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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시겨!('어서 오세요'의 강화도 사투리)"
길을 따라 걷는 '올레' 선풍이 불고 있는 요즘 인천 강화도에도 좋은 나들길(올레길)들이 생겼다.
이들 나들길은 강화도 시민연대와 강화군 관광개발사업소, 인천관광공사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시범사업에 따라 새롭게 엮어 꾸민 것이다.
강화도는 단군 왕검 이래 고려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연이 담긴 유적들이 널려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가 손꼽히는 갯벌이 있어 저어새 등의 희귀 철새가 날아오고, 사방이 시원한 바다로 둘러싸인 곳이라 이곳 나들길에서는 역사와 자연·생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최근 4개 코스가 안내문 등의 단장을 마치고 나들길로 개방됐으며, 다른 코스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강화군 시외버스터미널과 강화역사관, 초지진 등 3곳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가면 여권 모양으로 된 이들 나들길의 자세한 안내 책자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코스 중간 중간에 있는 일부 유적지의 할인 입장권도 준다. 강화도는 그냥 아무 곳이나 돌아다녀도 다 좋은 곳이지만 이들 코스를 따라 주제를 갖고 걷는다면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개방된 4개 코스를 돌아보자.
◆역사문화길
몽고 침략시기 고려의 임시 수도이기도 했던 강화의 주요 역사 유적지를 따라 걷는 코스다. 강화버스터미널을 출발해 동문~용흥궁~강화읍 성공회성당~고려궁지~북관제묘~강화향교~북문~북장대~오읍약수터~연미정~갑곶성지~강화역사관까지 걷는 17.5㎞다. 6시간 정도 걸린다. 초반에는 유적지를 집중적으로 보고, 중반부터는 산책 삼아 편하게 걷는 순서로 짜여 있다. 용흥궁은 '강화도령'으로 불렸던 조선 철종 임금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살았던 집이다.
◆호국돈대길
서울이나 개성에서 멀지 않은 강화도는 수도(首都)와 나라를 지키는 길목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바다로부터 오는 외적들을 막기 위한 돈대(墩臺)와 보(堡) 등의 군사시설이 많이 설치됐다. 이를 따라 서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호국 의지도 다져보는 코스다. 강화역사관을 출발해 용진진~용당돈대~화도돈대~오두돈대~광성보~덕진진~온수천~온수리 시외버스터미널로 이어지는 15㎞다. 4시간 정도 걸린다. 해안을 따라 걷기 때문에 시원한 바다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능묘 가는 길
몽고 침략기에 왕위에 올랐다 끝내 개경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묻힌 고려의 왕이나 왕비의 묘지를 중심으로 삼고, 전등사와 고려 최고의 문장가였던 이규보의 묘소 등 다른 유적지도 돌아보는 코스다. 전등사 동문을 출발해 전등사~삼랑산성~온수리 성공회 성당~길정저수지~이규보묘~국제연등선원~까치골~길정리~곤릉~석릉~가릉까지 걷는 18㎞다. 5~6시간 정도 걸린다. 곤릉은 고려 22대 왕 강종의 비(妃)였던 원덕태후의 묘지다. 석릉은 21대 희종의 묘소이고, 가릉은 24대 원종의 부인인 순경태후의 묘지다.
◆해지는 마을길
유적지보다는 평범한 마을과 해안도로를 걷는 코스다. 가릉을 출발해 능내동길~하일동길~정제두 묘소~하우약수터~이건창 묘소~건평나루~건평돈대~정포동길~외포리 새우젓시장~망양돈대로 이어지는 10㎞다. 4시간 정도 걸린다. 정제두 선생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로 '강화학파(江華學派)'의 시조(始祖)이고, 이건창 선생은 조선 말기의 대문장가이다. 강화 나들길의 자세한 내용은 강화군 관광개발사업소(032-930-4331) 또는 강화도 시민연대(032-933-0110)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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