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경영전략으로서의 선택과 집중
기업의 사명 가운데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사항은 아마도 계속기업으로 존재하는 것일 것이다. 어떤 기업이 탄생하여 계속 생존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뛰어난 경쟁우위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 요소의 하나는 어떤 비즈니스전략을 선택하고 그 부문에 집중하는가 이다. 브랜드는 단순히 특정한 제품에 붙이는 이름으로서의 브랜드뿐만 아니라 그 브랜드가 붙은 사업부 및 제품군, 그리고 관련 업무를 하는 수많은 종업원들의 진로를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경영의사결정이 되고 있다.
경영의사결정으로써의 브랜드경영은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을 염두에 두고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을 삼성전자 내 두고 있는데 반하여 과거에 LG전자와 현대전자는 반도체사업을 별도의 회사로 운영한 적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의 성장에 힘입어 가전시장에 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에 LG전자는 생활가전 중심의 경영을 지향함으로써 매출 및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부문 보다 오히려 더 높은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이렇듯 기업에서의 경영의사결정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산업 및 경쟁환경을 고려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하여 경쟁력을 쌓아야 할 부문과 함께 어떤 브랜드로 그 사업을 운영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제 브랜드는 제품단위의 브랜드 뿐만 아니라 사업부(Strategic business unit) 혹은 사업영역(business category)단위의 브랜드를 도입 및 운영하는 추세를 가지고 있다. 일명 패밀리브랜드(family brand) 혹은 범주브랜드(range brand)로 구분이 된다.
이 단위의 사업영역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강력한 브랜드자산(brand equity)을 구축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KT&G 등의 주요 기업의 성과를 분석해 보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한발 앞선 선택에 의한 삼성전자의 브랜드전략
삼성전자는 1993년 신 경영을 주창할 당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한 바 있으며, 그 결과 액정TV, 모니터, 휴대전화 등에서 세련된 제품이미지를 구축하였다. 일본 최대 경제주간지 ‘니케이 비즈니스’도 최신호 특집기사에서 “삼성이 현재와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까지는 디자인을 경영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기업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개별 제품에서도 우수한 품질과 고급화로 한발 앞선 마케팅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 내놓은 애니콜(Anycall) 300만화소 카메라폰(SPH-S2300)은 ‘가장 비싼 고급 단말기’란 브랜드전략과 고급화, 고기능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초로 500만화소대 카메라폰(SCH―S250)을 개발하여 그 기술력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있다. 삼성은 "월드 퍼스트 월드 베스트" 전략에 따라 지속적으로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 온 결과 세계시장에서도 노키아나 모토롤라 브랜드보다 평균 30∼40달러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12%대로 3위를 하는 대단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생활가전 부문에서 지펠(Zipel)은 기존 냉장고시장에서 과감히 탈피해 양문형냉장고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그 당시 국내에서 최고급 냉장고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GE나 Whirlpool 브랜드를 제치고 국내 시장에서 최고 브랜드가 되었다. 또한 인테리어가전 통합브랜드로 출시한 하우젠(HAUZEN)은 출시 초기에 프리미엄 브랜드로 고품격, 고감각이라고 하는 고급 이미지를 느껴보고자 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은바 있다.
그렇지만 갈수록 이런 고급의 이미지와 감성적인 이미지가 사라지고 기능적이고 이성적인 커뮤니케이션 전개로 인해 출시 당시 정립했던 브랜드 컨셉이 훼손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인 브랜드 관리측면에서의 브랜드 자산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부문에서 고품질과 고감각에 집중함으로써 즉, 하우젠이 포지셔닝 하고자 했던 고급시장에서 강력하게 포지셔닝 해야만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도 가전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우젠은 통합가전의 전문브랜드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대표브랜드(master brand)로써 리딩 브랜드의 역할을 해야 전반적인 삼성브랜드의 파워가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개별브랜드에 집중한 LG전자의 브랜드전략
LG전자는 생활가전 부분에서 평균 10%대의 영업이익률과 5조원 이상의 매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국내 최고의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실적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의 실적 보다 훨씬 앞서는 결과이다. 이런 차이는 사업구조의 차이에서 찾을 수도 있으나 전반적인 마케팅 및 브랜드전략에서 찾을 수도 있다.
