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이 사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는 물론 사고 참상을 반복적으로 접하는 국민들도 “남의 일 같지 않다”며 호소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집단 트라우마로 확산하게 되면 신앙인들의 믿음도 흔들리기 쉽다. 기독교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한국교회가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로 이웃과 함께 공감하는 돌봄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푸름 한국목회상담협회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라우마적 증상이 나타나는 건 우려할 문제라기보다는 되레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자극으로부터 최대한 피하는 것이 중요하며 트라우마 증상이 오래 이어지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는 외부의 강렬한 자극으로 인해 내면이 흔들리게 되는 심리적 외상으로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참사로 ‘도대체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는가’ ‘다수 국민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등 신앙에 대한 의구심도 당연히 떠오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단 트라우마 속 크리스천의 자세’(그래픽 참조) 등을 제안했다.
정 회장은 “크리스천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너무 빨리 하나님의 뜻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건 더는 불안해지고 싶지 않아 맞춤형 의미를 끼워 맞춰 버리는 꼴”이라고 지적하면서 “가장 먼저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 하는 때다. 함께 아파하며 고통을 겪어내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도, 직접적인 슬픔을 겪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도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조언했다.
조영진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장은 신뢰할 만한 언론의 보도 외에는 사고 원인에 대한 추측을 삼가길 권했다. 조 회장은 “우리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제3자에게 결부시키는 경향을 보인다”며 “답을 찾는다면 삶의 고통을 견뎌낼 수 있기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너무 빨리 쉽게 원인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 상대방의 삶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문제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왜곡과 부적절한 억측엔 정당한 비판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특히 말하고 가르치는 역할이 아닌 따라가고 들어주는 역할로 우리를 스스로 낮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원 한국교회상담사역네트워크 회장은 ‘치유’의 의미를 재정의했다. 이 회장은 치유를 “단순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닌 주님과의 깊은 관계로 들어가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해 유가족이 더 이상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신건강 지침을 배포해 참사에 따른 국민의 마음을 돌보는 작업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