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시베리아횡단철도'와 나란히 동(東)시베리아를 달리다가 중국으로 연결되는 철도 노선인 '밤'(BAM, 바이칼~아무르 철도, 러시아어로는 БАМ·Байка́ло-Аму́рская магистра́ль)의 '부리야트 자치공화국'(러시아어로는 '부랴티야'·Респу́блика Буря́тия) 구간중 '세베로무이스키 터널'를 지나던 화물열차에서 폭발을 동반한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 국영철도 측은 디젤 연료 탱크 등을 실은 화물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열차 운행을 정지시켰다고 밝혔으나, 러시아 수사 당국은 '테러 사건'으로 분류, 수사중이다.
러시아 '밤'철도 폭파사건 관련 텔레그램 보도/캡처
세베로무이스키 터널/사진출처:위키피디아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경제지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지난 30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천㎞ 떨어진 시베리아 지역에서 러시아 화물열차를 공격해 폭파시켰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군수 물류에 사용하는 중요한 철도 노선(BAM)을 무력화하기 위한 '특수 작전'(사보타주·비밀 폭파음모)이었다고 했다.
'밤'철도는 동시베리아 지역에서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위(북쪽)를 달리지만, 바이칼 호수를 지난 뒤 몽골, 중국과 연결된다. SBU가 이 철도에 대한 '사보타쥐'를 시도한 이유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에서 무려 6천500㎞나 떨어진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열차 폭파 공격은 SBU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SBU측의 주장 대로라면 'BAM' 철도 폭파 시도는 29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두 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세베로무이스키 터널을 달리던 화물열차가 폭발 사건으로 멈춰섰다. 이 열차에는 디젤 연료 탱크 41개, 항공 연료 탱크 3개, 금속 탱크 6개 등이 실려 있었다. 전문가들은 언론 측에 "열차 차량 아래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폭발장치'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열차들은 이 터널의 '우회 철도'를 이용해야 했고, 높이 35m의 '우회 철도' 교각에 설치된 폭발장치에 의해 두번째 폭발이 이뤄졌다는 게 SBU 측의 주장이다. 세베르무이스키 터널 안에서 화물열차에 실린 연료 탱크를 폭파해 터널 통과를 막은 뒤, '우회 철도'를 떠받치는 교량 위에 폭발물을 터뜨려 그 우회 구간마저 봉쇄했다는 것이다.
시베리아횡단열차와는 다른(?) '밤' 철도의 열차 모습/사진출처: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영문판)에 따르면 BAM 철도의 최대 난코스로 통하는 이 지역에 세베로무이스키 터널이 지난 2003년 5월 무려 27년간의 공사 끝에 개통됐다. 터널 길이만 15.34㎞. 이 터널이 개통되기 전에는 산악지대를 교각으로 연결하는 철로를 따라 54㎞를 우회해야 했다. 이 지역 철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러시아와 중국을 직접 연결하는 유일한 노선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들은 당초 "폭발 사건의 원인이 전기 케이블의 단락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중대사건을 수사하는 연방수사위원회가 '테러'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주요 군사 시설물을 겨냥한 SBU의 사보타주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모스크바 지역의 한 군용 비행장에서 비행기 두 대와 헬리콥터 한 대를 폭파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