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리에 끝마친 '애정의 조건'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나 역시 대단한 관심을 갖고
이 드라마를 꼬박 꼬박 챙겨 보았었다. 지루할 틈이 없이 엮어져 가는 탄탄한 스토리와 한가인
의 미모가 인기의 비결이었다고 생각한다.
'애정의 조건'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 사이의 갈등은 우리 현실 속에서 진정 애정의 조건이란 무엇일까하는 것을 고민해보게 한다. 여러 갈등 구조 중 하나인 금파의 경우를 보자.
순종적인 현모양처였던 금파는 남편의 외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남편과 이혼 후 아이를 혼자 기르며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다. 집안 일밖에는 전혀 모르던 금파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찾게 되고, 전혀 다른 인생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아이를 위해 남편과 재결합을 하지만 남편은 금파의 달라진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예전의 순종적 아내로 머물기를 바란다. 그러나 가치관과 사회적 위치가 모두 달라진 금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에서 또 다시 갈등하기 시작한다. 금파는 사회적으로는 안정된 위치에 있었고,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가사 문제, 아이 양육 문제, 남편과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괴로워한다.
이 부부의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즉,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로 인해 가사 문제와 자신의 일 사이에서 갈등하고, 곤란을 겪는 여성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 금파라는 인물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여성들은 자신의 일과 가사 을 병행해야 하고, 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양육 문제까지 전담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여성이 수퍼 우먼, 원더 우먼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남편들은 일 하는 아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돈 벌어오는 아내를 원한다고 했던가.
정말 씁쓸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남편들, 그래도 많이 바뀌었다고 여성의 사회 생활을 인정하고 가사 일을 본인이 돕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역시나 아직 멀었다. 남편들의 이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가사 노동이라는 게 여성의 것이 아니므로, 그것을 도와준다는 말이 잘못된 것이다. 같이 하는 것이지 돕는다는 개념이 아닌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남성들의 생각이 변화하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문제는 여성들만의 것이 아니고, 여성들끼리 해결할 것이 아니다. 남성들의 생각과 시각이 바뀌어야만 비로소 진정 여성의 이 모순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