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일백여든세 번째
실수해도 좋아
1970년대 한 냉면 공장에서 직원이 사출기 구멍을 잘못 맞춰 두꺼운 면발이 나오는 실수를 저질렀답니다. 그런데 그는 이 면발을 버리기 아까워 인근 분식집에 주었고, 양념을 넣고 비벼 팔면서 쫄면이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르며 삽니다. 현실주의자였던 공자도 그런 우리네 속성을 알았기에 잘못을 잘못이라고 탓하지 않았습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도 그를 등용해주지 않아 탄식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 공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가 <사기>에 있습니다. 위나라에서 공자가 경磬이라는 돌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삼태기를 지고 그 앞을 지나던 나그네가 그랬습니다.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을. <시경>에 말했듯이 물이 깊으면 옷 벗어들고, 옅으면 옷 걷고 건너야만 하는 것을.” 물이 깊으면 옷 벗어들고, 옅으면 옷을 걷고 건너면 되는 한세상을 물이 깊거나 말거나 옷을 입고 의관을 정제한 채 예를 갖추어 물을 건너라고 가르치는 공자의 허례를 비웃었던 겁니다. 당대 최고의 지성을 이렇게 비웃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틀에 갇혀 성공과 실패에 목을 매지 말라는 말로 들립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입니다. 그의 묘 앞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란 글이 있답니다. 그는 “실수하며 보낸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무의미한 인생보다 훨씬 존경스러울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보람 있고 유용하다.”라며 평생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엔 주저 없이 도전하며 살았답니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경험일 뿐이라고 일러줍니다. 자녀들도 그리 가르치라는 말인 듯싶습니다.