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이용남 골룸바노 주임신부님 강론)

[홍보분과 김율리안나]

   오늘의 이 말씀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설명하면서 이제 살아라. 이렇게 말씀한 것으로 저는 정의를 내려 봅니다. 그래서 배워라는 받아들여라. 살아라, 이것은 실천하라 이렇게 저는 알아들었고 그리고 다음 주의 말씀을 그렇게 사는 사람은 밀과 가라지가 분리되듯이 가라지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이런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배워라는 것은 진실을 배워라. 실천하다 살아라 하는 것은 사실을 살아라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진실과 사실 결국은 진실만 받고, 우리는 구원을 받는다는 이상한 신앙인이 돼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믿음만 있으면 구원받는가? 물론 개신교 신자들이 처음부터 그것을 받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장했을 때도 있습니다. 말씀만 있는 것이라 말씀을 통해서 창조가 이루어졌습니다.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통해서 땅이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 나에게 선물이 들어왔다면 너에게도 제물이 된다. 결국 다시 나에게 돌아오지 않고 그들에게 사명을 수행하면서 완성됐다 하는 오늘 1독서의 말씀도 연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내가 투자했으니 이만큼 나에게 들어와야 되는 것이 아니라인간적 논리로 그렇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생각을 갖지 않아야 된다.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연중 14주일에 이 땅에 정의를 세우고 평화를 선포하기 위해서는 겸손하게 새끼 나귀를 타고 오신 그리스도처럼, 형제를 지휘하여 불의를 일삼지 말고 자신을 죽이고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자가 되어 형제들을 고귀한 인격으로 대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실천하면서도 사랑이 왜곡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지배적 사랑은 상대가 자유가 없고, 의존적 사랑은 내가 자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두 가지도 모두 사랑이란 단어를 쓰고 있는데, 저는 사랑은 아픈 사랑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픔이라는 형용사, 이 수식어는 수난과 십자가라 하고, 그 뒤에는 사랑, 부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삼종 기도를 드리고 삼종 기도를 드리면서 마지막 부분에 수난과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길을 우리에게도 달라고 청합니다. 부활은 잘 알아듣고 있는 데 수난과 십자가는 과연 내게 주어질 때 내가 피하지 않고 받아들여 오히려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쪽을 향해서 수난하고, 그쪽을 향해서 십자가를 지고 있는가. 자신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인격적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신앙인으로서 형제 간의 진정한 인격적 관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말씀과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과제일 듯 느껴집니다. 다시 말하면 삶의 자세로, 삶의 태도가 문제라는 뜻입니다. 물론 인간이 하느님의 말씀을, 그 신원지를 다 알아볼 수 없습니다.우리의 제한된 체험으로 삶의 의미를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예언자 이사야는 하느님의 말씀을 음식이나 음료수로 그리고 씨앗으로 비유하여 하느님의 능력과 삶의 의미를 이렇게 일깨우고자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우리 자세에 따라서 삶의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종교적 언어는 비유나 상징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비유로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어쩌면 여기에는 또 역설적 의미도 함께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상징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느님이라는 말은 소망일 수도 있고 우리 아버지나 우리의 힘일 수도 있으며 기쁨이나 희망일 수도 있습니다. 한 아낙네의 눈물은 행복일 수도 있고 슬픔일 수도 있으며 혹은 질투나 분노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어린 아이의 보챔은 배고픔일 수도, 성장일 수도 자유에 대한, 보호에 대한 갈망일수도 있습니다.

무성한 나무는, 젊음일 수도, 땀일 수도, 희망일 수도 있으며, 시들어가는 나뭇잎은 성숙일수도, 죽음일 수도, 또 재생을 위한 죽임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한 조각구름은 시원한 그늘일수도, 홍수를 불러 올 상징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삶은 이와 같은 상징과 비유를 어떻게 알아듣느냐에 따라서 그 길이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삶의 상징을 받아들이면, 되고 있다면 신앙으로서 삶의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으로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와 삶에 대한 깊은 묵상이라고 생각해야 됩니다.

  오늘 예언자 이사야의 말씀과 같이 하느님의 말씀은 물이나 음식이 인간에게 활력소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인간을 활기 있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신앙으로서 하느님 앞에 나와 앉아 있으면서 제가 잘나고 똑똑해서 잘 먹고, 잘 사는 줄로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내가 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데 엄청나게 많은 이웃이 헐벗고, 굶주리며, 땀을 흘리고,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에게 무엇보다 하느님에 대한, 말씀에 대한 삶의 깊은 묵상이 꼭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묵상은 우리의 마음을 비우고 하느님의 말씀을,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오늘도 이 자리에 다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묵상을 받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묵상을 한다는 것은 먹고 살기에 바쁜 우리에게는 사치스러운 소리로 들려 고개를 돌리기가 쉽습니다.

