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변론
—연인
김윤이
알맹이를 감싼 밀감의 껍질처럼
갓 쌓인 눈냄새가 우리를 덮어쌌다 살며시
그 차이의 질감이 매혹적이었다, 라면 잘못된 걸까
너무나 달콤해서 연인 외엔 모르는 안온한 빛과 설향
내 혀와 이가 맞닿자 서로가 긴밀해졌다
아, 세상이 높직한 하늘 밑 온통 떨고
아잇적 보드득 밟아본 티끌 없는 흰 것만치
더러 낙차 크게 내 가슴가로 빠지는, 눈발들 보네
맞붙는 몫만이 내 것이라는 이중창에 곤두선 귀로 붙잡혀 있네
단번에 내 세상을 흔들고도 유리창은 물끄러미 바라만보네
그가 몹시 좋아, 나로 하여금 일생이 거두어지기만을 갈망하라고
멸하여지는 눈이 내 사랑만 같아서
외듯 내 입술에서 건져올리는 혼잣말 하나씩은 네 입술, 하나씩은 네 콧망울, 사랑의 넝마주이, 한데 포갠 둘씩은 눈빛 묻은 이 미치광이 눈발들아……
흩날리는 흰 선에 몸 묶여온 내게, 보다 진눈깨비인
특히나 희어지려 사랑의 백문을 묻는 날
본 척 않고 외마디대답 않는 눈이여
돌아올 수 없는 일별로,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시야와 옷매무시
이틀 허기가 져 살얼음 낀 정경에서 귤정과 내가 났네
나 혼자 헤쳐 나오지 못해 어느덧 유리에서의 갇혀짐, 이 빛의 술렁임, 그리하여 열에 떠 펄얼펄펄펄――――
예나 이제나 강단 없이 더 얼마를 추워 떨려
내가 가진 숨마저 너 있는 겨울로 들어가버리겠네
자신의 윤곽을 무너뜨리며
서로의 살 속으로 파고들어가
첫댓글 사랑이라는 말과 동떨어져서 살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