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창윤, 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라이더
머나먼 길이다 청량리역에서 안드로메다까지,
별의 여왕께서 영원히 배고프지 않는 마법의 라면을 배달하러
페가수스 별자리를 향해 일만 광년의 속도로 질주한다
나보다 더 빨리 달리는 외계인 폭주족들,
행하는 곳이 암흑성운인 줄도 모르고
무한대로 들어간다 큰 코끼리 별과 반딧불 별 사이
스타벅스 커피숖을 지나면
낙태된 자매 별들이 무중력 상태로 떠다닌다
소행성 벨트를 따라 흘러나오는 미세먼지와
서울에서 뿜어낸 가스가 모여 잉태한
신성新星들 사이에 있는 분식점 은하정에서
라면 한 개와 이천 원짜리 김밥 한 줄을
성급히 먹는다
천공의 성 라퓨타 계단 아래서 마구 떨어지는 운석들이
우주 아래에 하얗게 쌓인다
기계인간 테레사가
“내 별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 별도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군요” 라고
말할 때,
나는 이미 밤이 없는 행성을 지나
낮이 없는 행성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빨강 신호등에 걸려 멈춰 서 있는데
어느 새 날아왔는지 한 떼의 회색 비둘기
퀵서비스 오토바이들이
구구구구 울부짖는다.
나는 이미 밤이 없는 행성을 지나
낮이 없는 행성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주창윤 서울여대 교수는 밤낮없이 빡빡한 격무로 그득찬 그들 일상을 담았습니다.
[주창윤 /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아내한테 문자메시지로 '나 지금 당신한테 가. 그런데 길이 참 머네.' 등 이런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쓴 시입니다. 그래서 (라이더에게) 직접적인 위로를 준다기보다는 일하는 것에 대한 '힘듦', 그것을 공유하면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엘리베이터 7층과 8층 사이
쿠팡맨이 쓰러졌다.
과로사였다.
결국 자기를
천국으로 배달한 새벽.
'코로나 언택트 상황 속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때로는 아내의 기다림 혹은 가장의 숙명으로 보듬어 위로와 응원을 얹기도 합니다.
배달노동자의 고단함뿐 아니라 펀치머신과 사우나실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언어는 청년세대의 분노와 아픔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주창윤 / 서울여대 교수: 우리 시대에 가장 민감하고 힘든 부분들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자세하게 그려내면서 그 안에서 또 다른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찾고자 했지요. 일종의 다큐멘터리 시를 쓰고 싶은 것이 제 욕심이었습니다. ]
찜질방에 누운 누군가를 '소금방 새우'로, 또 다른 피곤한 몸을 '접시 위 광어회'로 그야말로 웃픈 감성으로 소화해 냅니다.
1986년 일찌감치 '물위를 걷는 자 물 밑을 걷는 자'로 등단한 주창윤 시인은 시뿐 아니라 유구한 사회사, 한국형 무협소설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빠름'과 '분노'를 '느림'과 '위로'의 미학으로 바꾸는 문화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OBS뉴스 김대희입니다.
출처 : OBS경인TV(http://www.ob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