  그렇다면 종교나 신앙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단지 주일미사에 참여하는 것만을 신앙이라고 한다면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보는 일조차 없지만, 땅을 밟고, 씨를 뿌리고, 풍년을 기약하며, 땀을 흘려 가꾼 농토가 한 번의 홍수로 유실되었다 해도 실망하지 않고, 들녘을 밤을 새워 복구 작업을 하는 저 농부의 삶의 자세가 오히려 더 종교적이고 진실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인간이 아무리 바쁘게 일을 하고 재산을 태산 같이 모았다 해도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의 씨앗이 자신의 삶 안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면, 그래서 십자가의 얘기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다면,그리고 한 농부가 땅을 갈아 씨앗을 뿌리고, 땀을 흘려 가꿀지라도 한 시간의 홍수로 모든 것이 유실될 수 있다는 삶의 현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하느님의 말씀은 그 결실을 거둘 수 없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일제 강점기 민족의 비극과 의지를 노래하다가 옥사한 이육사의 명시 ‘광야’의 마지막 부분을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광야의 마지막 부분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오랫동안 어린 학생들과 함께 한 문학 수업 시간에 느낀 것을 전하는 책을 읽었는데, 이 시구에 관하여 토론하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으며 문득 이 시구가 떠올랐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 시를 가르치며 암흑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이육사 시인의 고귀한 삶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이육사 시인에 대하여 스스로 삶을 씨앗으로 뿌린 이였고, 자신의 삶 자체를 뒤에 올 이들을 위한 헌신이자 투신으로, 마흔이라는 짧은 삶을 살았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너희도 이렇게 씨앗을 뿌릴 수 있겠니?’ 이에 대한 한 학생의 솔직한 반응은 흥미 있는 토론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대뜸 ‘저는 안 뿌릴 거예요’ 이렇게 말합니다. 툭 던지는 목소리도 매우 컸습니다. 그 도발적인 대답이 씨앗을 못 뿌리겠다는 마음은 이해가 되는 데, 안 뿌리겠다고 그것을 당당하게 말한단 말입니다. 씨앗을 안 뿌리겠다는 말, 용기가 없어서 못 뿌리는 것이 아니라뿌릴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말입니다. ‘내가 열매를 다 먹지도 못하는데 무엇 하러 뿌리냐’ 하고 또 얘기합니다. ‘어 그래 그럼 우리가 지금 보이는 열매들은 다 네가 뿌린 씨앗이니?’ 아이는 순간 멈칫하였습니다.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아이들은 다행입니다.지난 토론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하여 좋은 일 올바르게 가치 있는 씨를 뿌린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삶인지를 조금씩 발견하고 인정해 왔습니다. 교사인 저자는 아이들과 이 대화에 이러한 확신을 더해 갑니다. 조향미 시인의 교실에 나오는 이야기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말씀의 씨앗이 떨어져 풍성한 열매를 맺는 비옥한 마음을 이렇게 새로이 깨닫습니다. 바로 자신의 이익과 안락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이육사시인이 그러했듯이 다른 사람들과 앞날을 위하여 묵묵히 씨뿌리는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마음이 사실이라는 사실을 우리 잊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육사의 시인을 여러분들도 모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십 살에 감옥에서 옥상에서 빠져나오라고 난리를 치는데, 그는 그렇게 비겁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죽더라도 살아있는 사람 또 살아있지 않더라도, 먼 훗날 다시 사람들이 이것이 그들의 일이 될 수 있고 열매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대로 갑니다. 여기 40세 이하 자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40세이신 분의 이렇게 마지막에 하나밖에 없는 그 목숨이 참으로 장하고 아름답지 않았나. 여러분에게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복음은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입니다.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이고, 씨앗이 뿌려진 것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맺는 결실은, 말씀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 마음이 좋은 땅이 되어 풍성한 결실을 보려면,

첫 번째, 먼저 마음의 문을 하느님께 열어야 합니다.그리고 두 번째, 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 하느님의 말씀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의 생활에 어떻게 적용돼야 되는지 네 번째를 깊이 깨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네 가지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마음의 문을 열고, 두 번째는 그 준비가 되어야 하고, 세 번째는 그 의미를 분명히 알아들으려는, 네 번째 내가 실제로 적용하는 그 길을 택하여야 된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씀과 같이 종교인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삶을 누리게 되고 풍성한 삶의 결실을 거두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교형 여러분들, 우리는 정말 억만년 세월이 흐르는 그 가운데 이미 지나가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그런 천국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을 텐데, 이 긴 인생 중에 덕분에 내가 아직 살아있는 시간입니다. 이것이 바로 횡재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그 대박이라는 것 아닙니까? 놀랍습니다. 대박 근데 살아있는 것이 이렇게 엄청난 그 어마어마한 세월 속에 지금 딱 걸려 있는데, 이 기회를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1분 1초도 함부로 사용치 마시고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잠시 이 시간에 모든 것을 다 성취하고 이것이 바로 뒤에 있는 후손들에게 그 다음 세대들에게 아주 큰 선물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랑 감사 기쁨]

종교적 언어는 비유나 상징.
신부님 언어는 시.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