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내는 아침 일찍 경상도 옛 가야지방으로 성당교우와 함께 1박2일 여행 떠났고, 나는 치과병원에서 이빨 두 개 금으로 덧씌울려고 아파트 바깥으로 나왔다.
병원에 들렀더니만 간호사가 일찍 왔다기에 '그럼 나중에 오겠다'며 병원을 빠져 나왔다.
인근에 있는 잠실 석촌호수 서호로 나갔다.
아침 열시가 살짝 넘었는데도 사람들이 많다. 대체로 영감과 할매들이고 이따금 중년의 아주머니도 몸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일흔 살. 나이보다 더 늙었기에 등 굽고, 무릎 사이가 벌어져서 엉거주춤한다.
철봉에 매달리지는 못하고 철봉에 의지해서 어깨쭉지를 늘리면서 굽은 허리도 조금씩 펴는 동작으로 흔들거렸다. 어깨쭉지도 아프다.
나는 수십 년 동안 고질적인 허리통증이 있다. 통증을 완화하려면 허리를 곳곳하게 반듯하게 세워야 하기에 철봉에 몇 초씩 매달리고, 팔을 길게 뻗혀서 허리를 굽히는 체를 했다. 마치 굼벵이 체조하는 꼬라지였다.
이런 나에 견주어 운동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무척이나 부드럽고, 유연했다. 아무래도 쉼터에 자주 나와서 운동기구로 몸을 풀었다는 뜻이다.
석촌호수 서호.
내 집에서 천천히 걸어도 10분 이내에 있는 아주 가까운 곳인데도 나는 워락이나 게을러서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 맨날 집구석에 틀어박혀서 인터넷 컴퓨터로 남의 글이나 읽고 이따금 자판기를 두들겨서 잡글이나 올렸기에 운동하거나 몸을 풀 기회는 거의 없었다.
석촌호수에는 조경사업과 수목관리가 잘 되어서 다양한 나무들과 화목으로 울창했다. 또 늦가을철답게 붉게, 노르스름하게 물든 잎새가 바람에 떨어지고 있었다. 붉은 잎새를 떨구는 벚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류와 샛노란 잎사귀를 바람에 날리는 은행나무가 하늘을 덮거나 찌를 듯이 밀집되어 있기에 산책로는 많은 낙엽들이 부수수 쌓여서 행인의 발길에 채이기도 했다.
이날도 동호 서호로 나누는 호수 안에서는 수압으로 물줄기를 하늘 높게 뿜어 올렸다. 하얀 물길이 치솓았다가 차르르 비산되어 떨어지면서 수면을 멋지게 장식했다.
수변 가생이에는 하얗게 핀 억새와 누르스럼하게 잔털이 많이 달린 줄기대(씨앗)가 바람에 흔들거리는 스크렁(잡초)도 많았다. 연상홍 등 자잘한 화목들은 잎새가 무척이나 퇴색해서 칙칙했다. 더 추워지면 그나마 잎새를 모두 떨궈서 나목이 될 게다.
나무 벤치에 앉아서 도란거리는 노인네들이 무척이나 한유해 보였다.
도시의 가진 자들이나 누리는 여유였다.
나는 치과병원에 들러야 하기에 서호 쉼터에서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치과병원으로 가는데 건너편 '산림조합중앙회' 건물 앞에서는 숲에서 나오는 먹을거리, 특산물 전시회를 11시부터 개최하려고 건물빌딩 앞 인도변에 진열하고 있었다. 버섯, 감, 밤 등이며가 잔뜩 있었다.
맑은 숲인 산림에서 나오는 먹을거리, 볼거리가 무척이나 소중하고 가치 있을 게다.
나도 찬찬히 구경하면서 물건을 구입했으면 싶은데도 이내 발길을 돌려서 치과병원으로 향했다. 아쉽다.
2.
또 티눈이 크게 재발했다.
시골에서 장화를 신고 밭일 하면 티눈이 재발했으나 그다지 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가을 들어와서 성남 모란시장으로, 탄변변으로, 한강으로, 양재천변으로, 석촌호수로 걷기 시작했더니만 왼쪽 새끼발가락에 티눈이 크게 재발했다. 재발하는 데에는 꽉 조이는 장화가 근본원인이 된다. 목이 긴 장화를 신고 일하려면 무거운 연장을 사용하기에 다리에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발가락 발바닥에도 힘이 쏠리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발가락 틈새가 벌어지면 티눈도 압박을 받아서 티눈범위가 더욱 커지고 굳게 마련이다.
여기에다가 서울에서 걷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티눈 제거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는데도 별로 소용이 없다. 재발하기에...
석촌호수를 돌려면 발을 살살 내딛었다.
운동화 끈도 느슨하게 매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예전 등산하고, 갯바닷가를 쏴질러 다니고, 들판을 헤매던 탓이었을까?
무릎이 아프고, 발가락도 티눈 생겨서 절룩거리고... 그러고도 무척이나 걸었다.
정형외과 의사는 말했다. 새끼발가락이 변형되었기에 두 개의 발가락이 겹친다고. 뼈를 깎아내지 않는 한...
내가 덜 걸으면 되었지, 새끼발가락 뼈를 깎고 싶지는 않다. 살살 걸으면 되니까.
그런데도 시골에서 일을 하려면 발목이 꽉 조이는 장화를 늘 신어야 한다. 발에 흙 묻는 것도 싫고, 특히나 뱀과 벌레(병균)가 무서워서 장화를 신어야 했다.
시골생활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야생동식물한테도 독이 있고, 흙속에도 나쁜 병균이 있기에 나는 늘 조심해야 했다. 특히나 면역력이 약한 나로서는 몸뚱이가 노출되는 것을 무척이나 꺼려했다. 이런 이유로 양말도 두툼한 것으로만 신었으니 오죽이나 발가락이 더 쪼이랴 싶다.
석촌호수 가생이 한 바퀴는 2,563메타. 산책로를 넓게 잡아도 3,000m 이내이다.
천천히 돌면 40분 정도나 걸린다. 일흔 살인 나한테는 딱 알맞는데도 이따금 살을 뺀다는 욕심으로 두 바퀴도 돌 때도 더러더러 있다. 당연히 새끼발가락의 티눈 통증을 느껴야 하고.
2017. 11. 7. 화요일
첫댓글 석촌호수 참 좋지요
제가 여고시절에도 자주 다녔던 곳인데 지금은 자주 못가지요
어? 송파구 잠실지역인데... 여고시절에 이곳까지 놀러왔어요?
무척이나 좁은 곳이지만 그래도 산책하기에는 좋네요. 넓지 않아서 한 바퀴만 돌아도 운동한 것 같은 기분이 들지요.
갈 곳 없는 사람들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