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주님만찬 성목요일
교회는 주님 만찬 저녁 미사로 ‘파스카 성삼일’을 시작한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셨다. 이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몸소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그들에 대한 크나큰 사랑을 드러내셨다. 제자들과 그 후계자들은 예수님의 당부에 따라 이 만찬을 미사로 재현한다.
오늘은 성목요일입니다. 이 미사에서 성체성사의 신비와 사랑의 새 계명을 묵상하고, 발 씻김 예식에 참여하며, 서로 사랑하고 봉사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합시다. 성체 보관 장소(수난 감실)로 옮겨 모신 성체 앞에서 밤새 깨어 조배하며, 당신 자신까지 내주신 주님의 사랑을 묵상합시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1-15 1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2 만찬 때의 일이다. 악마가 이미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3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4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5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6 그렇게 하여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자 베드로가,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7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8 그래도 베드로가 예수님께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 하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 9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제 발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시오.” 10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 11 예수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넘길 자를 알고 계셨다. 그래서 “너희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12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 겉옷을 입으시고 다시 식탁에 앉으셔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13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 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14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15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더러운 발을 닦아 주시는 사랑
매년 성 목요일이 되면 주교좌성당에서 성유축성 미사가 거행되고 각 본당에서 성 목요일 만찬 미사가 거행되기 때문에 성삼일이 시작되는 거룩한 날이라서 설레기까지 합니다. 성 목요일 만찬 미사 중에 세족례가 있고, 신부님이 선발 된 열두 평신도의 발을 정성스럽게 씻어 주는 예절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년 전부터 경신성사성에서 발 씻김 예식이 더 다채롭게 변경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을 되새겨 보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묵상해 봅니다.
1. 예수님께서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예수님께서 겉옷을 벗으셨다는 것은 당신이 일을 하시거나 제자들의 발을 씻는 사랑을 실천하시기 위해서는 당신의 명예와 체면과 그리고 모든 권위를 벗어버린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나 하느님을 앞에서는 허세도 필요 없고, 명예도 필요 없고, 체면도, 권위도 필요 없이 벗어 던지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시는 것입니다.
2.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는 것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기본자세를 갖추셨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일을 할 때에 준비성이 없이 그냥 즉흥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수님은 아주 철두철미한 경영자이십니다. 그리고 노동자의 본을 보여주십니다. 세족례를 할 때에 신부님들은 옆에서 복사들이 수건을 들고 있습니다. 어쩌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수님은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것은 당신이 작업을 하실 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봉사할 때에 필요한 도구를 갖춰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3.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는 최대한으로 몸을 낮추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발을 닦아 주시기 위해서도 또한 최대한으로 몸을 낮추셨을 것입니다. 모든 이들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비천한 종의 신분을 취하시고 가장 겸손하신 모습으로 허리를 숙이시고, 고개를 숙이시고 거의 부복하시는 자세를 취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더러운 발을 닦아 주십니다. 사랑을 실천하시는 것은 그렇게 겸손하게 종의 신분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여 실천하시는 것입니다.
4.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인생에서 철이 없어 깨닫지 못한 사실을 나이 들고 철이 들어 깨닫게 되는 것도 있고, 모르던 것도 지식을 습득해서 깨닫게 되는 것도 있고, 성령을 받아서 깨닫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인간의 일은 나이를 먹거나 철이 들면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일은 성령을 받지 않으면 깨닫지 못합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깨닫게 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의 이 오묘한 진리는 베드로 사도와 제자들의 마음에 평생 각인 되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훈이 되고 삶의 지표가 되었을 것입니다.
5. 예수님께서 “너희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유다를 두고 말씀하신 것이지만 우리 모두를 두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평생 죄 중에 살고 있습니다. 평생을 깨끗하게 살고 싶은 것이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소망과는 정 반대로 사탄은 우리를 죄와 악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가 깨끗하고 죄 없고 싶지만 하느님께서 씻어주고 용서해 주시지 않으면 깨끗해 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씻어주시지 않으면 아무도 깨끗해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손수 발을 씻어주시며 모범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죄의 용서와 고해 성사의 신비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6.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상대방을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서로 사랑해야 발을 씻어주고 상대방을 위하여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구부리고 두 손에 사랑을 다 담아 정성을 다해서 씻어주는 것처럼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모범을 보이신 것처럼 그렇게 사랑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