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그림은 프랑스 화가 마리-기유민 브누아(Marie-Guillemine Benoist, 1768~1826)의 1791년작 〈가족에게 작별하는 프쉬케(Les Adieux de Psyche a sa famille)〉이다. 이 그림에는 누미디아(Numidia: 북아프리카 알제리 북부해안지역에 있던 고대 왕국) 출신 로마 제국 작가·철학자 루큐스 아풀레유스(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Lucius Apuleius, 124~170)의 소설집 《변신담(Metamorphoses; 황금당나귀Asinus aureus)》에 수록된 소설 《쿠피도(Cupido; 큐피드Cupid; 에로스Eros)와 프쉬케(Psyche; 프시케)》의 한 장면이 묘사되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소재로 창작된 이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는 얼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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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어느 왕국의 막냇공주 프쉬케는 사랑녀신·미모녀신(美貌女神) 아프로디테(Aphrodite; 베누스Venus; 비너스)마저 시샘할 정도로 워낙 아름다운 미모를 타고났다.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왕국의 모든 총각은 프쉬케를 오직 경외하기만 하고 그녀에게 감히 청혼하지 못했다.
(윗그림에 묘사되었듯이) 그런 딸의 앞길을 걱정한 국왕은 델포이(Delphoi) 아폴론(Apollon) 신전의 신녀(神女; 무녀巫女) 퓌티아(Pythia)한테서 받은 신탁대로 왕국에서 가장 높은 바위산꼭대기의 첨탑으로 딸을 떠나보낸다.
그러나 첨탑에서 아무도 만나지 못한 프쉬케는 낙담하여 투신하는데, 서풍신(西風神) 제퓌로스(Zephyros)가 그녀를 구하여 아프로디테의 아들 쿠피도의 궁전으로 데려다준다.
그곳에서 프쉬케는 쿠피도와 결혼하지만, 쿠피도는 ‘절대로 나의 모습을 보려고 하지마라’고 프쉬케에게 신신당부한다.
그러나 막냇동생을 질투하던 두 언니의 교언(巧言)을 오신(誤信)한 프쉬케는 쿠피도의 모습을 봐버린다.
프쉬케의 배신행위에 실망한 쿠피도는 어머니 아프로디테의 거처로 떠나버린다.
아프로디테는 괘씸한 프쉬케에게 네 가지 시험을 부과한다.
세 가지 시험을 가까스로 통과한 프쉬케는 하데스(Hades; 플루토Pluto)에까지 다녀와야 하는 최종시험을 치르다가 올림포스산(Olympos山; 신궁; 만신전)의 기슭에서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그때 프쉬케를 용서한 쿠피도는 그녀를 부활시켜 올림포스산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그녀는 영혼을 주관하는 여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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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훗날 서양에서 프쉬케는 영혼, 정령(精靈), 심정(心精), 영혼녀신(靈魂女神), 영신(靈神)의 대명사로 인식되었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8)는 무의식을 탐구하는 기법을 창안하고 1896년부터 그 기법을 쉬쇼아날뤼제(psychoanalyse)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영어권에서 사이코어낼러시스(psychoanalysis)라고 발음되는 독일어 쉬쇼아날뤼제는 영혼·정령·심정·영혼녀신·영신을 뜻하는 그리스어 프쉬케(psyche)와 분석·탐구를 뜻하는 그리스어 아날뤼시스(analysis)의 합성어이다.
이것을 일역(日譯)하거나 왜역(倭譯)하여 만든 정신분석(精神分析)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쿠보 요시히데(久保良英, 1883~1942)라는 일본 심리학자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일본 도쿄 제국대학(東京帝國大學)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클라크(Clark) 대학교에 유학하여 1916년에 심리학박사학위를 따서 귀국한 쿠보 요시히데는 1917년에 《정신분석법(精神分析法)》이라는 저서를 펴내고 정신분석과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psychologie; Gestalt psychology; gestaltism)을 일본에 소개하기 시작했는데, 1929년에는 히로시마(廣島) 문리대학의 교수로 부임했다.
이렇게 생겨난 정신분석, 정신분석학(精神分析學), 정신분석학자 같은 왜역어(倭譯語)들이 일제강점기에는 거의 아무 의심도 비판도 받잖고 순조롭게 한반도로 유입되었으리라고 추정된다.
그리하야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버젓이 등재된 “정신분석”은 “무의식처럼 정신의 심층에 있는 내용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로서 “프로이트는 무의식 세계에 감추어진 강력한 심리적 과정의 존재를 인식하고, 자유연상이나 착오행위, 꿈현상 따위를 분석하면 무의식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풀리며(설명되며), “정신분석학”은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이라는 방법으로써 세운 이론적 체계”라고 풀린다(설명된다).
그런데 이런 맥락에서 “무의식”이 “정신의 심층에 있는 내용”이고, 쉬쇼아날뤼제가 “무의식”을 탐구하고 분석하는 기법이라면, 여태껏 쉬쇼아날뤼제를 “정신분석”으로 왜역한 자들과 한역(韓譯)한 자들은 “무의식”을 (침소봉대하여) “정신”과 동일시했거나 혼동했을 확률이 꽤나 높다고 촌평될 수도 있다.
☞ 프쉬케(프시케) 영혼 심혼 심정 심리 정신 마음의 기로 분석 프로이트 융
☞ 니체 초인, 위버멘쉬, 심리분석, 정신분석, 프로이트 융; 정신 심리 개념 한국어 용어 차이
☞ 정신승리? 멘탈(정신) 혐오 개체(半좀비) 상투속어, 자충수 본색, 상상 가상 기대 희망 승리, 마녀 사냥 재판 종교 전쟁 테러 스포츠 육체승리?
하여튼, 아래왼쪽그림은 프랑스 화가 에밀 시뇰(Emile Signol, 1804~1892)의 유화 〈프쉬케를 부활시켜 올림포스로 데려가는 큐피드(에로스)〉이고, 아래오른쪽그림은 프랑스 화가 윌리암-아돌프 부그로(William-Adolphe Bouguereau, 1825~1905)의 1895년작 유화 〈프쉬케를 부활시켜 올림포스로 데려가는 큐피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