문으로 돌아가셨다니 안타깝기 이를데 없다. 칠성각 단 밑에서 발견됐는데, 일장기 위에 덧대서 그린 태극기 안에 넣은 단재 신채호의 신문과 김구 주석이 발행한 독립신문을 보면 그 스님의 마음을 품을수 있다.
더구나 독지가가 마련한 청주의 묘지도 6.25 한국전쟁으로 흔적이 사라졌다니 그것은 그분의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한 곳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혼이나마 한반도를 넘어 만주까지 넘나들며, 우리를 지켜주시리라 믿어본다.
두 번의 왜란을 포함해 5천번을 노략질∙분탕질을 했다니 언제 그것을 갚아야 하나. 업보가 있다면 과보를 받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사를 보니 5년이면 극일을 하고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줄 희망이 보인다.
독립운동의 심정으로 모두 분발하자. 몇 년 전에는 한두 채 한옥을 짓고 있었는데 넓은 지역에 북한산을 병풍삼아 한옥 마을로 자리 잡고 있다. 은평 한옥 마을은 북촌, 서촌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큰 한옥마을이란다.
서울시에서 2008년 한옥 선언을 하며 한옥보급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후 2011년 은평뉴타운내 3만㎥ 부지에 분양하여 현재 156필지 모두 입주해 있거나 입주 중에 있으며 은평역사 한옥박물관도 갖추고 있고 카페도 있고 해서 데이트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독립운동의 얼이 서린 진관사입구를 지나 삼천사입구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계곡은 물소리와 함께 남녀노소 삼삼오오 왁자지껄하다. 일기예보처럼 숨이 턱 막히는 무척 더운 날씨이다. 계곡을 따라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몇 분 올라가니 고층탑과 북한산이 어우러져 삼천사의 전경이 수려하다.
삼천사는 신라시대 원효가 흥국사 등과 함께 창건한 절이라 한다. 그 뒤 중창 및 중수의 역사는 전하지 않고 있으며, 6.25 때 불탄 뒤 1960년에 중건하였고,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과 선실, 요사체가 있다.
대웅전 위쪽 30m 지점에 보물 제 657호로 지정된 높이 3m의 석가여래입상이 있는데, 이 마애불은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추정되어 양각과 음각을 함께 섞어 조각하여 선을 잘 살린 매우 우수한 작품이며 오래된 큰 석조와 고려시대 이영간이 쓴 비영이 있다.
삼천사를 지나 양 옆으로 여름 향기 짙은 오솔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니 옆 계곡에는 인산인해를 이뤄 끼어서 들어갈 틈이 없다. 마지막 졸졸 바위틈에서 새어 나오는 물 옆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정신이 한순간 혼미해 진다.
두 전직 회장인 삼환 산우의 죽순무침, 세환 산우의 냉 캔맥주, 고 총장님이 와인 등 가지고 온 음식을 내놓으니 역시 푸짐하다. 삼환 산우가 와야 먹을 게 있다고 어느 산우가 한 마디를 한다. 오늘의 산행시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을 낭송하였다.
"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세환 산우가 가지고 온 냉장 캔맥주를 한 모금 마시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좁은 바위 틈에서 졸졸 솟아나오는 바위물에다 두 발을 담그니 이 찜통더위에 땀을 흘리면서 피서를 위해 산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않은가?
2시간 동안 흐르는 물에 몸을 씻고 담그니 땀이 저절로 식는다. 자리를 정리한 후 삼천사 경내를 둘러본 후 버스를 타고 불광역 근처의 뒤풀이장소인 '가나안농원'에 도착하니 일산에 살고있는 김일화 산우가 반갑게 맞이한다.
내일이 말복이라 능이버섯 오리백숙에 시원한 맥주와 막걸리를 푸짐하게 먹으니 올 여름 더위가 모두 물러날 것만 같다. 일화 산우가 아들이 어려운 체육교사 발령을 받았다며 한턱을 내니 모든 산우들이 이구동성으로 축하를 한다. 다시 한 번 일화 산우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쉬운 삶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가장 나쁜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면 나오는 국회의원의 막말을 듣는 것으로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짜증나는 세상사에서 벗어나는 길은 철학이 좋다고 생각한다. 일석오조는 될 것이다.
잠시 책을 보고 읽었던 감회를 돌이켜본다. 10년 남은 여명을 정리하는 기간으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모든 철학의 밑바닥에는 기본적으로 여섯 개의 질문이 존재한다.
1.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으며, 왜 왔는가, 현상계 및 인간과 나의 관계는 무엇인가?
2. 내 생명의 근원은 무엇이며 현상계의 근원은 무엇인가?
3. 의식의 중심과 세상 사물의 관계는 무엇인가?
4. 현상계의 사물이 지니고 있는 이름과 형태의 성품은 무엇이며 그들은 인간 및 우주의식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5. 육체가 살고 있는 동안 어떤 행위를 해야 하는가, 사후에도 삶은 지속되는가?
6. 진리란 무엇인가, 어떻게 진리의 의문에 대한 올바른 대답에 도달할 수 있는가?
종교와 철학과 과학의 관계에서는 불가지론(不可知論)의 세 가지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1. 우주의 기원은? 우주의 끝이 있는가?
2. 보이지 않는 신과 영혼의 존재는? 존재한다면 미치는 영향은?
3. 선과 악의 인과응보의 결과는?
시산회답게 시와 글을 씀에 있어서 우리는 일상사적 이야기만을 늘어 놓는다면 신변잡담으로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내 글을 내놓을 때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빼놓으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 신념에 대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개인은 선한데 개인이 모여 형성한 사회는 왜 이기적으로 굴러가는지, 이유는?
2. 종교는 많은데 사람들이 선해지지 않는 이유?
3. 인류의 사상과 철학은 훌륭한데 개인의 생각은 어리석은지?
4. 먹고 살만한데 개인의 인격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지?
5. 살면서 많은 감동을 받으나 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나는 어디서 왔으며, 나는 누구(무엇)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모두의 화두이고 대명제다. '누구'와 '무엇'의 의미와 차이를 잘 새겨야 한다. 자주느끼는 것은 당신을 만든 신과 당신이 만든 신은 같습니까? 틀립니까? < 힌트 : 만들어진 신 / 리처드 도킨스 >
세상의 모두가 잘 되기를. 옴 마니 반메 훔. 연꽃 속의 보석 같은 그대여. 나마스떼. 내 안의 신이 그대 안의 신에게 인사 드립니다. 항상 좋은 언어를 사용하며 잘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주위에 폐를 끼칠 염려도 없고, 쓸데 없이 남 얘기를 하다보면 자신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정신의학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올 여름 중 가장 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많이 참석한 산우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2019년 8월 15일 이원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