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골장의 천태만상
성병조
(파골장의 새벽 모습) 새벽 파크골프장은 노익장의 경연 무대 같다. 5시가 조금 지나면 등굣길을 방불케 한다. 6, 70대의 남녀가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다. 다들 잠자는 시간 아닌가. 나이 들면서 이렇게 성실한 사람 보지 못했다. 자녀 혼사 끝내고 부부만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예전 같으면 안방 차지하여 며느리에게 잔소리나 늘어놓을 나이 아닌가. 알록달록 세련된 복장에 활기가 넘쳐난다.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치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을 생각해 본다. 화목한 가정생활, 성실한 삶, 경제적 안정, 건강의 생활화가 아닐까. 이른 새벽, 이들을 볼 때마다 존경심이 절로 난다.
(울다 웃었다?) 파크골프장에 혼자 나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내는 저녁형이어서 새벽 기상이 어렵다. 우리 클럽 회원들도 새벽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나 홀로 나설 수밖에 없다. 출발 지점에서 호객행위를 한다. 혼자 끼일 수 있는 팀 찾기가 쉽지 않다. 세 사람 조에 합류 요청해도 동료가 온다고 하면 머쓱해지고 만다. 방황 중 남자 세 사람이 나를 부른다. 감사 인사와 함께 합류하려는데 마침 다른 여성이 짝꿍을 찾는다. 이 소리를 들은 남자들 모두 그녀에게 손짓한다. 물론 양해는 구했지만 난감하다. 다시 짝을 찾으니 이번에는 두 팀의 여성들이 동시에 오라고 손짓한다. 늦복이 찾아온 걸까? 울다 웃는 희비 쌍곡선을 그린다.
(폭염 속 유격 훈련?) 이렇게 제목하고 보니 좀 거창하다. 하지만 제목에 손색없는 유격 훈련이 어제(13일) 금호강 변에서 펼쳐졌다. 이름하여 <금호 파크골프클럽 7월 월례대회> 한 달 한 번 치르는 행사를 두고 고민을 많이 하였다. 무더위로 쉰다? 개최일, 시간, 구장을 바꾸어 본다? 온갖 궁리를 다 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개최는 해야 한다. 34, 5도의 기온? 차라리 비라도 내려준다면 회의로 갈음할 수도 있을 텐데? 클럽에 대한 애정 넘치는 회원 다수가 음료수, 떡, 찬조금까지 약속했는데? 개최하지 못한다면 주문한 것들은 어찌한담? 푸짐한 잔치 마당, 폭염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유격 대원(?)들이 너무도 고맙다.
(랑데부 홀인원?) 파크골프장을 자주 가면서 여러 일을 경험한다. 성적 향상이 왜 이토록 어려운가. 홀 근처 접근시키는 게 타수 줄이는 최고 방법인데 실천이 어렵다. 나름으로는 노력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술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한다. 그런 가운데서 횡재를 만났다. 네 명이 한 조가 되어 라운딩하는데 앞선 여성이 홀인원을 기록한다. 세 사람이 아낌없는 축하를 보낸다. 어디 이게 쉬운 일인가. 나도 저런 기분 언제 가져 본 적이 있었던가. 부러움 속에 타격한 공이 유연하게 굴러간다. 공이 그린에 오르더니 눈에서 사라져 버린다. 귀한 행운이 내게도? 나도 홀인원이다. 이런 경우 야구처럼 랑데부 홀인원이라고 부르면 되는가. 잊지 못할 순간이다.
(연습 때 잦은 오비, 실전의 명약인가?) 나의 기대 섞인 푸념이다. 요즘 파크골프에 집중하다 보니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타수를 좀 더 줄일 수 있을까? 새벽 파골장으로 향하는 운전대만 잡으면 마음의 기도를 올린다. ”오늘은 오비 조금 덜 내고, 투타 만에 그린에 올라서게 해 주소서!“ 투타 만에 홀에 넣겠다는 욕심으로 치면 꼭 홀을 건너 멀리 달아나 버린다. 그러면 3타에 가능한 걸 4, 5타가 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이럴 때 생각나는 위로의 말이 있다. 실패를 자주 하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 훈련 때 흘린 땀이 전시에 피를 덜 흘리게 한다? 그렇다면 연습 때의 잦은 오비는 실전에 약이 된다고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
(파골장에 사람이 없다?) 매일 새벽 파크골프를 하기 위해 팔현구장에 나간다. 낮 동안 무더위를 피해 나온 인파들이 놀랍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도 길다. A, B 코스가 시작되는 곳에서 터져 나오는 탄식 소리가 일상화되었다. 파골은 한 지점에서만 시작할 필요가 없다. 경기 때처럼 A, B, C 총 27홀에 분산시키면 일시적인 쏠림 현상은 해소된다. 이에 착안한 집행부에서 5시쯤 나와 몰려드는 파골러들에게 먼 홀부터 차례로 번호표를 나눠준다. 이 같은 분산 덕분에 A-1, B-1 홀이 밀리지 않는다. 처음 나오는 사람들은 왜 조용하냐고 묻는다. 분산 효과를 어찌 알겠는가. 집행부의 노고, 무더위를 식히는 굿 아이디어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복장도 중요하다?) 옷이 날개라는 말을 자주 한다. 동의하지 않을 사람 드물 것이다. 매일 가는 파크골프장에서도 이런 생각을 종종 가진다. 복장이 빼어나고 몸매가 바르면 우선 운동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출중한 복장에까지 이르려면 내공이 적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감투까지 쓴 내 경우에는 솔직히 동료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옷에 별 관심 가지지 않았던 나도 요즘 들어 조금씩 신경이 쓰인다. 이를 간파했음일까. 아내가 내 복장에 관여하기 시작하였다. 어젠 몇 벌의 바지와 셔츠를 구입했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이제 제대로 의상은 갖췄으니 실력향상에 몰두해야 한다. 자세, 복장, 실력은 파골의 삼 요소다?
첫댓글 좀.느긋해지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전국에 있는 파크골프 다이제스트 독자들에게도 전하겠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많은 파골러들이 읽고 공감한다면 반가운 일이지요.
파크골프장 행태가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간결하고도 맛나는 수필 잘보고 갑니다. 종종 좋은 글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늘 건강한 골프맨으로 활기찬 나날 성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요즘 파크골프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잦다 보니
화제가 그쪽으로 많이 쏠리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