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쓴 작품에서
책 뒷부분에 들어갈 '작가의 말'을 쓰기 위해 아버지와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주인공 인수가 1930년 생,
아버지도 1930년 생.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한 공간- 미쓰비시 줄사택에서 살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요.
인터뷰는 결코 쉽지 않았지만, 나름 소득 있었습니다.
일단 쓰긴 썼으니까요.ㅋㅋ
작가의 말
한국전쟁으로 고향인 강원도 철원을 떠나게 된 부모님이 정착한 곳이 바로 부평 삼릉이라는 곳이었어요. 제가 태어난 곳은 성냥갑 같은 집이 다닥다닥 열 개씩 붙어 있는 집이었죠. 이런 집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는데 제가 태어나 자란 곳은 세 번째 집이라 하여 3호집이라 불렸습니다. 푹 가라앉은 어두운 부엌 하나에 작은 방 2개인 집에서 아이들은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자랐지요. 미닫이문으로 막아 만든 방 두 개에서 부모님과 삼촌, 오빠 둘, 동생 그리고 저까지 일곱 식구가 살았죠. 화장실은 공동화장실이었고 공동 수도가 있어서 그곳에서 물을 떠왔고요. 지금 생각하면 ‘어머나! 그런 데서 어떻게 살아?’ 했을 테지만 그때는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라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고 살았답니다. 물론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는 일은 고역 중의 고역이었어요.
어렸을 적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어요.
“삼릉? 삼릉은 세 개의 능이라는 뜻이야. 그렇다면 어딘가에 세 개의 무덤이 있을 거야. 이제부터 그 능을 찾아보는 거야.”
모험이라도 하듯 마을 곳곳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지만 끝내 세 개의 능은 찾지 못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우리 집은 제법 넓은 대지에 작은 기와집을 짓고 부평역 북부 쪽으로 이사하게 되었어요. 우리 가족만의 화장실이 있고, 마당에는 우리 가족만의 수도가 놓인 집이었지요.
인천교육대학교를 나와 교사 생활을 시작하다가, 2012년 모교인 부평남초등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었어요. 40여 년이 지나 다시 삼릉을 만나게 된 것이지요. 그러자 어렸을 적 품었던 호기심이 다시 발동하였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놀랍다기보다는 부끄러운 사실이었어요.
삼릉(三菱)이 세 개의 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를 한자로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때부터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또 알게 된 사실! 제가 어렸을 적 태어나 자란 그 집이 바로 ‘미쓰비시 줄사택’이라는 것. 일본이 대륙병참화기지의 발판을 삼기 위해 부평에 조병창을 만들어 무기를 만들었고, 조병창 건너편(지금의 부평공원 자리)에 자리한 미쓰비시 제강은 조병창을 돕기 위해 철판을 만들어냈어요. 그리고 노동자를 전국 각지에서 강제 동원하였지요. 그러니까 제가 살았던 그 집이 바로 미쓰비시 노동자들을 위한 사택이었던 거예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저는 얼마나 부끄러웠는지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람이 역사를 이렇게 모르다니! 그러니 학생들은 어떻겠어요? 그때 저는 마음속으로 큰 결심을 했습니다. 조병창을 주제로 하는 역사동화를 꼭 쓰겠노라고! 그동안 자료 수집하고, 책 읽고, 나이 드신 어른들께 이야기도 듣고. 그러면서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조병창과 미쓰비시 줄사택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잘 모르니까 당연히 관심도 없었고요.
일본은 일제 강점기의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고도 불복해 항고한 상태입니다. 과거의 일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 주변에 있는 역사적 자료 및 산물이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미래로 나가는 길을 닦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1930년에 태어난 인수라는 아이를 등장시켰어요. 조병창을 동경하며 조병창에 취직하는 것을 꿈으로 삼고 있는 이 소년이 조병창으로 인해 모진 삶을 이어가고 있는 강제동원 노동자들을 통해 일본의 만행을 알게 되는 과정, 일제강점기 우리 백성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일제에 저항했나를 그리기로 했지요.
오래 전에 품었던 결심은 8년의 세월을 거쳐, ‘굿바이 미쓰비시’라는 이름의 책으로 독자들 앞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열심히 역사를 공부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