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날에 남산의 부장들을 보고 오늘 사마에게를 보았습니다. 1만명이 되지 않는 관객 수를 보아하니 이런 류의 영화 답게 본 사람들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해 몇 자 적어봅니다.
포스터입니다. 영화 포스터가 으레 그렇듯이 연출과 과장이 좀 있습니다. 예를들어 포스터에는 와드 알 카팁(이름은 진짜지만 성은 가짜입니다)이 들고 있는 카메라가 제대로 된 방송용 카메라인 것처럼 나와 있는데 실제로는 몇년 묵은 소니사의 비디오 카메라입니다.
그리고 '지켜야 할 나의 도시, 나의 딸'이란 문구도 잘못되었습니다. 그런 내용이 아니거든요.
시리아 내전이 일어난지 9년이 되었습니다.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올해 개봉했지만 실제 내용은 2011년부터 2016년, 반정부 운동 직후부터 알레포 전투 시기의 알레포를 다룹니다.
작중에서 와드 알 카팁은 2011년 대학생으로 출발합니다. 초록색과 흰색 검은색 및 붉은 별 3개가 그려진 자유시리아군 의 깃발을 들고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시작합니다. 내전이 시작된 뒤에는 채널4에서 인터뷰를 하며 알레포에 남기로 결정합니다.
영화를 보면 전체적으로 사람들과 도시가 어떻게 망가져가고 죽어가는지가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심지어는 와드 알 카팁이 몸담은 반군이 무너져버리는 장면도 잘 나옵니다. 이슬람 세력이 반군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부르카를 쓰고 바깥에 나가는 장면이 있죠.(실제로 자유시리아군은 붕괴해 버렸으니).
다만 반군과 민주화운동 등은 꽤나 부차적인 소재입니다. 이 영화는 2015년 태어난 자신의 아이인 '사마(하늘이란 뜻입니다)'를 안고 불안해하는 한 사람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배경도 알레포를 벗어나지 않고요. 그래서 이슬람국가도 나오지 않고 정부군조차도 초반에 진압을 하는 장면이 아니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보이는 것은 마치 소설 1984에서 나오는 것처럼 계속되는 공습과 폭격입니다. 처음에는 익히 알려진대로 Mi-8 수송 헬리콥터에다가 드럼통 폭탄이나 가스통 폭탄 따위를 실어서 대충 떨어뜨리는 폭격입니다. 위력이 강하지 않죠. 와드 알 카팁의 친구인 함자 알 카팁은 의사고 병원에는 환자가 매일 실려옵니다. 같이 병원에서 일하기로 한 친구 두 명 중 한명은 공습으로 죽고 한명은 전차포탄에 맞아 사망하죠. 여기까지는 영화의 밝은 지점;입니다.
그런데 골때리는 것은 이 영화의 악의 근원은 알 아사드 대통령 만큼이나, 아니면 어쩌면 더 악랄한 존재이니 바로 러시아군입니다. 러시아군은 드럼통 폭탄 따위 쓰지 않습니다. 확산탄을 쏩니다. 자탄이 팍 퍼져서 사방에서 터지는 모습이 그대로 나옵니다. 그냥 무차별 폭격용도 아니고, 열을 감지하면 자탄을 쏘는 낙하산 폭탄입니다. 오폭이라기엔 굉장히 악의적입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국경없는 의사회가 활동하는 알레포 유일의 소아과를 폭격을 해서 아이들을 포함한 50명 이상을 그대로 살해한 어느 군대가 있고, 시리아군은 헬리콥터에서 드럼통이나 떨어뜨리는 현실이었고 미군은 IS 지역에나 공습을 했죠. 그럼 공습을 한게 누구겠나요. 영화에선 그걸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폭격으로 부서지는 CCTV 영상을 보여주고, 와드 알 카팁의 독백을 읖조릴 뿐입니다. '사마에게. 너를 처음 안았던 의사 선생님도 그때 돌아가셨다.'
작중에서 많은 알레포 시민들은 알레포를 떠나려 들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비록 자유시리아군은 옛적에 망했지만) 알레포는 민주화 혁명의 시발점이자 상징이고 거기서 나오는 것은 알 아사드에게 굴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영화는 그런 이들을 굉장한 투사처럼 보여주는게 아니라 굉장히 무력한 사람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대표적으로, 영화의 초반에는 병원에 환자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오지만 나중에는 환자가 남에게 실려 옵니다. 죽은 사람이 하도 많아서요. 이 영화가 15세 이용가인 것도 사실 믿기지 않는 것이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죽습니다. 폭탄에, 미사일에, 포탄에, 심지어는 염소가스에요.
이 영화가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영화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알레포는 끝이 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나옵니다. 언론에 자주 출연하던 남편 함자에게 UN에서 전화가 옵니다. 러시아군과의 협상을 통해 '도시를 나가면 살려 주겠다' 라고 했다는 거죠. 처음 출발한 앰뷸런스에 총질을 하긴 했지만 안 나가면 폭격으로 다 죽을테니 안 나갈 순 없고요. 결국 밤중에 알레포를 도망쳐나온 끝에 와드 알 카팁의 일가는 영국으로 망명해 살고 있습니다.
결국 와드 알 카팁은 이 끝난 '후'의 영상을 극장에 내검으로써 노골적으로 물어보고 있는 셈입니다. 영화관에서 편하게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당신들은 그때 뭘 했습니까? 하고요.
이곳은 알레포입니다. 정의는 무엇입니까?
※ 사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고 또 난감하면서 불쾌한 점이 있으니, 이 알레포에 대한 공격이 '다른 반군'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영화는 90분 정도이고 본래 와드 알 카팁이 촬영한 분량의 많은 부분을 잘라내어 책임소재는 정부군에 있거나 모호하게 처리되죠.
그러나 또 다민족 다종교 세속주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극단주의 반군을 옹호하는 이슬람 영화가 나왔구나~ 식의 발언이 어디선가 나오고 있을까 안타깝습니다. 이 영화는 절대로 그런 영화는 아니에요.
첫댓글 비슷한 영화를 전에도 본적 있지만. . . 저 동네는 진짜 노답. . . .
good
시사회로 봤지만 두번보기힘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