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8호선 복정역을 지나 차를 타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위례신도시 남단 도로에 접어들면 오른쪽 산자락 아래로 밭과 비닐하우스, 2층짜리 고깃집 몇이 보인다. 왼쪽으로 위례신도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데 좌우로 상반되는 풍경이 펼쳐지는 이유는 이곳이 위례신도시에 포함되지 않은 개발제한구역이기 때문이다. 레미콘 등 공사차량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도로가 위례신도시의 남쪽 경계가 되는 셈이다.
이 지역 땅주인들은 요즘 기대감이 크다. 수십 년 전에 사 놓은 이곳 땅들이 위례신도시 개발 소식에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택시에서 만난 나 모 씨(60)는 “88올림픽 전에 3.3㎡당 7만~10만원에 3300㎡의 땅을 사뒀는데 지금은 3.3㎡당 못해도 몇 백만원으로 오른 상태”라며 “당장에 거래가 안 되더라도 언젠가는 제값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에 급하게 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개발제한구역이어서 현재는 활용도가 낮지만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인근 지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거래가격이라기보다는 호가에 가깝지만 도로에 접한 땅은 3.3㎡당 700만원, 이축권(개발제한구역 안의 집이 도로 신설 등으로 철거된 경우 인근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권리)이 있어 지목을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변경한 대로변 식당자리는 3.3㎡당 3000만원도 부른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위례신도시 인근만이 아니다. 중국인 열풍이 불고 있는 제주도,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지방 혁신도시 등 사람이 몰리고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곳 주변 땅값도 개발의 영향으로 함께 들썩이고 있다.
택지지구 단독주택 용지
인구 늘어나는 수도권 접경지역 땅 관심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적어 각광받고 있는 투자처는 택지지구 단독주택 용지다. 단독주택용지는 대개 330㎡ 정도로 계약자가 직접 다가구주택을 지어 거주, 임대를 줄 수 있는 땅이다. 주거전용은 3층 이하 주택만 지을 수 있고, 점포겸용은 4층 이하로 1층에 상가를 임대할 수 있다. 특히 1층에 상가를 두고 2~3층에 임대를 줄 수 있는 점포겸용 단독주택 필지의 인기가 높다. 인근 개발이 확실한 데다 임대수익을 거두며 실거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LH는 올해 1~4월 동안만 인천 영종, 아산 배방, 대전 도안 등지에서 단독주택 용지 614필지 2076억여 원을 계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38필지 572억원을 계약한 것에 비해 훨씬 높은 실적이다.
LH관계자는 “신규 공급물량보다는 기존에 공급했던 곳의 가격을 조정해 다시 내놓은 곳이 많은데 아파트 입주 등으로 사업지구 여건이 개선되며 계약이 부쩍 늘었다”며 “위례급으로 단독주택 용지가 공급될 대형 사업지도 이제는 더 이상 없어서 점포겸용 단독주택 용지의 희소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가장 큰 변수다. 지난해 공급된 충북 혁신도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는 분양가가 3.3㎡당 100만~120만원 선에 공급돼 최고경쟁률 3122대 1이라는 폭발적 인기를 얻었지만 지난 5월에 공급된 위례신도시 단독주택 필지는 3.3㎡당 분양가가 1000만원을 넘어 사전문의에 비해 실제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 한 필지 가격이 9억~10억원에 달해 건축비 4억~5억원을 합치면 15억원에 달하는 돈이 투자금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수도권 접경지역의 땅도 관심지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미래가치가 있는 땅을 저렴하게 사서 10~20년 장기투자할 생각이 있는 투자자들은 공장 설립이 쉬워 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나는 수도권 접경지역 땅에 관심이 많다”며 “경기도 여주, 이천, 충북 음성, 진천, 강원도 횡성, 충남 당진, 예산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자신의 사용목적에 맞게 공장 용지나 전원주택 용지를 구해 건물을 지어 이용하려는 실수요자들은 꾸준하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팀장은 “땅을 사서 10년 묵혀놓으려 하기보다는 자기 용도에 맞게 건물을 지어서 쓰려는 문의가 많다”며 “사업여건이 좋은 중소기업들이 용인, 화성, 남양주 등지에 공장을 짓겠다고 땅을 찾거나 귀농해서 살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분들이 서울 근교로는 경기도 양평, 조금 멀게는 경북 상주 등으로 땅을 보러 가는 경우”라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의 경우 지상에 건물이 없는 순수토지 거래량으로 비교했을 때 전국 시 중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지난해 1만9295필지, 올해 5937필지)을 기록한 도시이기도 하다.
