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잠자리
한명옥
청동색 화려한 날개를
하늘 거리며
잔잔한 초록빛 학보저수지
위를 빙빙 날아다니던
나비잠자리 한 마리가
기다란
물풀 가지 끝에 살포시 앉는다
수정같이 맑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갸우뚱
거리더니
세수를 하는 듯
기다란 다리로 얼굴을 비벼댄다
물결도
나비잠자리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듯
햇볕을 조용히 물속으로 끌어당긴다
물풀 숲이 응달을 만들고
그 밑 물속엔 커다란
우렁이들이 목을 길게 늘이고
천천히 기어 다닌다
처서가 다가올 때쯤
목덜미를 휘감던 더위가
한 풀 꺽여
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저수지 근처
밭에 가시는 엄마를 따라나선다
밭고랑을 따라
강낭콩도 따고
풋고추도 따고
고구마도 캐고
엄마는
가득 찬 대야를
수건으로 똬리를 틀어
머리에 이고 앞서 가신다
난
조그만 소쿠리에
호미를 담고 콧노래를 부르며
쫄래쫄래 따라 갔다
내 생에
머리가 희끗해지도록
가장 무더웠던 올 여름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쩍쩍 갈라지던 땅에
단비가 내려 길가에
작은 풀잎들이 생기를 되찾았다
지금
시원해지니 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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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교실
나비잠자리
한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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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
26.08.16 07:4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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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젊은(어린)날의 수채화로군요
잔잔한 호수 물결 같은 감동
철원 도피안사 가기 전에 커다란 학보저수지가 있어요
어릴 적 겨울이면 스케이트도 타고 놀았지요
우렁이도 무진장 큰데
어머니는 징그럽다고 손도 안 대셨죠~~
커서 골뱅이국수를 먹으면서 알았죠~~
단백질 보충하기에 충분했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