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男케미 열전 #1. 영화 <사도> 송강호&유아인
송강호와 유아인의 만남은
끓는 물에 불을 붙인 격이다. 송강호는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한 순간도 영조(조선의 21대 왕, 숙종의 아들로 조선왕조 사상 가장 긴 기간인 52년(1694~1776)의 재위기록을 세웠다)가
아닌 적이 없는데 세자인 유아인이 등장할 때마다 그의 끓는점은 조금씩 더 높아져 마침내 증오의 기관차가 되고 만다. 학문에 능했던 영조가
예체능에 능한 세자를 보며 “내가 너 만할 적에는
공부밖에 몰랐다”고 할
때나,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울부짖는 세자에게 “넌 존재자체가
역모야”라는 억울한 소리를 할 때
‘위대한 조선의
왕’ 영조의 외연은 조금씩
균열을 일으킨다.
40대부터 70대까지 30년의 영조를 보여준 송강호
송강호는 영조를 변호하지도
변명하지도 않은 채 역사의 고증을 따라간다. ‘조선왕조시대에 뒤주에 갇혀
죽은 세자가 있었다’는 이 건조한
문장이, 눈앞에 입체적인 현실이
되어 다가올 때의 충격을, 성군이라 알려진 영조가
질투와 열등감에 꺾어진 내면을 가졌다는 치부를 <사도>는 굳이 감추지
않는다.
실제로 뒤주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내는 세자, 영화는 그가 죽기까지의 8일을 담는다. 사도 유아인은 인물의
가혹한 운명에 온 몸을 던진다. 실제로 사도도 유아인도
에둘러 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바닥에 머리를 짓찧는 장면에서 유아인의 이마에선 실제로 피가 흘렀다. 파멸이라는 결말이 정해져
있는 줄을 알면서도, 달려간다. (실제로 그는 뒤주에 제 발로 걸어들어간다.) 자신의
형을, 조카를, 아비를, 아비의 처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이들이 묻힌 종묘 앞에서 사도는 차라리 자신을 죽임으로 그 길을 거부한다. 그는 두 가지에서 엇나갔다. 학문이 중한 시대에 예술을 사랑했고, 세자로 태어나 권력이 아닌 부정(父情)을 원했다.
아비의 왕좌가 아닌 아비의 사랑을 갈구한 비운의 세자 유아인
<사도>는 영조를 폄훼할
생각도, 사도세자의 묵은 한을
풀어줄 생각도 없어 보인다. 다만
‘조선왕조는 그런 일도
일어날 수 있는 시대였나 보다’라고 여긴 안이한
역사의식에 한소끔 뜨거운 물을 붓는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상대를 망칠 수도 있음을, 그릇 되게 서로를 사랑했던
한 부자(父子)를 통해
보여준다. 완전한 아버지에 대한
신화, 자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어떻게 서로를 질식시키는가.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영화관의 공기마저 희박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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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 역을 맡은 배우 전혜진 |
<사도> 브라보!
영조의 후궁이자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경빈 역할에 전혜진을 캐스팅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게다가 배우 이선균의
아내로 더 잘 알려진) 이 배우는 스크린 안에서
누구보다 비범하다.
<사도> 옥의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