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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계동 사옥과 삼성물산 서초 사옥 전경/제공=각 기업© News1 |
삼성 공사실적, 현대 추월 예상…기술능력·신인도는 현대 우위
현대, 베네수엘라 정유공장 하반기 착공…격차 다시 벌어질 수도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이달 말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할 예정인 2014년 시공능력평가에서 지난해 1, 2위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순위가 뒤바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이 수주한 6조5000억원 규모의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가 착공에 들어가면서 이 사업이 삼성물산의 매출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종합순위 1, 2위 기업이 바뀌지 않더라도 최소한 삼성물산의 토목 부문 시공능력평가액은 현대건설을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이 수주한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의 공정률은 현재 40%를 넘어선 상태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로이힐 프로젝트가 매출에 반영되면서 올해 들어 삼성물산의 매출실적 성장도 두드러졌다.
삼성물산의 올해 1분기 매출실적은 3조3565억원으로 이중 5000억원을 로이힐 프로젝트를 통해 거둬들였다. 해외현장만 떼어 놓고 보면 로이힐 프로젝트가 해외매출의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매출액이 29.6% 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현대건설의 1분기 매출실적인 3조2906억원을 넘어섰다. 앞서 지난해 4분기에도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착공에 힘입어 4조29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한 삼성물산은 현대건설의 매출실적(4조714억원)을 앞지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점은 시공능력평가 산정의 주요 항목 중 하나인 매출실적에서 삼성물산이 현대건설을 2분기 연속 추월했다는 점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공사실적과 경영평가, 기술능력, 신인도 등의 항목을 금액으로 평가한 뒤 이 값들을 더해 결정된다. 이때 공사실적은 1·2차 기성실적에 해당되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지난해부터 현대건설보다 더 많은 매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공사실적평가액이 현대건설을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건설기업 관계자는 "건축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 왔던 삼성물산은 현대건설에 비해 토목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면서 "하지만 단일 토목공사로는 최대 규모인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토목 공사실적이 현대건설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토목 부문 건설실적이 뒤바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두 기업은 시공능력평가 종합순위에도 변화가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기술능력이나 경영평가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종합순위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삼성물산은 기성실적 역전이 순위변화로 이어지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5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토목 공사실적이 삼성물산을 크게 앞지른 점이 1위 자리를 유지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3년 현대건설의 토목 시공능력평가액은 8조8902억원으로 삼성물산의 7조5364억원과 1조3538억원의 차이가 났다.
기술능력평가와 신인도 평가에서도 현대건설은 각각 3조152억원, 9400억원을 기록하며 3위와 2위에 이름을 올린 삼성물산을 따돌리고 1위를 고수했다. 올해 발표되는 토목 부문 시공능력평가에서 삼성물산에 1위 자리를 내주더라도 기술능력과 신인도 평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순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현대건설 측의 예상이다.
반면 삼성물산은 로이힐 프로젝트가 그동안 약점으로 지목됐던 토목 건설실적을 끌어올림에 따라 10여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1위를 탈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현대건설에 비해 뒤쳐졌던 토목 공사실적이 역전되면 시공능력차액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설물산은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지만 최치훈 사장이 취임 이후 '1등 DNA'를 강조하고 있어 1위 탈환 여부에 내심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현대건설이 중남미 등에서 양질의 프로젝트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공사실적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4조9000억원 규모의 푸에르토라크루즈 정유공장 확장 공사를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수주한 현대건설은 프로젝트 지분의 72%에 해당되는 3조5000억원의 수주고를 확보한 상태다.
상반기 해외에서만 59억9691달러의 수주고를 확보한 현대건설은 현재 국내 건설기업 중 해외 수주액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라크루즈 정유공장과 함께 하반기를 기점으로 해외 프로젝트들의 공사가 순차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현대건설의 매출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삼성물산에게 토목 부문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뺏기더라도 산업설비 부문에서 격차를 벌리게 되면 내년에는 안정적으로 종합순위 1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발표되는 시공능력평가는 현대건설이 기술능력과 신인도, 보유 기술자수에서 삼성물산을 앞지르고 기성실적과 경영평가에서는 삼성물산이 우위를 점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경기 침체에도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양질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내실을 다져왔고 이 사업들이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시공능력평가 1위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공능력평가란 건설기업의 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시공능력을 금액으로 표시·공시하는 제도다. 토건 공사실적은 토목과 건축으로 나뉘는데 토목 부문도 교량이나 항만, 도로, 철도, 상하수도 등에 대한 실적을 세분화해 평가하기 때문에 발주처가 건설기업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haezung22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