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심장 / 엄세원
나는 적출된 겨울이다
한시가 급하다
몸 밖에서 버틸 수 있는 단 네 시간이 간절기라면
봄으로 반드시 이식되어야 한다
가슴이 팔닥거리는 겨울
몸에 없던 봄이
처음으로 부탁해온
심장을 잃지 않으려고
늦겨울과 꽃샘 사이 뛰고 또 뛴다
제 시간에 도착해야 한다
봄을 살려야 한다.
이미 비워 놓은 자리는 얼마나 헛헛한지
빈 자리 비집고 들어 앉는다
핏줄을 봉합하고 함게 호흡을 해본다
숨이 트이고 있다
봄의 심장부에는 언제나 소리가 난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고난도 폭설을 지나
이식을 받은 봄이다
- 엄세원 「봄의 심장」 전문. 시집 『숨, 들고 나는 내력』 (상상인. 2021) 발췌
<감상>
“나는 척출된 겨울이다.” 이 표현에는 두 가지 추리가 가능하다. 나는 심장에서 척출한 겨울이라는 의미와 나는 겨울을 척출하고 봄을 기다리는 심장이라는 의미이다. 몸 밖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네 시간이다. 이 시간 내에 이식을 해야 한다. 이식해야 할 것이 봄이라면 척출한 것은 겨울이다. 생은 수술실의 환자이다. 그런데 “봄을 살려야 한다”는 말에는 바톤터치하기 위해 겨울이 뛰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심장을 잃지 않으려고/ 늦가을과 꽃샘 사이로 뛰고 또 뛴다” 비워 놓은 자리란 봄이 들어갈 자리이다. 겨울에서 봄이 오는 과정을 이식으로 표현했다.
이 시는 실제 수술한 현장으로도 읽히지만 상징적인 의미도 함의되어 있다. 고난도 폭설을 지나 봄을 이식하면서 사는 생은 얼마나 힘든 여정인가. 물론 겨울은 고난의 순간을, 봄은 안정과 평안의 순간을 표상한다. 항상 봄 같은 생을 살기란 쉽지 않다. 두근두근 소리가 나는 곳이 봄의 심장부이다.
이 시에는 봄을 향한 시간의식이 내재되어 있다. 시간의 순수 현상학에 대해 언급하자면 의식의 지향성을 강조한
후설의 시간의식이 주관적이라면 존재론에 기초한 하이데거의 시간의식은 객관적임을 부연해 둔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처한 환경이나 대상에 따라 시간의식의 양상은 달라지게 된다.
감상평, 이구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