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밑에 저절로 호박 덩굴이 생겨
그냥 두었더니 담 위로 올라가 열매를 맺었다.
어릴 적 모습처럼 토담 위에 애호박이 열린 것이다.
따 먹기가 아까웠지만 한 끼 저녁을 위해 냉큼 땄다.
저녁에 추억의 호박 된장찌개 맛을 봤다.
언감생심 욕심이 나니 호박 덩굴에 자꾸 눈이 갔다.
며칠 지나니 애호박이 또 하나 열렸다.
먹음직한 크기가 되려면 며칠 기다려야 하는데 참기가 힘들다.
교회 뒤쪽에도 단호박 하나만 겨우 열렸다.
이제는 먹는 맛보다 보는 맛으로 담장 위에 달린 애호박을 바라본다.
생명이란 참 끈질기고 새롭고 기이하다.
씨뿌리지 않고 심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자라고 열매 맺는 것이 얼마나 기이하냐.
땅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많은 생명을 잉태한다.
몇 달 전에 제초제를 뿌렸는데도 비가 온 이후 잡초는 여상히 빼곡하게 올라온다.
땅의 정화 능력은 복원력이 있어 늘 새롭게 창조되는 듯하다.
우리들의 삶도 늘 새롭게 되면 좋겠지만 세월은 기다리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 뒤돌아보면
애호박처럼 먹는 맛에서 보는 맛으로 변하듯
마음도 생각도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하였다.
땅은 창조 질서에 따라 새롭게 되지만
사람의 세상은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야 한다.
세상이 새롭게 되는 때는 인자가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을 때이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생각하고 잘 분별하는 성도로 살아가자.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롬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