토지시장 안정
2000년대 초반 같은 광풍 불진 않을 것
그렇다면 요즘 전체 토지시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기본적으로 ‘땅 투자’의 열기가 되살아나 토지시장에 예전처럼 광풍이 불기는 힘들 것이라는 데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 PB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빈 땅을 사서 묵혔다가 파는 투자는 ‘자본 차익’이 생겨야 하는데 토지의 가치를 극적으로 상승시켜 줄 신규 택지개발이나 산업단지개발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사업부 부동산전문위원은 “땅은 기본적으로 주변 개발에 따른 자본 차익을 노리는 부동산”이라며 “하지만 요즘은 개발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땅에 대한 투자문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지가변동률도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러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국 땅값 변동률은 1.14%를 기록해 6년 연속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중앙행정기관 이전이 진행되고 있는 세종시(5.50%)와 보금자리, 신세계 유니온스퀘어 등 개발이 진행 중인 하남시(3.78%)가 2년 연속 지가 상승률 1·2위를 기록했다. 그 외 지방에서는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지역의 지가상승률이 높은 편인데 올해 1~3월 자료를 봐도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제주 서귀포시, 전라남도 나주 등이 상승률 상위 지역으로 등장하는 가운데 세종시와 하남시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매월 0.5%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는 중이다. ‘월 0.5% 정도 상승률은 아주 안정적인 상태’라는 것이 국토부 관계자의 분석이다.
특히 토지투자에 있어 주의할 점은 환금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지방의 넓은 땅을 샀다가 땅이 팔리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환금성 약해 주의 필요
주택처럼 세제혜택 필요성 지적도
이남수 신한은행 서초PWM센터 PB팀장은 “지가가 상승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수도권 안이나 주변이고 그 밖에 있는 외곽 땅들은 기업들의 투자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여서 수요가 많이 끊긴 상태”라며 “특히 지방에 임야를 몇 만 평씩 사둔 분들은 팔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쉽게 나타나지 않아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도 급매로 내놓으면 팔리고 어느 정도 가격도 예상할 수 있지만 토지는 정찰제가 아니어서 가치가 떨어질 때는 한없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수요가 자취를 감춰 투기 우려가 적은 만큼 토지에 대한 중과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투기 우려가 적은 상황에서 토지시장에 거래가 늘어나면 연계된 주택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비사업용토지를 팔지 못하고 있는 토지주들이 거래를 틀 수 있도록 규제를 추가로 완화시켜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토지는 비사업용토지 양도세 중과와 과중한 개발부담금 등으로 규제가 여전한 상황으로 주택관련 규제만 푸는 것은 절름발이 규제완화”라며 “주택시장과 토지시장은 유기적인 관계이므로 전반적인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도 토지 과세 정상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며 비사업용토지 양도세 중과도 완화했다. 올해까지 기본세율은 6~38%, 내년부터는 여기에 10%를 가산한 16~48%를 양도세율로 적용한다.
비사업용토지는 나대지·부재지주 소유 임야 등을 사업용(원래 용도)으로 사용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토지 투기로 간주해 양도 시 양도세를 중과하고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인정하지 않는다.
자료원:매일경제 2014.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