그 동안 삼성은 최고 품질과 이성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 반면 LG는 그룹 CI변경 이후 꾸준하게 감성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었다. 품질은 경쟁우위 요소가 아니라 기본 요소가 된 현시점에서 본다면 품질, 최고,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 등과 같은 키워드보다는 사랑, 꿈, 희망 등 제품 및 브랜드를 소비하는 궁극적인 가치를 느끼도록 하여 감정이입을 일으킬 수 있는 키워드가 보다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찾는 요즈음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 브랜드이면서 그 브랜드의 개성과 나의 개성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현상들이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는 생활가전의 주요 카테고리에 엑스캔버스, 휘센, 디오스, 트롬 등의 전문브랜드를 통하여 각각의 감성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2002년부터 임원을 대상으로 감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감성마케팅 교육을 실시하였으며, 감성 비즈니스 마인드와 감성 공학적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휘센(WHISEN)은 2003년에 800만대를 판매하여 세계시장에서 18.6%의 점유율을 기록하였다. 2000년 이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에어컨 전문브랜드 휘센의 성과는 꾸준한 브랜드 관리와 기술이 결합된 결과로 보여진다. 여기에 휘센은 ‘회오리바람(Whirl wind)’과 ‘보내다(Send)’를 합성한 말로 어감 자체에서 ‘센바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어 브랜드 네임에 의한 프리미엄을 얻고 있다. 드럼세탁기 브랜드인 트롬(TROMM) 역시 단순히 "드럼(Drum)"의 독일어로 드럼세탁기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고 있다. 한마디로 해당 카테고리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비슷한 예로 세계적인 브랜드인 소니는 어느 순간에 공룡브랜드가 되어 올림프스와 같은 카메라의 전문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가전의 통합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소니의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LG전자는 제품마다 각기 다른 브랜드를 채택하는 개별 브랜드(individual brand) 전략을 전개하였다. 이미 트롬이나 휘센, 디오스 등은 각기 해당분야에서 확고히 자리를 굳히고 있으며, 국내시장에서는 개별 브랜드가 패밀리 브랜드보다 전문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개별 브랜드의 파워를 더욱 강화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시장에서도 마케팅 노력은 많이 들겠지만 전문브랜드의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개별 브랜드전략이 더욱 유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LG전자의 개별 브랜드들은 제품력을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에 의해 현재의 시장을 장악했다. 앞으로의 시장은 제품력을 기반으로 마케팅력에 의한 싸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전략적인 브랜딩을 위해서는 브랜드의 정교화 작업과 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전개에서 브랜드 컨택포인트에 있는 종업원과 채널파트너(유통점주)들이 고객과의 접촉에서 충분히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전달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최종적으로 고객과 브랜드간에 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
품질경쟁력에 의한 현대자동차의 브랜드전략
현대자동차는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J.D. Power의 신차품질조사에서 회사평가 2위, 중형차부문 품질 1위(EF 쏘나타)를 기록하였고, 올해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에 대해 품질 및 디자인 만족도(APEAL)에서 고객만족도가 전체 38개 브랜드의 평균과 일치하여 꾸준히 만족도가 개선되고 있다. 종합가치 평가 조사인 ‘TVI’(Total Value Index)에서는 벤츠, BMW, 혼다 등을 추월해 렉서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Strategic Vision). 또한 현대자동차의 3개 차량(아반떼XD, 그랜저XG, 싼타페)이 모두 동급차종 중 최우수 차량으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현대자동차가 그 동안 꾸준하게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에 대해 신뢰를 얻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초기 수출 과정에서의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품질향상에 집중했으며, 그 결과 이제는 세계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는 우수한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경쟁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EF 쏘나타, 아반떼XD, 그랜저XG, 싼타페 등은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이 브랜드들이 중저가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고급차의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내시장에서 현대자동차는 풀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고, 각 세분시장별로 개별브랜드전략에 의한 차별적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주요 브랜드가 해당 세분시장에서 최고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4년 연속 고객만족도(NCSI) 1위를 차지했는데, 이 역시 품질과 서비스의 향상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전반적인 시장상황은 매우 좋은 환경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조금 더 세밀히 살펴보면 경쟁상황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자동차시장에서 기본적인 수요는 모두 충족이 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의 양상이 품질이 아니라 이미지로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상징제품이기 때문에 고급차 시장에서 명확한 이미지를 그것도 강력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확보해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한 브랜드자산(brand equity) 구축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현대자동차는 올림픽과 월드컵 등에서 다양한 스포츠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였고, ‘브랜드경영위원회’의 조직과 운영, 그리고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로 ‘세련되고 현대적이면서 품위 있는 이미지’를 제정하여 시행하는 등 브랜드 포지셔닝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세련되고 현대적이며 품위 있는 이미지’라는 상당히 정서적인 이미지를 선택함으로써 볼보의 ‘안전’, BMW의 ‘주행성능’ 등과 같은 경쟁 브랜드들의 명확한 브랜드 컨셉과 경쟁하는데 많은 힘이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 현대자동차는 CEO에서부터 영업사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새롭게 출시되는 모든 자동차는 세련되고 품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모순에 빠지는 함정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염려된다. 요즈음의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자동차는 세련된 디자인을 가져가지 않을까? 또한 세련되고 품위 있는 이미지를 기업이미지와 개별 브랜드간에 어떻게 일관되게 유지하고 차별화 할 수 있을까?
이미지는 만들어지기도 어렵지만 한번 만들어지면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이제 보이는 적인 품질과의 싸움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인 세련과 품위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훨씬 더 어려운 싸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선언과 구호로 될 수 없는 슬로건이기 때문에 전사적인 관심과 노력이 디자인에서부터 공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들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