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자국 내의 서방 기업들의 자산을 사실상 압류할 수
있는 내용의 법령을 선포했다고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전쟁 장기화에 급해진 러시아, 서방 기업 자산 몰수로 돈줄 되살리나© 제공: 아시아경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밀 포고령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법령은 러시아 내 서방 자산을 높은 할인 폭으로 러시아 정부가 먼저 사들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다. 또한 서방 자산을 매입하는 주체는 완전히 러시아 소유로, 외국인 주주가 배제되도록 규정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에서 철수하려는 기업들의 자산을 손쉽게 국유화할 수 있도록 해 서방 기업들의 '출구 전략'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서방 투자자들과 기업이 러시아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나쁜(naughty) 기업들에는 작별을 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자산으로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법령 제정의 배경에는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침략이 1년 4개월가량 이어지면서 장기화하자 이에 재정난이 벌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 또는 압박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러시아 역시 서방에 3000억유로(약 420조원)에 달하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이 동결돼있는 만큼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이번 법령에 따른 실제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